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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Dec 30. 2020

지역민과의 소통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지역 혁신으로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일본 소도시 부흥의 혁신 사례로 손에 꼽는 오갈 프로젝트(OGAL Project)의 핵심은 ‘공민 연계’, 즉 민관 협력 방식을 통해 주민이 주도적으로 기획과 운영 전반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경제 개발을 지향하는 마을 만들기를 추진해나간다는 것이다. ‘롱 라이프 디자인’이라는 기조 아래, 각 지역의 고유한 미감을 소개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과 숍을 선보이며 디자인 철학을 전하 고 있는 디앤디파트먼트의 디-스쿨(d.SCHOOL) 역시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지역 혁신의 주목할 만한 사례다. 특히 디앤디파트먼트는 올해 제주점을 개관하며 디-스쿨과 호텔 ‘디 룸’을 결합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역의 롱 라이프 디자인을 경험하게 해줄 거점 공간

김지완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대표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점을 구상할 때부터 디-스쿨 역시 정해놓은 콘텐츠였나요?

그렇습니다. 디앤디파트먼트의 모든 공간에서 디-스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점 역시 당연했습니다. 제주시 탑동이 이토록 큰 규모로 공간을 열었으니, 디-스쿨을 운영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공사하는 동안 일본 스태프가 왕래했는데, 올해 5월 개관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나가오카 겐메이 씨를 비롯해 일본 현지 스태프는 제주점의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접해야 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디앤디파트먼트 최초의 호텔에 와보지 못했다는 것이죠. 디앤디파트먼트가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것인 만큼 신경을 쓴 부분이거든요. 숍과 식당, 호텔, 이렇게 세 공간을 동시에 운영하는 건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성원해주는 덕분에 작은 성취를 느끼기도 합니다.


디앤디파트먼트의 전 지점 중 가장 큰 규모인 제주점에 조성된 최초의 호텔 ‘디 룸’ 내부.

디-스쿨의 시작이 내부 스태프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었다고요.

디-스쿨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판매하는 상품과 생산자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할 당시에는 디앤디파트먼트의 스태프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것이었어요. 스태프가 상품에 대해 잘 알아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소개자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스태프들이 생산자에게 직접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이 배움의 장이 유명해지면서 소비자의 수요가 생겨났어요. 그 연장선상으로 고객에게 참가 신청을 받았고, 정규 프로그램으로 꾸리게 된 것이죠.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잠정 보류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만, 애초 제주점에서 준비했던 디-스쿨은 어떤 것이었나요?

디앤디파트먼트 1층에 ‘제주 셀렉션’ 코너가 있습니다. 제주의 여러 생산자와 그들의 상품을 엄선해 판매합니다. 제주 녹차부터 정동벌립, 옹기 등 지역 유산이라고 부를 만한 귀중한 특산물과 그 생산자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디-스쿨의 후보군이 곧 제주 셀렉션이라고 볼 수 있지요.

여기에서 모루농장과 김맹찬 농부의 차 상품을 소개하는데, 매대에서 구입할 수 있고, 카페를 겸하는 ‘디 식당’에서 주문해 마실 수 있어요. 제주 셀렉션의 생산자는 미래의 디-스쿨 강연자로, 저희와 꾸준히 논의 중입니다. 장차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면 디-스쿨에서 제주 셀렉션의 장인과 상품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디-스쿨의 온라인 대체를 염두에 두진 않나요?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점 1층 전시장에서 ‘롱 라이프 디자인’에 대한 전시가 올해 연말까지 진행됩니다. 개관

이후 전시 콘텐츠를 소개하는 SNS 라이브를 진행했습니다. 나가오카 겐메이 씨와도 같은 콘텐츠를 진행했고요.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겠지만, 디-스쿨의 경우 일정 조율 등 협의 사항이 좀 더 복잡해질 겁니다. 무엇보다 장인과 상품을 면대면으로 경험할 때 느끼는 감동이 온라인상에서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고요. 디앤디파트먼트가 지켜야 하는 ‘톤 & 매너’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에서 진행했던 디-스쿨 현장.

디앤디파트먼트의 호텔 ‘디 룸’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서비스입니다. 호텔과 디-스쿨이 어떻게 연결될지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걸요.

