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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Dec 27. 2020

부산 영도에서 장인과 지역민을 연결해 대통하자

삼진이음 홍순연 이사

삼진어묵의 비영리법인 삼진이음은 ‘대통전수방’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부산 영도의 잊혀가는 전통 기술과 장인을 발굴하고,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이에게 장인의 기술을 전수해 지역 활성화를 이끈다. 이 중심에 삼진이음 홍순연 이사가 있다. 역사문화환경보존활용을 전공하고, 건축업계에서 오랜 시간 일한 그는 역사 문화 자원을 도시 재생으로 연결하는 혜안을 지녔다. 삼진어묵 본점에서 어묵을 구매하기 위해 한 해에 100만 명이 방문하는 데 힌트를 얻어 전통 사업을 도시 재생에 접목했다. 지역민과 함께 무형의 자원을 발전시켜 지속 가능한 영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통전수방 프로젝트를 비롯해 부산 영도구 봉래동의 노포를 리브랜딩하고, 봉래동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네 차례 M마켓을 진행하며 영도 로컬 매거진 <비밀영도>와 동네 소식지 <봉래방>을 발행했다. 홍순연 이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부산 영도의 신구 세대를 하나로 이어 미래를 설계한다.


국토교통부와 함께 진행하는 삼진이음의 ‘대통전수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국토교통부의 도시 재생 사업으로 부산시 영도구 봉래1동을 대상으로 합니다. 2017년에 시작해 2020년까지 진행하는데, 행정과 예산은 영도가,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은 삼진어묵의 비영리법인 삼진이음이 맡았습니다. 삼진어묵 본점이 있는 영도는 몇 해 전만 해도 항만 시설과 창고, 노후한 상권과 주거 지역이 혼재되어 도심 소멸 위험이 큰 지역으로 인식됐죠. 영도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장인의 기술을 예비 창업자에게 전수해 지역에 활력을 되찾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통전수방은 ‘좋은 기운이 통한다, 그런 기운을 전수한다’라는 뜻이에요. 삼진어묵을 비롯해 성실식품(두부 제조업체), 옛날국수, 조내기고구마 등의 업체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요. 현재까지 8기 교육생을 배출했습니다.


원래는 건축 일을 하셨지요. 어떤 계기로 삼진이음으로 이직하게 됐나요?

17년간 건축사 사무소에서 일했지만, 설계만 한 것은 아니에요. 전공이 역사문화환경보존활용이라 지역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마을 만들기, 도시 재생 사업 등의 업무를 많이 맡았죠. 그러던 중 부산 영도구청이 근린 재생형 사업 구상 제안서를 만들 때 민간 건축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참여해 도시 재생 사업 계획 총괄을 맡았습니다. 도시 재생 공모 사업의 필수 항목 중 하나가 유무형 역사 문화 자원 활용이에요. 삼진어묵 아이템을 바탕으로 대통전수방 사업 계획서를 썼어요. 봉래동 삼진어묵에 사람들이 늘 줄을 서더라고요. 당시 성공한 도시 재생 사업으로 꼽히던 감천문화마을 관광객이 한 해 80만 명이었는데, 삼진어묵 본점에 한 해 100만 명이 찾는다는 게 놀라웠어요. 전통과 기술, 사람을 키워드로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접목해 도시 재생 계획으로 풀었어요. 제안서가 최종 선정됐고, 삼진이음이 대통전수방 사업의 중간 지원 조직으로 참여했지요. 당시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가 제게 이 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수행해줄 적임자라며 삼진이음 이사 자리를 제안했어요. 건축가로 일하던 영역을 넘어 사업의 A부터 Z까지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삼진이음으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도시 재생 사업은 공공 주도형이 대부분이었는데, 민간 비영리법인이 운영 조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영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았나요?

