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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02. 2021

기후 위기의 시대, 제주의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②

(토론)

청년의 농업 진입부터 친환경 농업까지

제주 농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나아갈 방향


앞선 발제를 바탕으로 전정환 제주센터 센터장,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이 CIRI 위원들과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은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되었다.



청년의 농촌 진입

왜 어렵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남재작 청년들은 현실적으로 농지를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농사를 지어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또, 우리나라 토지는 대부분 쪼개져 있어 5천~1만 평 단위로 몰려있는 농사 짓기 좋은 농지가 거의 없습니다. 농경하기 상당히 어려운 조건입니다. 개별 농가와 계약재배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지만, 청년이 농가에 매번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도적 매칭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정환 청년과 농가가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공공에서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안경아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경아 청년이 농지를 얻게 할 방법으로 당장 가능한 것은 공유지입니다. 국공유지 땅 임대 정책을 청년을 우선 대상으로 시행해보는 것이죠. 이를 통해 5년 이상 안정적으로 농업을 연습할 기회와 농가 경영체를 보유하고 운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까 이러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할 것 같고요. 계약재배 시장은 표준화된 시장이 아니어서 실패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약을 의뢰하는 당사자가 품종이나 생산량 등 농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농가가 그의 요구사항에 맞춰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청년농이 농업에 관해 잘 알아야 계약재배도 성공합니다. 농지 해결 관점에서 비공식 시장이 공식 거래 시장으로 갈 수 있도록 공공에서 역할을 해서 플랫폼을 형성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추가적으로 농업 지식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개별적, 암묵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습득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통해 얻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에 인큐베이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정환 계약재배는 잘 활용할 청년과 농가가 있지만 그럼에도 신규로 유입되는 청년들이 활용하기에 제도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이해했고요. 계약재배를 고도화하는 등 솔루션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기존의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방법을 우리가 조금 더 표준화하는 것, 암묵지를 형식지로 올리고 제도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경아 농지 거래 시장도, 농산물 거래 시장도 지역사회 네트워크 안에 있어서 그 안에 들어가서 접속해야만 비즈니스에 적합한 경영체가 만들어집니다. 먼저 귀농한 지역 리더나 청년들이 지역과 연결하는 역할을 해주고요, 제주 전체를 봤을 때는 더큰내일센터가 그 역할을 해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정환 그런데 더큰내일센터의 고민은 학생들이 유통과 소비에는 관심이 많은데 구조적으로 청년이 농지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제주는 특별자치도이고 농업이 중요한 산업입니다. 다양한 정책 설계자들이 보다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 주제를 가지고 정책 설계를 하고 시범 사업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남재작 청년 한 명이라도 농촌에 뿌리내리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정부 주도로 청년마을을 조성하는 것도 좋은 접근 방식이지만 상당히 어렵고 투자 비용도 큽니다. 제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방식은 ‘청년이 농사를 짓게 하자’는 장기적인 관점입니다. 부모에게 농업을 물려받은 2세 농업인은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승계를 원치 않기 때문에 어떻게 농가를 잘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가 첫 번째 고민이고, 농업에 새로 도전할 청년을 어떻게 유입할 것인지가 두 번째 고민입니다.