처음 시도하는 호텔인 만큼 특별함을 부각하고자 했습니다. 식당과 스토어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서로 연계될 수 있을 거라고 보면서 한 공간에 조성하는 조합을 어렵지 않게 구상할 수 있었죠. 그래서 호텔과 디-스쿨을 조합해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디-스쿨이 열릴 수 있다는 것과 장인과 참가자가 호텔에서 만남을 갖게 하는 것, 두 가지를 그렸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소강되면 세계 최초의 디앤디파트먼트 호텔에서 열리는 디-스쿨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동안 디-스쿨은 디앤디파트먼트 매장에서 진행했습니다. 각지의 장인이 매장으로 오는 것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디앤디파트먼트는 하나의 (관광)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가 디앤디파트먼트 호텔에서 장인이 내려준 차를 마시고, 제주 녹차를 경험하고, 녹차 농부(생산자)의 생산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소소하게나마 로컬 커뮤니티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훗날이 경험이 녹차 농장 등 제주의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요. 디앤디파트먼트의 꿈은 관광 거점이 되는 겁니다.


디앤디파트먼트의 공간에서 소비자로 머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를 만난다는 것,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장이 된다는 것 자체가 로컬 커뮤니티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디앤디파트먼트의 프로젝트 중 하나는 <d 트래블> 매거진 발행입니다. 그 지역에서 d가 선정한 스폿을 모아 펴내는 여행 가이드북입니다. 여기에 사람, 관광지, 카페, 숙박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를 담습니다. 향후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점 역시 ‘제주 트래블 가이드북’을 발행할 텐데, 그때 장인의 공간이 스폿으로 소개 되겠지요. 여행으로 연결되던 것이 지역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는 흐름이에요. 여행을 위해 숙박이 필요한 것이죠. 하루 만에 로컬을 제대로 경험할 순 없는 거니까요. 그 과정에서 디앤디파트먼트의 스태프는 손님이 만나는 첫 번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디-스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호텔이 중요한 것도 그 맥락이고요. 나가오카 겐메이 씨 또한 숙박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했습니다. 그는 숙소에 대해 오래도록 꿈꿔왔어요. 개관 전까지 한달에 한번 꼴로 다녀가면서 일일이 살폈지요. 입점하는 작은 상품이라도 그가 확인한 것들입니다. 공간도 세세히 둘러보았고요.


나가오카 겐메이 씨는 호텔에 대해 어떤 의견을 냈나요?

슬프게도 그는 완성된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직전까진 봤죠. 사진을 보면서 늘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가 강조한 것은 ‘호텔 같지 않은 호텔’입니다. 의견을 제시할 때 콕 짚어 말하기보단 “이런 건 호텔스럽지 않아?” 하는 식으로 묻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호텔에 ‘거실’을 조성한 점을 들 수 있어요. 일반적인 호텔에는 거실이 없죠. 라운지가 있다 해도 주로 VIP에게 허용되고요. 다른 요소로는 창이 완전히 열리도록 한 것, 식물이 있는 것 등을 유지하는 겁니다. 이것으로 호텔 같지 않은 분위기를 낸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러한 디테일부터 촘촘히 확인했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호텔 같지 않다는 건 결국 ‘호텔 같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달렸습니다.


호텔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어떤 것인가요?

보통 체크인을 하면 투숙객이 키를 받아 숙소로 알아서 올라가죠. 여기선 스태프가 방까지 동행합니다. 마치 친구네 놀러 갔을 때 안내해주는 듯한 분위기죠. 그 사이, 스태프는 호텔 안내 사항을 보다 친근하게 일러줍니다. 스태프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게 설명하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설명해서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는 알 수 없어요. 누군가는 날씨 이야기를 할 테고요. 다정한 팁을 주는 것이죠. 호텔은 멤버십 제도로 운영하기 때문에 투숙객이 재방문 시 이전 피드백을 반영해 서비스합니다. 예를 들면 같은 타입의 객실이라도 전에 묵지 않은 방을 배정을 하는 식이죠. 그렇게 해서 투숙객의 피드백 덕분에 우리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겁니다. 호텔 같지 않은 서비스, 호텔 같지 않은 관계는 이런 상호작용에서 생겨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스태프와 투숙객의 관계가 생겨나는 것이죠. 손님과 스태프의 관계성을 우선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행자와 로컬의 지속적인 관계 맺기를 위해 조력하는 것이 디앤디파트먼트의 지향점일 겁니다.




디-스쿨(d.SCHOOL)

2000년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가 창업해 ‘롱 라이프 디자인’과 ‘지역다움’을 발굴하고 전하는 활동을 해온 디앤디파트먼트. 2013년 첫 해외 지점으로 서울점을 열었으며, 2020년 5월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점이 제주시 탑동에 개관했다. 제주점 역시 다른 디앤디파트먼트가 그렇듯 한국의 롱 라이프 디자인을 소개하며, 지역 상품과 생산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디-스쿨을 마련했다. 디-스쿨은 매번 주제를 바꾸어 지역 생산자를 소개하는데, 체험 워크숍 형태로 꾸려 소비자를 보다 능동적인 참여자로 이끌며 장인과 상품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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