자연스러움이 가장 중요합니다. 축제나 이벤트 등으로 일시적인 활력을 샘솟게 할 수 있지만, 지속하기엔 힘들죠. 그리고 지역에 공공 사업이 들어와도 “언젠가는 나갈 거잖아”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선이 있어요. 그래서 외부자보다는 내부자의 활발한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영도는 역사, 환경, 사람 등을 두루 갖춘 곳이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발견할 수 있어요. 이를 발굴해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면 지역민의 공감과 호감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미리 공지하는 것이 원칙이었어요. 삼진이음은 대통전수방의 중간 조직이에요. 공공과 주민 간의 브리지 역할을 하는 터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고, 각각의 요구 사항을 잘 담아 지역에 애정을 갖게끔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대통전수방을 통해 여러 프로그램이 파생됐다고요.

대통전수방의 핵심 사업은 전통 기술에 기반한 창업 사업과 봉래동 창고 밀집 지역에서 진행하는 플리마켓인 M마켓입니다. M마켓은 영도 내 전통 산업 기업과 장인, 부산 내 젊은 창업가들이 참여합니다. 손수 만든 두부를 팔던 사장님이 젊은이들의 도움을 받아 두부 샐러드를 만들어 판매하고, 과일 가게 할머니가 수박 주스를 만드는 등 다채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소개하는 곳입니다. 지금은 1만5000명이 운집하는 유명 플리마켓으로 성장했어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마켓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요. 이외에 매거진 <비밀 영도>와 봉래시장 상인들과 진행하는 디자인 스쿨 ‘봉짝프로젝트’, 생활문화 센터 ‘봉봉클래스’, 영도 아이들 밴드인 ‘영도가치친구’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영도 재생을 위해 지역민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노포의 장인을 모집하기 위해 봉래시장 상인에게 먼저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상인들 대부분이 그동안 공공과 민간에서 제안하는 사업에 참여했지만, 정작 도움이 된 것은 없었다고 토로하더군요. 장사가 안 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고민 상담소를 열었어요. 어떤 곳은 음식 맛이 좋은데 위생이 문제였고, 또 어떤 곳은 상품 진열이 아쉬웠죠. 봉래시장 상점과 시각, 공간, 상품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을 매칭해 상점을 리브랜딩하는 ‘봉짝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디자인하고 상점의 문제점을 개선해준 덕에 현재도 운영 중이고, 상인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로 온라인 스토어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민과의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영도의 30~40대 학부형 사이에는 아이 교육을 위해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육지로 나가야 한다는 고민거리가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도가치친구’를 기획했어요. 어린이 잡화점을 열고, 책을 만드는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죠. 주민들의 고민을 상담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결하는 몫이 삼진이음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2020년은 국토교통부 지원의 대통전수방 사업 마지막 해입니다. 앞으로 대통전수방은 어떻게 진행되고, 또 어떤 부분에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도시 재생 사업이 마중물에서 끝나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순환이 가능한 도시 재생형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공공의 역할을 민간으로 전이해 삼진이음 모델을 외부로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2년 전부터 ‘AREA6’ 프로젝트를 만들어 민간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해왔습니다. AREA6는 ‘로컬을 밝히는 아티장 골목’이라는 콘셉트로 기획했습니다. 삼진어묵(현 삼진식품)의 자본과 HUG 기금*을 활용해 삼진어묵 본점을 중심으로 낡은 빈집을 사들였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자가 그들의 콘텐츠를 실현할 수 있게 공간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주민, 상인, 청년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지역 활성화를 지속하고, 가속화하고 싶습니다.


삼진이음의 장·단기계획에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대통전수방 사업을 잘 마무리해 독립적인 사업 모델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삼진이음이라는 조직이어떻게 성장·확장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이 되겠고요. 장인, 상인, 리브랜딩, 지역이라는 키워드로 활동 영역을 점차 확장하고 싶어요. 도시 재생 사업 중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도시 재생 센터는 삼진이음이 유일합니다. 도시 재생이 필요한 곳에 삼진이음 같은 조직이 다채롭게 생겨났으면 해요.


*HUG 기금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저금리로 제공하는 도시 재생 융자 상품.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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