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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May 28. 2021

사람, 지역, 아이템
모두가 행복한 동반성장의 꿈

이인욱 카카오패밀리 이사

제주에서 과테말라 카카오를 직접 가공해 판매하는 가족이 있다. 독특한 이력과 놀라운 시도로 이미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카카오패밀리다. 콩장으로 불리는 김정아 대표와 함께 카카오패밀리를 이끌고 있는 이인욱 이사는 카카오패밀리 이전에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교육사업을 시작했던 인물. 그는 제주에서 어떤 일들을 벌이고 싶은 걸까?




이인욱 카카오패밀리 이사


‘제주에서 카카오라니’라는 이야기 많이 들으셨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카카오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결혼 후 과테말라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제주에 있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서 아내와 제주에 왔어요. 처음부터 카카오 사업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고요. 제주에 와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교육’ 분야였어요. 아이가 있기 때문에 특히 어린이 교육에 먼저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중에서도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아시는 것처럼 제주에 바람이 많잖아요. 지역의 지리적, 환경적 특성을 활용하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고민하면서 제주대학교 풍력대학원에서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람공장’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바람공장 이후에 시작한 카카오 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한쪽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 바람공장은 지금은 잠시 휴지기예요


‘카카오’ 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는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저희가 제주에 정착한 2013년 즈음 학교에서 진로체험에 대한 교육이 활발해지고, 자유학기제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지방 소도시가 그런 듯 제주도 다양하고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은 부족했죠. 외부의 교육, 진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커피와 진로’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국내에서 ‘바리스타’가 막 육성되기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저희는 커피 산지인 과테말라에 있었기 때문에 커피의 생산, 유통과정, 커피 문화 등을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 일련의 과정과 문화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 학교 선생님들 모두 반응이 좋아서 후속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됐는데, 그때 카카오를 다루기 시작한 거예요.


아주 제주스러운 요소와 전혀 제주답지 않은 요소로 사업을 하신 셈이네요. 그런데 지구 반대편에서 온 카카오가 제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어요. 저는 카카오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지금의 커피문화 열풍을 예상 못했잖아요. 그만한 잠재력을 카카오가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 미국에서도 이런 추세가 읽히고 있어요. 직접 만든 ‘크래프트 초콜릿’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보이고, 실제로 열려있는 거예요. 이것은 달리 말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져올 일자리와 지역의 경제 발전,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따라온다는 이야기거든요.


세화중학교에서 '카카오와 진로'라는 주제로 진행한 진로수업

카카오 원료를 들여오게 된 과테말라 현지에도 지사를 내셨잖아요. 현지와의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해서일까요?
과테말라는 초콜릿의 시초가 된 나라고, 훌륭한 원료인 카카오를 생산하는 나라예요. 우리는 현지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됐고 카카오가 가진 가능성을 발견했는데, 이것을 사업화하는 기술력, 기획력 등은 한국의 것을 활용해야 해요. 그렇다면 이것을 단순히 원료만 가져다가 한국에서 생산·판매할 것이 아니라 기술력을 전수해 준다면 현지에서도 그 가치를 높일 수 있겠죠. 지금은 과테말라 지사가 원물을 수출하는 역할을 주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업의 노하우, 기술들을 공유할 생각도 있어요. 원물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데 그쳤던 현지 주민들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같이 성장하기를 바라거든요. 또 과테말라뿐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라도 매력적인 아이템이 있다면 발전시켜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고, 시장을 확장시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카카오뿐 아니라 사업화할 수 있는 후추, 차가버섯 등 훌륭한 자연 원물들이 많거든요. 다만 그 시작이 과테말라와 카카오가 된 것입니다.


