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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02. 2021

기후 위기의 시대, 제주의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①

제주의 지역 혁신과 발전 방안을 외부 전문가와 함께 모색하는 제주센터의 싱크탱크 협의체인 CIRI(The Core Influencer of Regional Innovation)가 이번에는 제주 농업의 현황과 혁신 가능성을 파악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5월 31일, <기후 위기의 시대, 제주의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진행된 회의에서 제주 농업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키워줄 청년의 농촌 유입과 기후 위기에 따른 친환경 농업 확장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본 내용은 전정환 제주센터 센터장과 발제를 맡은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중심으로 재구성되었다.




(발제 1)

기후 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농촌의 조건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세대교체에 실패한 농촌
면 단위 지역 농촌의 인구 감소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국 면 지역 인구는 2010년 509만 명 수준에서 2020년 467만여 명으로 10년 사이 42만 명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면은 국토 면적의 73%에 달하지만, 인구는 채 10%에 미치지 못합니다. 농촌 고령화도 심각하죠. 2019년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이 14.9%인 반면, 농촌의 고령인구 비율은 46.6%로 농촌의 고령화율이 도시에 비해 3배나 더 높습니다. 면 단위 인구 감소와 농촌의 고령화는 농촌의 소멸의 위기로 이어집니다.


기후 위기 시대, 농업이 잡아야 할 두 마리의 토끼
기후 위기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합니다. 불규칙한 날씨는 수확량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어떤 작물은 산지 폐기를 하고, 어떤 작물은 부족해서 가격이 폭등합니다. 한편, 식량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습니다. 고소득 작물 대신 식량 작물을 재배하면 농가 소득은 감소할 수밖에 없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게 쉽지 않습니다. 농가의 규모가 커져야 소득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데, 농업 정책은 공익직불제1 등의 지원 정책 중심이라 영세농의 소득 보전에는 효과적이지만, 청년들의 농업 유입을 어렵게 만듭니다.
농지가 비싸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청년들이 농촌에 유입되기 어렵습니다. 경북 의성에서 청년 스마트팜 단지 조성에 120억 원을 투자했지만 불과 몇 명 정도만 정착했습니다. 큰 비용을 투자하는 다양한 시범사업들이 추진 중인데, 앞으로도 이런 방식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배출원 감축도 이슈입니다. 우리나라 농업의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q.)2 은 2017년 기준 20.4백만 톤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2.9%를 차지했습니다. 온실가스는 벼 재배, 비료, 장내발효 및 가축분뇨처리 과정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농업이 직면한 과제는 비료와 농약을 줄이면서, 동시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종자 개발과 피복작물3 재배와 같은 새로운 영농기술의 적용이 필요합니다. 양분관리제4 와 경축순환농법5 이라는 큰 틀에서 정책 의제로 논의되고 있지만, 결국 소득과 직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농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면적당 지급되는 인센티브는 영세농에게는 환경친화적 농업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낼 만큼 충분치 않습니다.


접근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
소농직불금 등의 지원 정책의 결과 규모 0.5ha 이상 소농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접근은 기존 농촌의 안정화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차세대로의 경영 이양 또는 청년의 농촌 유입을 어렵게 만들어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한 농가의 너무 작은 경작면적은 새롭게 개발된 친환경 농업 기술의 현장 확산을 막는 장벽이자 농업과 농촌의 디지털 전환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합니다. 투자 대비 효용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농촌 지역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는 접근 방법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면 단위 지역에서 청년들이 살 수 있는 정주 여건과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청년주택단지, 농지 장기 무상임차제도, 농촌특례입학제도 등 과감한 정책을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부처에서 시행 중인 농촌 개발 사업을 청년 정책 중심으로 재편하고, 농촌지역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발굴하는 일도 동시 추진해야 하며, 부족한 부분은 청년농업인 직불제를 도입해서 보완하는 등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합니다.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면 단위 지역을 비즈니스 생태계로 만들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스마트 농업을 위한 사업 지원 인력, 재생에너지 발전, 쉼터로서의 농촌 등 지역의 소득을 높여 비즈니스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기존의 고착화된 체계를 바꿀 기회
기후 위기는 기존의 고투입 농업6 을 통한 성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원예산업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화학비료에 기반한 식량 증산은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 중 농업의 총 부가가치 비율은 1.6%에 불과하지만 농업 전후방 산업이 굴러가는 동력을 제공하므로 작은 산업으로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글로벌 영역으로 확장하면 농식품 시스템(Food System)은 34%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전체 가치사슬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기존의 고착화된 농업생산 중심의 사고로는 결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농업·농촌 정책은 기성세대 중심이었고 미래 세대의 참여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 관점을 바꾸지 못하면 우리 농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의 위기로 다가올 것입니다. 미래 세대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함께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청년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그들의 권리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발제 2)

기후 위기 시대 제주 농업은 어디로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2020년은 유난히 긴 장마와 가을철 가뭄, 겨울철 한파가 동시에 찾아왔습니다. 파종 이후 월동채소의 생육이 불량했고, 그 결과 농산물 시장 가격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주도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있어 거의 매년 영향을 받으며, 기후 변화로 빈번해진 태풍에 영향을 더 많이, 자주 받게 될 것입니다. 제주도 농업은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친환경 농업 성장은 여기가 한계인가?
제주도는 2005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우리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제공하는 조례를 통과시켰고, 2006년엔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한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청정 1차 산업을 설정했습니다. 농축산식품국의 책임 부서는 친환경농업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친환경 농업 육성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제주도 친환경 농산물 인증 면적은 2012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도내 친환경 인증 농지는 2,204ha로 전체 농지 면적의 3.7%에 불과합니다. 친환경 인증 농가는 1,171호로 전체 31,111호 농가의 3.8% 수준입니다. 2019년 기준 전국 친환경 인증 면적 비중이 5.3%이고, 농가 수 비중은 5.8%인 것과 비교해도 제주 지역 친환경 농업 비중은 낮은 수준입니다. 