친환경 농업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남재작 화학비료는 이산화탄소보다 약 300배 이상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아산화질소9 를 발생시킵니다. 토양에 스며든 화학비료의 일부는 물과 함께 빠져나가고 일부는 토양에서 아산화질소가 되어 하늘로 날아갑니다. 아산화질소의 온실가스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더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양은 적지만 영향이 큽니다. 또한 전 세계 화석연료 공급량의 2%가 질소비료 생산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에너지를 줄이는 관점에서 질소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죠. 기후 변화 대응책으로 제일 중요하게 다루는 건 자연을 복원하는 것입니다. 습지나 숲으로 복원하는 게 중요하고, 그다음이 생태 농업으로 가는 겁니다.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방식이 중요하거든요. 단일경작은 기후 변화에 취약합니다. 단일경작보다는 5ha, 10ha 규모의 농가가 여러 작물을 같이 심어 상호 생태적 보완을 이루는 방식이 있어요. 또 겨울철에 콩과 작물을 심었다가 봄철에 다른 작물을 심는 돌려짓기 방식이 시도되고 있죠. 이건 단위 면적당 양이 크지 않아서 대단위 규모 농가에서만 효과적이에요. 농가 단위로 수익은 크지 않지만 제주 전체 농지의 50%가 참여하면 수익 규모가 커지는 거죠. 농업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로 인해 수질오염과 부영양화가 발생하는 등 환경 부하가 커집니다. 그래서 환경부에서는 가축분뇨를 폐기물로 보고, 자기 농장이라고 해도 지정된 방식으로 뿌리지 않으면 폐기물 무단 투기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양분관리제나 양분총량제 개념이 나오는데, 지역별로 양분을 얼마나 쓰는지 확인하고, 양분 사용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도록 강제시키는 거죠. 그러려면 농가에서 다 기록해야 합니다. 액비 차량은 전부 환경부의 전자연계시스템에 등록되어야 하고 달려있는 계측기로 모니터링이 되어야 합니다. 경축순환농법 관련해서는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문제와 효율화 문제가 공존하고 있어요. 농장에서 나온 분뇨를 순환해서 뿌린다는 개념이 의미가 있으려면 보다 더 많은 농경지를 확보해야 가능한데 대부분 그렇지 않기 때문에 법의 제한을 받아야 합니다.

안경아
 제주도 탄소 배출량은 산업 영역으로 보면 에너지 생산, 즉 화력 발전소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고 농업 분야는 그보다는 적습니다. 제주도에는 제조업이 없어 에너지 생산 다음으로 배출량이 많은 분야가 농업인 것 같습니다. 탄소 문제는 일부만 봐서는 어렵고 종합적으로 접근했을 때 논의가 가능한 것 같아요. 가치 사슬 전반을 봐야 측정이 가능한데 관련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기초 연구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철이 아닌 시기에 먹을 수 있는 감귤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제철에 먹는 감귤을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100배가량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생산자를 어떻게 매치해야 할까요? 소비자는 사계절 먹고 싶고, 생산자는 자연적 조건과 제약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무리 소비자 중심 사회라고 하지만 소비자도 생산자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비자와 생산자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로컬크리에이터가 해주길 바랍니다.



농촌 비즈니스 모델 혁신

어떻게 가능할까?


전정환 농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소농의 비전을 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디지털 농업이나 중농 이상의 규모로 대안을 제시해야 할까요?

