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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un 01. 2021

마을공동체의 의미와 제주문화의 가치를 알아가다 ②

이유정 해녀고기 대표

해녀와 대표 사이를 오가는 제주토박이 청년 인재
이유정  해녀 / 해녀고기 대표 [해녀학교 12기 졸업]


제주에서 해녀가 된다는 것, 창업을 한다는 것.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을 이유정 씨는 모두 해냈다. 고향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아이템으로 사람을 만나고,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해녀 유정, CEO 유정 씨를 만나보았다.



‘최연소 해녀’라는 수식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해녀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원래 있었나요?
우선 제 고향이 제주고,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어요. 아버지는 어부셨고요. 어머니가 해녀는 아니셨는데, 마을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을 어려서부터 늘 봐왔죠. 그래서 어려서부터 ‘나도 크면 해녀가 돼야지’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어른이 돼서 대학에 가고 자연스럽게 직장을 다니게 됐어요. 제주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서울에서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어려서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찾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2019년에 해녀학교를 졸업하고 직업 해녀가 됐어요.


해녀가 되어 보니 어떤가요? 요즘 해녀를 선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해녀가 되어 생활하면서 느낀 것들을 들려주세요.
제가 서른 네 살인데, 해녀 중에 가장 어려요. 사실 일반적인 사회인으로 봤을 때 그렇게 어리다고 할 나이는 아닌데, 해녀들이 워낙 고령화돼 있다 보니 그런 거죠. 지금 이호동 해녀계에서 바로 제 위에 계신 분은 65세이세요. 두 번째로 어린 해녀가요. 해녀학교를 통해서 점점 새로운 해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죠. 요즘 미디어에서 ‘해녀’라는 직업이 바다에서 독립적으로 일하고, 수익이 좋다고 다소 과장해 알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막연히 해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해녀에게 진짜 필요한 자질 혹은 해녀가 되면 하는 활동들은 단체생활과 지역공동체와의 연대가 중요해요.


그런데 직업 해녀가 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해녀학교를 이수하는 걸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나요?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해녀학교를 졸업하고 해녀회에 가입도 해야 하는데, 어쩌면 해녀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게 해녀회에 가입하는 거예요. 해녀회에 가입한다는 건 마을 어르신들께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일인데, 해녀회의 모든 분이 동의해서 만장일치가 돼야만 가입할 수가 있어요. 저도 이호동 스물두 분의 해녀분들의 허락을 구하고 가입했고요. 현지인도 쉽지 않은 일이니 타지인은 더 어렵겠죠. 그래서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마을에 2년은 살아야 한다’는 정관이 있어요. 그 기간 동안 이분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심부름도 하면서 정을 쌓는 거예요. 이런 점 때문에 진입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해녀가 되고 나서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요. 곁에서 도와주고 보살펴주는 것도 바로 이런 공동체의 힘이거든요.


보기 드문 젊은 해녀라서 마을에서 기대하는 역할이나 스스로 내가 무언가 해야겠다는 책임감 같은 것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해녀와 해녀를 바라보는 이들 사이에서 연결고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어렵다고들 하는 해녀가 되는 과정을 저는 다 거쳐서 됐잖아요. 어떤 것들이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알게 됐으니까 그런 걸 공유하고 도움을 주는 거요. 사실 이런 세세한 부분이나 공동체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요소와 방법 같은 것은 해녀학교에서 알려주지 않거든요. 수업으로 설명하기도 어려운 부분들이고요. 해녀학교에서도 이런 게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방법을 찾는데 고민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가끔 저에게 강연이나 조언을 해주었으면 하고 연락을 주기도 하세요. 저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고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강좌를 만드는 방식으로 본격적인 대안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전통 해녀복을 입고 서비스하는 제주돼지 고깃집 <해녀고기>도 운영하고 계세요. 창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해녀가 어렸을 때 꿈이라면, 고깃집을 낸 건 성인이 되고 꾼 꿈이에요. 제가 고기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제가 정말 좋아하고, 잘 아는 제주의 맛있는 흑돼지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매장에서 해녀복을 입고 서비스하게 된 건 진짜 해녀인 제가 해녀복을 입고 고기를 구워드리면서 고객들한테 해녀의 역사, 해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해녀박물관에서도 해녀에 대해 알 수 있지만 진짜 해녀를 만나기란, 또 만나서 궁금한 것들을 편하게 묻고 이야기 나누기란 어렵잖아요. 그게 자연스럽게 가능한 공간인 거죠.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제가 해녀문화와 일반인들 사이의 접점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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