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커넥트 Dec 30. 2020

제주 미래 산업을 디자인하는 혁신러-윤형석 미래전략국장

지난 9월 제주의 미래 산업을 디자인하는 혁신의 핵심 부서, 미래전략국의 2기가 시작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연구위원으로 미래전략국과 일자리경제통상국 업무를 지원해온 윤형석 국장이 2기를 이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전정환 센터장이 신임 국장을 만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제주의 전략과 중요한 과제를 물었다.


육지에서 다시 제주로,

공학자에서 공직자로


전정환 우선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9월 취임 이후 3개월쯤 흘렀네요.

윤형석 스마트폰에 디데이를 기록해두고 있거든요. 정확히 91일 차입니다.

전정환 취임이 결정되었을 때 국장님께 미래전략국의 새 비전을 물은 기억이 납니다. 당시는 아직 답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때 받지 못한 답이 듣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먼저 드립니다. 제주 출신으로서 육지에서 여러 경험과 경력을 쌓은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요. 어떤 맥락과 결심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윤형석 연어의 회귀 본능에 빗댈 수 있겠네요. 언젠가 제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젊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이곳에 있을 때는 오름이나 바다, 곶자왈 같은 제주의 가치를 몰랐어요. 섬을 떠나 육지며 해외를 두루 다니면서 제주가 지닌 역사와 문화, 자연이 세계에 비견할 만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고향에 대한 동경이 커졌습니다.

전정환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과 비슷한데, 시점이 좀 더 이르네요. 서 이사장은 기자로 활동하다 돌아와 그 연장선상에서 제주의 콘텐츠를 만든 셈입니다. 제주에 오기 전, 국장님의 이력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윤형석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정보통신학을 공부했는데, 그때부터 융합 기술에 관심을 가졌어요. 바이오와 IT가 결합한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로 논문을 썼고,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정보 팀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인간 유전체 염기서열이 막 해독됐을 때였어요. 인간의 DNA 정보가 질병과 어떤 식으로 관계 맺는지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고, 그 과정에서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등을 접했죠.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IT·BT 융합 기술 연구 기획을 맡은 뒤 한국표준협회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국가 R&D 표준화 코디네이터 업무를 했습니다. 표준화 전략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고민하며 관련 정책을 수립했죠.

전정환 듣고 보니 제주 미래 산업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사전 스터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농업과 관광업 중심이던 제주가 미래 산업으로 눈을 돌린 지 그렇게 오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전환이 없었다면 국장님이 제주로 돌아오는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을 수 있겠어요. 이곳에서 맡을 일이 마땅치 않았을 테니까요.

윤형석 실제로 리턴을 고민했을 때만 해도 제주에 과학기술과 관련된 산업이 미흡해 갈 만한 자리가 많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예상보다 10년 일찍 제주에 돌아올 수 있던 건 행운이죠. 도의회의 전문직 개방형 공무원 모집 공고를 발견하고 지원했는데, 기회가 닿았어요. 2014년 4월입니다.


변화를 향한 제주 사회의

열망을 받아 안은 부서,

미래전략국


전정환 슬슬 미래전략국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노희섭 전 국장이 ICT융합담당관으로 합류한 것이 2015년이지요. 2018년 9월, 미래전략국이 신설되며 ICT 융합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스마트 시티 등과 관련한 업무가 통합되었고요. 국장님은 의회에서 정책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미래전략국의 업무를 지원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전략국이라는 신생 혁신 부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요.

윤형석 제주 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사회 구조 개편에 대한 요구가 발현된 것이 미래전략국이라고 생각해요. 제주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1·3차 산업에 집중되었던 구조를 개편하고 미래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건 모두 동의하는 바였어요. 다만 기술, 인재, 기업가 정신 등 제주에 결핍된 부분을 채우며 상징적인 정책을 발굴할 전담 부서가 필요했죠. 국가, 나아가 세계적 맥락과도 닿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이루어갈 것인가 하는 의제는 공통의 것입니다. 과학기술과 미래 전략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이것이 제주의 미래 먹거리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며 미래전략국이 탄생했다고 보고 있어요. 지역의 욕구와 국가, 글로벌의 욕구가 만난 곳이 제주였기에, 미래전략국 같은 혁신 부서가 다른 지역보다 먼저 생길 수 있었죠.