동반성장을 추구한다는 게 정말 의미 있는데,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제주에서는 어떤 시도를 해 보셨어요?
뭔가가 부족하고, 여건이 안 되고 이런 상황에 우리가 답을 알고 있다면 왜 나누지 않겠어요. 그런 차원인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주변 분들을 모아서 바닐라를 주제로 스터디를 하고, 공동구매까지 했어요. 거의 원가로 구매해서 모두 잘 사용했죠. 이게 시작된 이유도 원료에 대해서 잘 모르고 구매해 쓰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돼서였어요. 마침 이런 종류의 향신료나 원물에 대해 저희가 잘 알고 있으니 이것을 콘텐츠화 해서 알릴 필요를 느낀거죠. 또 다른 스터디와 공동구매를 문의하는 분들이 있어서 여력이 되는대로 또 다른 내용으로 추진해 볼 생각이에요.


카카오패밀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클래스와 강의도 하고 계신데요. 이런 활동들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으세요?
우선 저희 매장은 카카오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손님이 오시면 직원들이 도슨트처럼 응대하고 있어요. 단순히 초콜릿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카카오가 어디서, 어떻게 재배되고 초콜릿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가 만들었는지 역사와 문화를 함께 소개하려고 해요. 클래스의 경우는 고객에게 찾아가는 것과 찾아오는 고객에게 실시하는 것 두 가지로 나뉘는데 찾아가는 경우 기관, 단체에서 하는 경우가 많고 주제도 다양해요. 공정무역도 될 수 있고, 진로, 취미가 될 수도 있죠. 저희를 통해서 카카오에 대해 거의 처음 알게 되는 분들이 많아요. 카카오와 그 원산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좋은 정보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보죠.


도남초등학교에서 '카카오볼 만들기' 체험을 중심으로 진행한 인성수업


어떤 방식으로 일자리와 커뮤니티 활성화에 도움이 될까요?
산지에 훌륭한 원물(카카오)이 있죠. 그렇다면 이걸 가져와서 가공하기만 하면 좋은 제품이 되고, 잘 팔릴까요? 아니에요. 이 비즈니스에 필요한 플랫폼이 같이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제 중요한 것은 단지 제품이 아니라 콘텐츠예요. 스토리가 입혀진 콘텐츠가 있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거든요.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파트너십이 필요합니다. 유통, 상품 기획, 디자인, 콘텐츠 제작 등에서 협력이 필요하죠. 또 한편으로 저희에게 카카오와 관련해 교육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 부분에서도 많은 시너지가 발생해요. 저희가 직접 강연을 하기도 하지만 지역의 강사분들에게 카카오와 관련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드리고 전문 강사분들이 강연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강사 양성, 교육에 대해서도 꾸준히 콘텐츠를 마련하려고 하고요. 다만, 이런 능력과 자질을 가진 분들과 쉽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아직 마련되지는 않았어요. 그런 채널이나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은 사실 저희만의 힘으로 조금 힘들기도 하고요. 지원이나 도움이 있다면 조금 빨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소셜 다이닝 ‘카밀라의 식탁’은 그런 차원에서 운영되는 커뮤니티는 아니잖아요. 어떤 의미로 운영하고 계시나요?
초콜릿만 만들어 판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많은 고민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커뮤니티, 지역개발, 그리고 상호적인 발전 모델이에요. 소셜 다이닝을 통해 반드시 카카오에 대해서, 우리 사업에 대해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이곳을 찾으시는 분들이 우리와 또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가능성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커피를 하시는 분들이, 음식하는 분들이, 빵을 하시는 분들이 카카오패밀리를 만나서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하는 생각,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되는 것. 혹은 콘텐츠를 제작하시는 분들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아이템, 영감을 얻어가시는 것. 이런 다양한 영감을 주는 게 이 커뮤니티의 미덕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카카오패밀리가 어떤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하세요?
지금은 단순히 카카오로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 기업 같지만 저희는 좀 더 장기적이고 상호보완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산지와 어떻게 연결해서 그 지역과 우리 지역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카카오패밀리가 그 자체로 하나의 빌리지 혹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예요. 사업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 인력을 그 안에 모두 갖추고 스스로 사업 전체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정도로요.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인재와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가능하다고 보고 장기적인 플랜을 짜고 있습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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