EU는 그린딜의 농업 부문 전략으로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Fork)’를 설정하고, 지금의 유기농업7 비중을 8.5%에서 2030년 25%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EU 유기 농지 비중은 국가마다 0.5~25% 수준으로 차이가 큰데, 독일 농지 비중이 25%로 가장 높습니다. 제주도 친환경 농산물은 학교급식에서 소화하거나 생협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 전부이며 유통 경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구의 실질소득 감소는 친환경 농산물 시장 성장을 더욱 불투명하게 합니다. EU와 같이 전략적으로 친환경 농산물 판매를 촉진하지 않으면 이 정도가 한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덜 생산하고 덜 오염시키는 농업의 설 자리는 좁다
제주도 농림어업 부가가치 생산액은 지역 내 총생산(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GRDP)의 8.8%를 차지하고 농가 인구 비중은 12.3%에 불과하지만, 농림어업은 제주도 면적의 86.5%를 차지합니다. 농업 분야에서도 농업생산액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만감8 류, 양돈, 광어 양식입니다. 노지 농업은 재배면적은 넓지만, 단위 면적당 생산액이 낮습니다. 노지 농업에서 뿌려지는 질소비료와 농약은 직접적으로 토양과 지하수에 영향을 미칩니다. 노지 농업은 농업 경쟁력에서도 열위에 있고 토양 및 수자원 환경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 곳입니다.



자료출처: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친환경 인증관리정보시스템



제주도 노지 농업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는 정책 필요
노지 농업 생산물은 노지 감귤, 월동채소 그리고 사료작물이 있습니다. 소비자 미각 수준이 높아져 덜 달고 시큼한 노지 감귤의 소비량은 매년 감소 중입니다. 또한, 노지 농업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재해 위험에 노출됩니다. 우리는 앞으로 제주도 노지 농업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요? 제주도는 환경과 관광산업이 연결된 곳으로, 오랜 세월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 결과로 만들어진 노지 농업은 휴양 서비스 제공 산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된 숲의 휴양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길과 벤치가 필요하듯이 말입니다.





1. 공익직불제(소농직불금): 농업 활동을 통해 환경보전, 농촌공동체 유지, 식품안전 등의 공익기능을 증진하도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

2.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q.): carbon dioxide equivalent.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으로 각각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온실가스별 온난화지수(GWP)를 곱한 값을 누계하여 구한다.

3. 피복작물(cover crop, 被覆作物): 토양을 비료의 유출 및 침식으로부터 막기 위하여 과수 사이 또는 계절적 작물 사이에 재배되는 작물

4. 양분관리제: 가축분뇨나 퇴·액비 등 비료 양분(인, 질소)의 투입·처리를 지역별 농경지의 환경용량 범위 내로 관리하는 제도. 일정 범위의 농경지 등에서 발생한 양분의 투입량과 산출량의 차이인 '양분수지'를 관리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농경지에 대한 양분의 과잉 투입을 막기 위한 제도다. (출처: 돼지와 사람)

5. 경축순환농법: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는 자가 경종과 축산을 겸업하면서 각각의 부산물을 작물 재배 및 가축 사육에 활용하고, 경종 작물의 퇴비 소요량에 맞게 가축 사육 마릿수를 유지하는 형태의 농법

6. 고투입 농업: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생산주의 농정하에서 비료, 농약, 기계, 시설 등을 집약적으로 투입하여 환경과 생태에 부담을 주는 농업 방식 (참고: 한국농어민신문)

7. 유기농업(organic farming): 지속가능한 농사를 위해 합성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분뇨와 짚 등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퇴비, 풀로 만든 녹비, 골분 등 유기물 유래 비료를 사용하고 천적곤충, 미생물농약 등을 사용하거나 섞어짓기, 돌려짓기 등을 활용하는 대체 농법

8. 만감(晩柑): 감귤나무 품종과 당귤나무(오렌지) 품종을 교배해 새로 만든 재배 감귤류 과일로, 통틀어 이를 때 만감류(晩柑類)라고도 부르며, 서양에서는 ‘탄제린(tangerine)’과 ‘오렌지(orange)’의 합성어인 탕고르(tangor)로도 불린다. 제주감귤 가운데 잘 알려진 만감류인 레드향, 진지향, 천혜향, 한라봉, 황금향, 한라향 등은 일본에서 개발해 도입된 품종이다. 한국산 만감류 품종으로는 가을향과 미니향, 윈터프린스 등이 있다. (출처: 위키백과)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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