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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Dec 27. 2020

리더 커뮤니티의 시작-윤형준 제주스타트업협회 초대 회장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스타트업협회(Jeju Startup Association, 이하 JSA)가 주최한 본격 스타트업 축제 ‘제주 스타트업 믹스 2020’에 참석해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코로나 이후 경제 동력”이라고 말했다. JSA는 2017년 도내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지원하고, 스타트업 공동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출범했다. 도내 스타트업 CEO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무대이자 네트워크가 생동하는 커뮤니티로 첫 행보를 내딛게 한 윤형준 초대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2017년 시작된 JSA의 준비 과정, 설립 취지와 목적이 궁금합니다.

JSA는 2017년 7월 발기인 대회와 창립 총회를 통해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준비는 2016년 겨울부터였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도내 스타트업의 연결을 통해 비전에 대해 설파했고, 점차 한 사람씩 자원봉사자와 예비 운영진이 모였습니다. 총 네 번의 JSA 예비 모임을 오프라인에서 가졌으며, 첫 모임 당시 20여 명이 모였고, 마지막 예비 모임인 네 번째 모임에선 60여 명이 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7월 창립 총회 때는 80여 명의 스타트업 CEO가 모여 JSA가 시작하는 순간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설립 취지는 단순합니다. 당시 제주 지역 스타트업 CEO 대부분은 이주민이라 이들을 연결·협력·교류할 수 있는 민간 차원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들을 네트워크화하고 제주의 공공(도청이나 기관 등)과 연결해 이들의 발전을 꾀하고 싶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제주 미래 성장 엔진의 한 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당시 개인 사업체인 제주패스를 운영 중이었지요.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도모하는 민간 커뮤니티에 대한 필요성을 어떻게 절감했나요?

당시 도내 공공 혹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피부로 느끼는 스타트업에 대한 개념은 상당히 열악했습니다. 스타트업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한 것은 물론, 공공 인프라 또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단 하나인 시기라서 센터에 소속되지 않은 스타트업 대다수는 소외되기 십상이었습니다. 더욱이 이들 스타트업 CEO 대부분은 이주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만약 민원 사항이 발생하더라도 제주도청이나 여타 공공기관에 아는 괸당이 없다면 마냥 혼자서 끙끙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제주 출신이자 리턴족이기도 한 제가 나서서 이들을 연결해보자고, 그 연결의 본체로 커뮤니티를 조성해보자고 판단했습니다.


JSA 추진 당시 경험한 애로 사항 중 첫째는 어떤 것이었나요?

과거부터 존재했던 제주의 많은 (괸당으로 이뤄진) 기득권 협회가 JSA 설립을 시기하고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웃고 넘길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조직적으로 방해를 받았어요. 협회 설립이 무산되는 게 아닌가, 싶었을 만큼요. 제주 출신인 저로서는 제주가 그들만의 리그로 안주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미래로 향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괸당 문화에 기댄 이들은 변화하는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했죠. 결국 저는 새로운 이주민들의 비전과 동행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주 관광과 문화에 접목하고자 방향을 정했습니다.


JSA가 제주의 스타트업에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랐는지요? 설립 후 그 이상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첫 번째는 낯선 제주로 이주해 모래알처럼 뭉쳐지지 않는 사업가 개개인을 한데 연결하고 싶었습니다. 그간 제주가 아닌 사회에서 겪었던 그들의 다양한 경험과 창의성을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에 융·복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겠다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이력은 대단했습니다. 프랑스 르코르동블뢰 출신의 셰프, 싱가포르의 투자은행가, 삼성의 임원, 글로벌 마케팅 대행사의 국장 등 상상 못할 고급 인력이 대거 제주에 내려와 홀로 사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제 역할은 그들의 다양성을 연결하고, 제주의 새로운 콘텐츠로 성장하는 데 조력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그들의 애로 사항을 들어주고 처리하는 대변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규제로 인한 사업의 어려움, 자금 유치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 인재 공급 등 제주 지역 사회에서 사업할 때 겪는 여러 어려움을 저 또한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제주도청, 도의회, 제주관광공사 등 제주의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스타트업 리더들이 겪는 어려움과 난관을 공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고, 나아가 그들의 비전을 공유하길 원했습니다. 세 번째는 스타트업의 탄생과 성장, 소멸에 이르는, 제주형 스타트업 생태계와 시장의 조성이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회장을 맡았던 임기 2년 동안 꽤 많은 일이 진행되었고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초반, 코워킹 스페이스가 모자랄 때 중기부 장관과 중진공 이사장 면담을 통해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제주에 유치했으며,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혁신성장센터가 설립돼 많은 스타트업이 현지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스타트업 특별보증제도를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 CEO의 긴급 자금을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4차 산업혁명 펀드(지역 펀드) 유치를 통해 VC와 액셀러레이터들을 통한 제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유치의 장을 조성했습니다. 이후 제주관광공사에서는 관광 벤처 제도를 만들어 매년 우수 스타트업 육성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주도청에는 미래전략국이 신설되었고, 스타트업 전담 팀을 통한 제주 스타트업의 규제 해소 등 다방면에서 스타트업과 JSA의 성장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JSA는 왜 ‘커뮤니티’라는 형태를 취했나요?

