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원 리턴밸류 대표
22년 차 소프트웨어 개발자, IT 회사 대표, 관련 분야의 기술전문위원, 작가 많은 수식어를 가진 고승원 리턴밸류 대표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사업 운영에 바쁘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그가 요즘 특히 집중하고 있는 일은 바로 ‘지식의 공유’다. 책, 블로그, 유튜브, 콘퍼런스 등 형태도 장르도 다른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그가 더 많은 이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직함을 가지고 계세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리턴밸류와 제로엠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리턴밸류는 글로벌 기업들을 컨설팅해 주는 업무를 합니다. 또 수익을 좀 더 가치있게 다시 활용해볼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일도 해요. 돈 이외에도 가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기업이 단순히 ‘Make Value’하는 것에서 나아가 또 다른 가치를 찾고, 환원하는 ‘리턴 밸류(Return Values)’를 하고 싶어서 회사 이름도 그렇게 지었고요. 그래서 지난해에는 서울시에서 취약계층 청년들의 취업과 직업훈련을 위한 사업에 3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죠. 제로엠은 IoT 센서를 기반으로 스마트 스페이스를 구성하는 기술을 만드는 회사예요. 지난해에 창업했는데, 이 시기에 코로나가 터져서 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어쩌면 제로엠은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그것을 확장하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도 자주 오가고 활동 영역이 넓으신데, 제주에 정착하신 이유가 있나요?
제주에서 태어나 대학가기 전까지 제주에서만 살았어요. 대학 진학하고, 일을 하면서 서울에서도 지내고, 해외에서도 체류했죠. 제주로 다시 돌아온지는 이제 5년쯤 됐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활동 반경이 넓다 보니 제가 머무르는 곳은 오히려 일과 크게 상관이 없더라고요. 어차피 저는 계속 움직여 미팅도 하고 콘퍼런스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일종의 베이스 캠프는 고향인 제주인 게 마음이 편했던 거죠. 재택근무가 활발해진 것도 한 몫 했고요. 또 다른 이유는 제주에 있는 청년들에게 혹은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 고향인 지역의 인재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제가 줄 수 있다는 게 좋아서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지식의 나눔’에 대해서 필요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소개하실 때 항상 “지식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실제로도 지식 공유를 위한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신데, 사업을 병행하면서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22년을 이 업계에서 일을 했는데, ‘어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퍼진 것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회사에 소속돼 근무를 하면 동료, 선배들에게 배우는 것들이 있거든요. 경력이 쌓이는 건 물론이고요. 그런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됐죠. 그중에서도 IT업계는 굉장히 빠르게 재택근무로 전환됐어요. 재택으로도 업무가 원활한 편이니까요. 그런데 그로 인해 많은 기업에서 인재 채용 시 경력자를 선호하게 됐어요. 그래야 일을 가르치지 않고, 소통이 조금 덜 원활해도 알아서 집에서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경험이 없는 인재들은 취업 문이 엄청나게 좁아진 거예요. 그렇다고 어디서 배울 수도 없고, 경험을 쌓을 수도 없게 된 거죠. 그렇다면 내가 이 친구들에게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어떤 커리어를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하게 된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셨어요?
지난해에 처음으로 ‘개발자의 품격 1기’를 모집했어요. 6개월 동안 진행한 클래스인데, 제주도에 있는 청년들 대상으로 자기들이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고민해오도록 했죠. 그리고 그 서비스를 기획하고, 설계, 개발하는 것까지 가르쳐줬어요. 매주 1회 모임을 가져서 직접 가르쳤고, 모이지 못할 경우에는 온라인으로라도 규칙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 교육을 통해 서비스를 만들고 개발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면 프로그램 기술은 당장 많이 배울 수는 없을지라도 생각을 구체화하고, 프로세스를 익히는 연습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1기 교육을 마친 후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교육이 조심스러워진 부분도 있어서 유튜브로 라이브를 진행하기 시작했어요.
