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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un 01. 2021

마을공동체의 의미와 제주문화의 가치를 알아가다 ③

신동선, 박지훈 우무 대표

우뭇가사리로 그리는 제주 앵커 스토어의 꿈 우무(umu)
신동선, 박지훈 우무 대표 [해녀학교 6기, 7기 졸업]


귀엽다. 뽀얀 푸딩처럼 뽀얀 빛깔을 한 매장 외관에 손글씨로 쓴 듯한 가게 이름 ‘umu’와 캐릭터가 수줍게 웃으며 길게 늘어선 손님들을 바라본다. 2019년 오픈한 우무는 제주 해녀들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원료로 푸딩을 생산, 판매하는 푸딩가게다. 창업한 지 2년을 막 넘긴 지금, 우무는 제주에서 꼭 한 번 들러야 할 디저트 가게로 꼽히고, 가게 앞에는 늘 긴 대기 줄이 생긴다. 신동선 대표는 우뭇가사리와 귀여운 브랜딩이 낳은 이 놀라운 성과의 시작에는 해녀학교가 있었다고 한다.



우무의 시작에 해녀학교가 있다고요. 해녀학교에 다니게 된 얘기부터 해주세요.
신동선    처음엔 큰 뜻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제가 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해서 액티비티 정도로 생각했고, 도시 사람들에게 제주는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잖아요. 그래서 제주 해녀학교에 지원을 했죠. 당시 남자친구였던 여기 박지훈 대표는 제가 좋아하니까 함께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같이 지원을 했는데 저는 붙고, 박 대표는 떨어져서 다음 해에 다시 도전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6기 수료생이고, 박 대표는 7기 수료생이에요. 2012년 무렵에 해녀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제주로 이주를 했고, 물질을 하면서 늘 생각했어요. 내가 제주에서 자리 잡고 뭔가 시작한다면 이런 경험, 해녀들의 활동과 관련된 것을 담아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해녀학교에서의 경험이 어떤 식으로 우무에 영향을 준 건가요?
박지훈    사람들은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이 뿔소라, 전복, 문어, 성게 이런 것들이라고 흔히 생각하는데 실제로 해녀 수입원의 50%를 차지하는 건 우뭇가사리예요. 해녀는 경력이나 실력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 이렇게 나뉘고 들어갈 수 있는 깊이가 다른데 우뭇가사리는 분포가 넓고 서식하는 양도 많아서 상군 해녀나 하군 해녀나 누구나 쉽게 채취할 수 있거든요. 근데 문제는 이렇게 많이 수확한 우뭇가사리를 소비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국내에서 우뭇가사리를 활용하는 방식이 다채롭지 않다 보니 대부분 수출에 의존해요. 그래서 이걸 자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시작이 푸딩이죠.


왜, 푸딩인가요? 로컬 재료를 활용한다고 하면 뭔가 더 지역적이고 토속적인 걸 떠올리게 되는데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에서도 그런 게 강조된 것 같지는 않아요.
신동선    사업을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건 결국 ‘소비자가 좋아해야 한다’라는 점이었어요. 어떤 제품으로 생산했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찾게 될까를 고민한 거죠. 그동안 우뭇가사리의 소비율이 높지 않았던 데서 그 이유를 찾은 거예요. 우뭇가사리를 가공해서 먹을 수 있는 건 보통 ‘묵’인데, 묵이 밑반찬으로 자주 즐겨 먹게 되는 메뉴가 아니잖아요. 많이 먹기도 힘들고요. 그럼 ‘디저트로 개발한다면 어떨까?’ 한 거예요. 요즘은 디저트를 찾아 먹는 문화가 발달해서 밑반찬으로 먹을 때보다 더 자주 먹을 수 있고, 한 사람이 한번에 여러 개도 먹을 수 있거든요. 결과적으로 지금 저희가 생산하고 판매하는 푸딩이 묵 크기로 비교했을 때 연간 3만 8천 2백 개 정도 돼요. 성공적인 편이죠.
박지훈    브랜딩 얘기를 하셨는데, 저희가 우무를 기획하면서 정말 많이 고민하고, 정성을 들였던 부분 중에 하나예요. 우무라는 이름, 캐릭터를 개발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투자했어요. 이름의 경우는 남녀노소 누구나 심지어는 외국인도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고민했고, 캐릭터도 누구나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이미지로 신동선 대표가 직접 만들었어요. 손님들이 캐릭터에 대해서 재미있는 피드백도 많이 주세요. 성산일출봉 같다, 목욕탕 의자 같다 하면서요. 심플하고 귀엽고 뭐든 될 수 있는 이 브랜드가 좋아서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유행인 요즘, 인증샷을 찍어서 올려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제품을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개발해야 하지만 브랜드도 손님들이 호감을 갖고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춰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게 브랜딩이죠.


아까 ‘푸딩이 그 시작’이라고 하셨어요. 앞으로 우무의 미래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요?
신동선    제주에 살다 보니 아직 제주에 제주를 떠올리게 하고, 찾게 하는 앵커 스토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무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었으면 해요. 우무를 시작하면서 푸딩만 만들어 판매하는 브랜드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소재는 계속 우뭇가사리가 되겠지만 상상 이상의 새로운 제품과 사업들을 구상 중이거든요. 또 저희는 매장에서 직원들이 손님을 응대할 때 단순히 빠르게 많은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우리가 이 푸딩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신 게 있으면 답해드리고 이 푸딩에 담긴 가치도 함께 전달하고자 노력해요. 그래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런 부분도 사실 그런 노력의 일부예요. 이 매장, 이 브랜드가 제주에 가지고 있는 애정과 추구하는 가치를 손님들에게도 전달해 상징적인 제주의 앵커 스토어로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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