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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Dec 28. 2020

그들이 제주에서 커뮤니티를 만든 이유-카카오패밀리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모이면 즐겁다. 그 자체로 힘이 난다. 이에 더해 커뮤니티 활동으로 꿈꾸는 지역의 미래를 앞당기고, 참여하는 모두를 고루 이롭게 하고 싶다는 기획자들을 만났다. 카카오패밀리 김정아와 베케 김봉찬이 말하는 로컬에서 커뮤니티를 만든 까닭.


우리 마을을 더욱 풍요롭게

카카오패밀리 김정아 대표

세화리에서 수제 초콜릿 전문 숍이자 카카오를 소재로 한 교육 콘텐츠 기업 ‘카카오패밀리’를 운영하며, 마을을 기반으로 한 모임에 참여하고 있지요.

우선 하도리 여성 모임인 ‘진모살’ 회원이에요. 하도리로 시집온 젊은 엄마들 모임이 있다고 해서 4년 전에 가입했어요. 저는 이곳 출신이라 참여하게 됐고요. ‘젊은 엄마’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대부분 50~70대라 제가 가장 어린 축에 속하더라고요. 진모살이 마을 사람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라면, 제가 만든 ‘동쪽 CEO방’은 목적이 조금 더 분명해요. 카카오패밀리를 창업하고 운영하며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여러 기관과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난관을 헤쳐올 수 있었는데, 그간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뮤니티가 필요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단체 채팅방을 여는 것으로 시작했고, 현재 제주 동쪽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업가 32명이 함께하고 있어요. 전혀 다른 성격의 모임 같지만, 저에게 두 모임은 연결되어 있어요.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진모살 모임에서 활동하는 하도리 여성 대부분은 제 부모님 또래예요. 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 마음에 대해 알게 됐어요. 보고 싶고 곁에 두고 같이 살고 싶은데, 정작 자식이 내려오겠다고 하면 뜯어말리더라고요. 지역에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 없다는 게 이유죠. 구좌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노동 시장과 인프라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해요. 이곳에서 우여곡절을 거쳐 창업한 사람으로서, 카카오패밀리만 잘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덕분에 마을이 잘되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도 용기를 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 테고요. 그래서 동쪽 CEO방을 개설하며 ‘회사의 성장과 마을의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분만 가입해달라’고 미리 공지했어요.


모집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380여 명이 참여하는, 동쪽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채팅방이 있어요. 그 방에 모임에 대한 공지를 올렸고, 결과적으로 그중 10% 정도가 참여하게 됐죠. 모임 특성상 모두가 활발히 활동하진 않아요. 타인과 비즈니스의 내밀한 고민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이거니와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기만 하는 사람도 있고요.


CEO방을 통해 비즈니스에 도움을 받은 사례가 있나요?

지난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청년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큰 도움을 받았어요. 그곳에서 비즈니스의 세계에 눈을 뜬 느낌이에요. 다른 예비 창업자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듯해 모임에 참여한 지인에게 추천했고, 올해 프로그램에 선발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어요. 밤을 새며 함께 서류를 쓰고, 프레젠테이션 내용에 대해 피드백을 전했죠. 결과가 발표된 뒤, 그가 고마워하며 어떻게 이 빚을 갚으면 좋겠냐고 하더라고요. 나한테 갚는 것 말고, 내년 프로그램에 동쪽 사람 한 명씩 각자 내보내자고 이야기했어요.


진모살에서는 어떤 커뮤니티 활동을 하나요?

물질이나 농사로 바빠 친목할 시간이 없는 하도리 여성들이 진모살 모임을 핑계로 함께 모여 한바탕 수다를 떨어요. 어르신들은 이 모임이 아니면 맘 편히 이야기 나눌 곳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모임이 유지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느껴요. 회원들이 제주시 영화관으로 나들이를 갔는데, 상영 10분 정도 지나니 대체로 주무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도 영화관에 온 것이 좋다고, 또 오자고 하는 것을 보고 모임의 역할에 대해 깨달았어요. 진모살 활동으로 윗세대의 삶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윗세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데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요. 모임에 나오는 윗세대 어른들은 대체로 풍족해요. 그럼에도 삶을 누리는 법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은 자식에게 더 많이 물려주기 위해서고요. 지나온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을 테니 그 점에 대해 평가하지는 않아요. 다만 우리 세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묻는다면 그와는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저는 자식들에게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고 싶어요. 빠르게 변하면서 사람들에게 자꾸만 불안감을 주는 세상에서,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사랑하며 사는 법을 알려주고 싶고요.


커뮤니티 활동이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킨다고 생각하나요? 혹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꿈꾸는 로컬의 미래가 있다면요.

요즘은 ‘탈 로컬’을 꿈꿔요. 왜 사람들을 물리적인 지역으로 묶을까요? 요즘같이 SNS가 발달한 세상에서 단지 살고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로컬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있으면서 저 멀리 제3세계 사람과 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요. 물론 지역이 갖는 의미가 있죠. 물리적인 거리를 건너뛰어 여러 사람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살고 있는 지역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야 할 테니까요. 저는 좀 단순해요. 제가 꿈꾸는 로컬의 미래는 지금 살아가는 바로 그곳에서 행복을 찾고, 주변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것입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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