그럼 지금은 유튜브가 그 교육 플랫폼이 되었나요? 활발히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매주 화요일 ‘너의 멘토가 되어줄게’라는 코너로 청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답해주기 시작했는데, 진행해보니 많은 분들이 지난해에 진행했던 <개발자의 품격>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그래서 최근 개발자의 품격 2기를 다시 모집해 운영 중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된 거죠. 150명에 가까운 분들이 지원을 했는데, 이 모든 일을 제가 혼자 하기 때문에 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규모여서 여러 가지 조건을 검토해 20명으로 추렸어요. 이것도 사실 많은 인원인데, 최대한 많은 분들을 도우려고 합니다. 20년 동안 컨설턴트로 일하면서도 개발이 좋아서 프로그래밍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고, 꾸준히 업무적 연관성을 이어오면서 소프트웨어도 대부분 제가 다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도움을 받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난해 첫 강의를 업로드한 후 영상이 도움이 됐다는 댓글을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한 거죠. ‘교육’이라는 건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어떤 자격을 갖추고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예요. 그런데 지금 당장 내가 가진 지식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시간 날 때마다 노력하는 수밖에요.
특히 IT업계의 후배들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강조하시는 게 있다고요.
개인적으로 선한 일에 관심이 많은데, 소프트웨어 기술이 정말 빠르게 세상 곳곳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이다 보니 이것이 선한 방향으로 쓰여야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인성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지금까지 세계의 많은 나라, 도시에서 일을 해본 경험과 느낀 것, 배운 것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이런 점들을 알려주는 게 반드시 필요해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교육 콘텐츠 공유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계시잖아요.
콘퍼런스나 교육 모임에서 참가한 분들에게 교육 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블록체인 용어 카드와 앱 디자인을 시각화한 카드를 해외의 대학에도 보냈어요. 물론 사비로 제작했어요. 그게 수업에 효과적이고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더 많은 분들이 활용했으면 해서요. 나중에 펜실베니아의 한 콘퍼런스에서 제가 보낸 그 카드를 활용해서 강연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이런 게 제가 바란 거죠. 어디선가 이 자료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잖아요.
오랜 해외 체류, 근무 경험에 비추어 국내의 인재들은 어떤가요?
10년 넘게 해외에 있는 기업들과 일을 하고 있는데요. 해외에 나가서 현지의 여러 국가 개발자들과 일을 해보면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국내의 개발자들은 해외시장에 대한 두려움, 그러니까 소통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해외로 진출할 생각을 못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프로그래밍도 하나의 언어라서 해외에서 프로그래밍으로 개발자들과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해요. 여기에 현지어를 익히면 더할 나위 없겠죠. 능력만 있다면 현지에서 우리 개발자들이 얼마든지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요. 또 개발자들도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에 저는 많은 학생들과 주변의 개발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분야의 전문가이자 선배로서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뭘까요?
IT 분야는 특히 혼자서 성장하기 어려운 분야예요. 저도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거죠. 지식은 익히는 순간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이 됩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그것을 받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이 되죠. 그리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또 다른 것을 주게 돼 있어요. 내가 무엇을 내주었다고 해서 잃는 게 아니라 얻는 것이 반드시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개발자의 품격에서 저에게 배우는 분들이 이 과정을 마치면 본인도 다음 기수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선순환이죠. 지식 공유의 가장 큰 소득 아닐까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추진하는 개인투자조합에 1호 투자자로 참여하셨어요. 그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주센터가 제주도 내 스타트업을 위한 개인투자조합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주도는 관광산업에 집중돼 있는데, 싱가포르처럼 창업도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었고 그만한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어요. 제가 유튜브를 운영하는 이유도 청년들이 창업을 하거나 능력을 확장시키는 데 멘토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다르지 않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소액이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뜻이 있다면 부담감 없이 일조할 수 있고, 또 이 조합을 통해서 같은 생각과 비전을 가진 분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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