전정환 다른 지자체에서 제주의 미래전략국을 많이 참고하고 있죠. 개방직 공무원이 대거 들어와 기존 공무원 조직과 협업하며 꾸준히 미래상을 만드는 부서는 확실히 미래전략국 이전에는 시도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윤형석 개인적으로 미래전략국의 가장 큰 성과는 기존 공무원 조직의 DNA을 혁신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특유의 관성이 있는데, 이를 공유하지 않는 전문가 집단이 들어온 것이죠. 이들과 협업해 성과를 내는 사이 행정 혁신 또한 일어났고, 그 안에서 제주도 미래전략국의 방향성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후 일부 지자체에서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광주광역시의 인공지능과에도 개방직 전문가가 투입됐다고 하고요. 기존 공무원 조직에서 채울 수 없는 역량을 민간에서 흡수해 행정에 활용하는 방식은 더 자주 적용될 거예요.

전정환 미래전략국의 선전으로 정부의 실증 사업이나 혁신 사업 상당수를 제주가 따왔죠. 스타트업업계에 있으면 주변에서 듣는 말도 있습니다. 제주도 공무원들은 대화가 된다고들 하거든요.

2기 미래전략국의

방향성과 과제


전정환 여기까지가 기존 미래전략국에 대한 평가라면, 앞으로 중점을 둘 부분은 무엇이라 보는지 궁금합니다.

윤형석 우선 전임자와 다른 면모를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1기 노희섭 전 국장이 만들어온 정책적 방향의 연장선상에서 제주도에 혁신을 이끌어내는 핵심 부서로서 역할을 수행해나갈 예정입니다. 이제 막 한국형 뉴딜이라는 국가적인 대전환의 계획이 시동을 걸었죠. 미래전략국은 제주의 그린 뉴딜을 이끌 핵심 부서고요. 그런 면에서 농업의 빅데이터화처럼 아직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영역을 효율적으로 전환시켜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제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디지털 전환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집중해야죠. 같은 맥락에서 제주의 창업 생태계를 어떻게 강화할지 또한 고민합니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하잖아요. 대전환의 시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등장할 텐데, 공공이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겠죠. 한국형 뉴딜이란 중앙정부의 정책에 동조하는 데서 나아가, 그 정책을 선도하는 미래전략국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정환 그린 뉴딜에 있어 제주는 이니셔티브가 있지요. 이전부터 그와 궤를 같이하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빅데이터 중심의 스마트 아일랜드 등을 추진해왔으니까요. 확실히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형석 기회를 잡아야 하는 막중한 시기라 할 수 있지요.


제주의 그린·디지털 뉴딜,

그리고 지역 투자 생태계 마련까지


전정환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를 말씀하셨는데, 기업의 육성과 스케일업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투자일 것 같습니다. 미래전략국이 출연한 예산으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도 시드머니 투자 사업을 하고 있죠. 이와 별개로 전략 펀드를 만들어 운용 중이지요.

윤형석 투자가 중요함에도 이제까지는 지역에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을 등한시해왔어요. 최근 들어 중요성이 강조되며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제주도 또한 4차 산업 전략 펀드라는 이름으로 두 번에 걸쳐 투자했고, 현재 그 자본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죠. 그동안은 행정이 기업에 투자할 근거가 없었어요. 도내 공기업을 공공 LP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투자를 해왔는데, 도의 펀드 직접 출자가 가능해지며 예산 확보와 펀드 결성, 투자 결정이 모두 보다 신속해졌습니다.

전정환 2021년 3호 펀드는 어느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계획인가요.

윤형석 1차 산업 관련 스타트업 육성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농업, 수산업 등 전통적인 분야의 기업이 새로운 형태로 전환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그간 지역사회를 지탱해온 전통 산업에는 왜 투자하지 않는가, 하는 도내 기업의 반발이 있었죠. 이해합니다만, 1·2호 펀드를 통해 우리는 그대로 머물려고 하는 기업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해요. 이제 이 메시지를 수용해 변화를 시도하려는 기업을 투자로 지원해야죠. 그 밖에 화장품, 헬스 등 제주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산업 분야를 위한 특화 전략 펀드 또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정환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테크노파크는 미래전략국의 산하 기관입니다. 미래전략국의 변화는 두 기관의 변화이기도 할 것입니다. 함께 발맞추어 나아가기 위해 요청하는 방향성이 있을까요.

윤형석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생애 주기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섬세해질 수 있을 거예요. 공공의 영역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잘 나누어 맡아주었으면 하고요. 다음으로는 소외되는 산업군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농업처럼 기술의 도입으로 혁신과 전환이 필요한 영역인데, 내부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영역에 두 기관이 큰 틀에서 접근해주었으면 합니다. 지역 현실을 도외시하지 않으면서도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합심해서 역할을 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