남재작 소비 문제는 접근 방식이나 관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면 시장에 뛰어들 청년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산 쪽은 여러 문제가 있죠. 저는 지역 단위 접근 방식을 제안합니다. 고령화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큰 규모의 농경지를 직장으로 삼아서 청년들이 농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농업회사법인과는 다른 개념이죠. 20년 후, 농촌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리 디지털 전환 시설을 갖춘 농가가 생길 것이고, 스마트팜을 운영할 적합한 인력이 필요합니다. 탄소중립, 경축순환농법을 추진할 때는 농약과 비료 사용 대장을 정리하고 데이터를 구축해야 합니다. 관련 인증 제도가 많아 소규모 농가의 농민이 혼자 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인력이 없으면 비료와 분뇨의 사용량, 순환량을 정리하는 품질관리에 문제가 일어납니다. 또 기후 위기 때문에 농작물 생장 환경이 변화하고, 작물 선택과 비료 사용에 신중해야 합니다. 지금은 옆집 농민이 농약을 치면 따라서 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이걸 좀 더 세분화해서 들어가면 어떤 병해충이 나오는지 검출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방지 방안을 결정하는 사람이 있는 등 농작업을 분업화할 수 있는 것이죠. 중소규모 농가에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새로운 기술 수혜에 대응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후 변화, 탄소중립, 시장 변화, 이 모든 것의 변화를 농민 혼자서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스마트 농업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구상하다 보면 개별 농가 단위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지역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의 관점으로 확장됩니다. 생산 영역의 문제를 비즈니스 단위, 창업 요소로 만들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어 농장을 인수하거나 농업에 친숙해지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이죠. 제주도는 뛰어난 청년이 많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독특한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20년 후 자리잡을 농촌의 모습을 제주에서 하나의 혁신적 테스트베드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정환 청년들이 탄소중립이나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위미농협과 아일랜드박스10의 사례처럼 농협과 협력한 비즈니스 혁신 사례도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협력 모델을 확산하려면 각 성공 사례들을 잘 정리해 공유하고, 정책에 반영되는 선순환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주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전정환 제주에서 농업 분야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청년을 J-Connect Day에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또 전국의 청년들도 초대해서 서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면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경아 농민은 대부분 반농이거나 반농반어(半農半漁, 농사를 지으면서 어업도 함께 하는 일), 또는 다른 직업과 농업을 병행합니다. 농업으로 소득을 다 채울 수 없다면 다른 활동으로 소득이 보충되는 지역사회 모델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농지만이 아니라 지역 일자리,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다양한 농민을 생각하면 좋겠어요. 정책 대상의 관점에서 어떤 사람을 지원할 것인가, 전업농은 물론이고 겸업농도 지원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재작 농업은 엄청난 전후방 산업을 가지고 있어요. 선진국일수록 산업 구조가 서비스 산업 중심인데, 서비스 산업은 1차 산업의 가치가 연결된 것이고, 결국 1차 산업이 얼마나 건강하냐에 따라 다른 산업의 가치 역시 달라지기 때문에 1차 산업과 가치 사슬을 어떻게 건강하게 디자인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제주가 선진지로서 가장 좋은 농업조건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농촌과 도시가 융복합되어 있으면서도 농업에 접근하기 어렵지 않고, 외부에서 청년이 들어올 여건이 갖춰져 있어 관광 도시이자 농촌혁신모델로서 세계적인 벤치마크 사이트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전정환 오늘의 토론이 전국의 로컬크리에이터가 제주에서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지역혁신 싱크탱크 협의체(CIRI)와 J-Connect Day를 통해 청년들이 더 살고 싶은 지역의 모델을 고민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잘 하고 있는 청년의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제주에 적용하는 고민을 함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제주에서 만든 사례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까지요. 오늘 어려운 화두를 얻었지만, 문제의식이 구체적으로 잡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논의를 발전시킬 기회를 또 만들어보겠습니다.


※ 본 원고는 더스토리B 이다혜, 배주희 작가로부터 제공 받았으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11월에 발행되는 ‘2021년 제주 지역혁신 싱크탱크 협의체(CIRI) 아카이빙 자료집’에서 볼 수 있습니다.




9. 아산화질소(nitrous oxide, N₂O): 무색의 기체로, 물·알코올에 잘 녹으며  마취·환각효과가 있다. 아산화질소의 생성원 중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것은  주로 농작물 재배에 투입되는 질소비료다. 증가하는 식량과 사료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질소비료 사용량을 늘리면 대기로 유입되는 N₂O 배출량도 증가한다.  N₂O는 미량이지만 대기 중에 유입되면 약 120년을 존속하고 CO₂의 300배에  달하는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 (출처: 연합뉴스, 비료서 배출되는 제3 온실가스  아산화질소 지구온난화 '복병') 

10. 아일랜드박스: 귤과 만감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로, 제주도 최대 단위 농협인  서귀포 위미농협과 직거래 계약을 맺어 위미 지역의 우수 귤 생산자들의 질 좋은  상품을 선별하여 유통, 판매한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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