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수풀 해녀학교
해녀학교는 2007년 제주시 주민자치센터 특성화사업공모에서 '해녀학교 설립 및 해녀체험장 운영계획이 최우수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되었다. 주말이면 제주 해녀의 삶과 제주 바다를 사랑하는 이들이 학교에 모여 제주의 문화를 배우고 있다. 해녀학교를 통해 변화해가는 공동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류무형문화유산 ‘해녀’를 기억하고, 인적자원을 모으다
해녀를 단순히 사라져가는 직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해녀는 제주의 환경과 역사, 문화, 사회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녹아든 제주의 정체성이다. 제주도가 줄어드는 해녀를 양성하고, 해녀문화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과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제주시에는 2141명, 서귀포시에는 1472명이 현재 활동 중이다. 두 지역 모두 전년 대비 100명 가량 감소한 수치다. 또 이 중에서 70세 이상은 제주시가 1181명, 서귀포시가 951명으로 절반이 넘고, 60세 이상으로 보면 약 89%에 해당한다.
제주 한수풀 해녀학교, 성공적인 지역특화사업이 되다
해녀학교는 지난 2007년 제주시 주민자치특성화사업 공모에서 선정된 한림주민자치위원회 제안 사업이다. 당시만 해도 해녀들의 고령화와 어족자원 고갈이라는 현실적 문제는 깊어지는데, 젊은 세대는 고된 노동이 따르는 일이라는 인식으로 해녀를 힘든 직업으로만 여겼다. 이를 극복하고, 제주의 해녀문화와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주민자치위원회가 고민 끝에 낸 아이디어가 성장해 이제 경쟁률을 뚫고 등록해야 할 정도로 큰 호응을 이끌어내는 성공적인 사업 모델이 되었다.
*통계 출처 : 해녀박물관
어느덧 8년째다. 이학출 제주 한수풀 해녀학교 교장은 귀덕2리 어촌계장과 동시에 해녀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사라져가는 해녀를 알리기 위해 입문반 해녀학교를 운영하던 데서 나아가 직업반을 만든 것도 그의 생각이다. 해녀학교는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해녀 수가 감소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아무래도 해녀들의 고령화가 가장 큰 부분인데요. 지금 활동 중인 해녀들의 인원과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제주 전체로 보면 60세 이상이신 분들이 대부분이고요, 해녀학교가 있는 이곳 한림으로만 봐도 60대 이상이 한림읍 해녀의 절반이 넘어요. 귀덕리에 80대 해녀는 10여명 계시죠. 젊은 사람이 거의 없어요. 해녀문화의 보존이 중요하다는 데 대중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홍보도 많이 되면서 해녀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저도 조금 놀라운 건 해녀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연령도 생각보다 그렇게 낮지는 않은 편이에요. 그래도 기존의 해녀분들 보다야 훨씬 젊지만 의외로 그런 양상을 보이더라고요.
의외이긴 하네요, 해녀학교에 등록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세요. 지원하는 분들의 면면이 궁금해요.
5월부터 14기 입문양성반과 5기 직업양성반이 개강을 해서 최근에 지원자 모집과 선정을 끝냈는데, 입문반의 경우 여자 143명, 남자 51명 총 194명이 지원을 했습니다. 이 중 30명을 선발했고요. 직업양성반은 여자 24명, 남자 2명이 지원했고, 20명 선발을 마쳤어요. 연령별로 보면 30~40대가 많습니다. 이유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오시는 분들이 다들 ‘바다가 좋아서, 해녀가 되고 싶어서’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오래 갈망하기만 하던 것을 각자의 사회생활을 하다가 비로소 결심하고 오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또 남자분들의 지원도 제법 많은 편이에요. 해마다 꾸준히 들어오기도 하고요. 입문반은 도내에 거주하는 분들이 조금 더 많지만 아무래도 체험해보고 싶어서 오는 외지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직업반은 모두 도내 거주자입니다. 직업반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마을에서 최소 2년은 거주를 해야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요.
입문반은 경험과 인식 개선, 홍보의 장이라면 실제로 해녀 인력 양성에 도움을 주고 해녀 활동으로 연결되는 건 아무래도 직업반이네요.
맞습니다. 직업 해녀가 되고 싶으면 직업반을 들어야 해요. 그런데 또 직업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마을 어촌계와 해녀 단체에 가입을 해야 하고 추천도 받아야 가능해요. 때문에 외지인이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은 제주의 마을에 정주를 하면서 주민들에게 지역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조건이 갖춰지면 직업반을 수료하고, 본인이 거주하는 마을에서 1~2년 인턴 기간을 거쳐 해녀가 되죠. 직업반을 수료하고 해녀가 되신 분들이 37명 정도 되고, 해녀가 되지 않았더라도 입문반이나 직업반을 통해서 해녀들이 하는 어업활동을 사업적인 아이템으로 발전시켜서 제주형 스타트업을 시작한 분들도 있습니다. 해녀로 성장하고 남는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어쨌든 제주와 해녀를 소재로 경쟁력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해녀학교가 낳은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해요. 어떤 식으로든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요.
직업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마을과 주민들의 도움, 그리고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해녀가 단순히 바다에 들어가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일이거든요. 어업활동을 하는 것 외에도 해녀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든지 해안정화 활동을 한다든지 하는 마을 일에 동참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것들을 함께 수행해야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마을에 거주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합니다.
해녀학교가 운영된 지 어느덧 14년이 됐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는 홍보 면에도 참여율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바람이 있으신가요?
올해 경쟁률이 5 대 1 정도 됐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신청자가 조금 줄어들긴 했는데 대체로 4 대 1, 5 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체계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하는 거예요.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성이나 투자가 부족하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교재가 필요하다면 저희가 집필을 해서 편집하고 제작해서 배포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에요. 또 안전교육을 진행하는데 좋은 강사분들을 모시고 더 자주 강의를 할 수 있다면 좋겠죠. 많은 분들이 해녀학교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서 이분들을 맞이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테니까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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