엄밀히 말해 JSA는 100%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사단법인 형태입니다. 제주도청으로부터 단 1원의 지원금도 받지 않는, 순수 회원사 회비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조직이 공공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적인 오해를 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회원사, 즉 민간 스스로의 힘과 커뮤니티로 자생하는 힘을 갖추기 위함입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공공의 역할이 어느 정도 유의미했다고 볼 수 있지만, 미래는 민간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핵심 경쟁력이기에, 공공의 입김을 배제한 순수 민간 커뮤니티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게 당시 저의 판단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2017년 1월 첫 모임 당시 20여 명으로 출발해, 7월 총회 때 70여 명, 2년 후 회장 임기를 마칠 때 140명의 회원사가 모인 커뮤니티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스타트업 CEO 가운데 이주민의 분포는 90% 이상입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고향 제주로 돌아왔죠. 귀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고향 제주가 그리웠습니다. 무엇보다 제주 관광이 과거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세상은 이미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데, 고향 제주는 과거에 머물러있더군요. 디지털을 통한 제주 관광 혁신을 시도해야겠다는 다짐, 미래형 스마트 관광 플랫폼을 만들자는 계획, 이를 통해 고향 제주가 저가 패키지 관광의 천국이 아닌, 여행자들의 고부가가치 여행지로 올라서게 하자는 포부를 갖고 돌아왔습니다.


제주와 육지의 창업 생태계, 두 곳을 경험한 사람으로 짚어줄 부분이 있다면요.

스타트업의 시대가 도래했건만 여전히 인재나 자금 등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 콘텐츠는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하곤 모든 지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열악한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주목할 점은 제주의 경우 수도권 다음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한 달살이’가 몇 년 동안 인기를 끄는 것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겠죠. 이를 장점화해서 타지의 시도와 차별화된 노력을 기울인다면 제주는 국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춘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핵심은 규제 혁신과 스타트업 생애 주기별 펀드(VC) 육성에 있습니다.


향후 로컬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제주의 창업 생태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과 의미, 기대효과를 꼽는다면 어떤 것일까요?

전국적인 스타트업 모임으로 (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있습니다. 약 1500명의 스타트업 CEO가 가입되어 있지요. 숫자나 규모 면에서는 비교 불가할지 모릅니다만, JSA의 강점이라면 ‘끈끈함’을 꼽을 수 있습니다. JSA의 활동 영역이 지방, 혹은 제주이기에 그런 걸까요? JSA는 회원사 간 컬레버레이션이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하는 융·복합 콘텐츠야말로 제주 스타트업커뮤니티의 독특한 특징이 아닐까 싶네요. 제주의 창업 생태계에는 지역의 독특한 색채가 배어 있다고 육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앞으로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앞으로 제주에서, 국내에서 더욱 활성화될까요?

강연이나 포럼에서 발제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첫째, 인재 육성, 특히 코딩에 특화된 인재를 키우는 일입니다. 둘째, 규제 철폐, 전국 최초의 규제 샌드박스 상설 지구라는 점을 부각해야 할 겁니다. 셋째, 자금 유치, 생애 주기별 VC 펀드 등. 이 세 가지를 갖춘다면 제주는 국내뿐만 아니라 동북아 최고의 창업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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