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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03. 2021

핫하디핫한 제주 초당옥수수 이야기


홍창욱 대표가 이끄는 공심채는 국제결혼으로 제주에 온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제주산 아열대 채소를 생산·판매하는 농업회사법인이다. 제주의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공심채가 지난해부터 주목하고 있는 농산물이 있다. 바로 초당옥수수다. 초여름만 되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제주 초당옥수수는 어떻게 여름 작물의 신흥 강자가 되었을까?


. 홍창욱 공심채농업회사법인 대표





‘6월에 팔 만한 농산물이 있던가?’
항상 달력을 보며 이달의 농산물 혹은 제철 농산물을 고르던 나였다. 본격적인 더위가 다가오는 여름 초입에 제주는 대표적인 상품을 찾기가 어렵다. 텃밭에는 여러 작물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시기임에도 제주는 유독 그러했다. 이유는 봄에 수확되는 대표적 농산물인 마늘에서 찾을 수 있다. 5월 말부터 제주에는 난지형 마늘이 수확되는데 그때 형성되는 마늘의 가격이 그해 전국 마늘의 시세를 결정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대정과 안덕에서 수확되는 마늘은 제주 생산량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그 수량이 전국에서 아주 높지는 않지만, 초기에 수확되기에 수확량과 품질, 결정적으로 가격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소득은 말할 것도 없어 한때는 하루에 마늘 수확을 위해 대정에 오는 인력만 3천 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그다음이 단호박이다. 수확하여 후숙을 거치며 소비자 식탁에 오른 것이 6월 중순쯤이다. 곧 있으면 장마가 시작된다. 장마가 시작되면 여름이고 여름에는 농사를 쉬며 다음 작기를 준비하게 된다. 마늘 농가는 토양소독을 시작하며 다음 농사를 준비하고 단호박 농가도 다음에 심을 농사를 준비하던 것이 원래 제주의 6월 레퍼토리였다. 그런데 이 시기에 핫하디핫한 신흥 강자가 나타난 것이다.


제주의 여름을 장식하게 된 초당옥수수
구글 트렌드로 미니단호박과 초당옥수수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시기에 검색이 집중되는데 미니단호박이 매년 비슷한 진폭을 보인다면 초당옥수수는 매해 눈덩이처럼 검색량이 늘어난다. 대도시인 서울·경기 지역에 초당옥수수 검색량이 집중되는 것도 앞으로 이 트렌드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제주에 살고 있지만 초당옥수수를 처음 접한 건 지난해다. 2020년은 악몽 같은 코로나19가 국내에 번지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창업 2년 차였던 나 역시 마찬가지다. 레드향, 천혜향, 한라봉 등 인기상품 농산물의 시즌이 1월부터 3월까지이고 그 이후에 판매할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던 차에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이 카드 충전 형태로 지급되었다. 한 가정에 80만 원이나 입금되었는데 그 돈을 지역 상점에서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으니 온라인 스토어 하나밖에 가진 게 없던 우리 법인은 손가락만 빨아야 할 상황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평소 알고 있던 무농약 딸기와 블루베리 농가를 찾아가 팔 기회를 잡았고, 나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제주 전역으로 트럭을 몰며 카드리더기로 매출을 올렸다.
그러던 차에 아는 세무사님이, 선물하려는데 혹시 초당옥수수 안 하냐고 내게 물었다. 10년간 많은 농민을 만나다 보니 어렵지 않게 초당옥수수 농가를 만났고 그렇게 신세계에 눈뜨게 되었다.


이것은 과일인가 옥수수인가?
딸기라는 극 신선 농산물을 팔아보니 농산물 판매가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맛있는 과일은 제대로 익었을 때 수확을 해야 하고 수확된 농산물은 그날 모두 판매가 되어야 한다. 하루만 지나도 신선도가 떨어지고 그때는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떨이로 넘겨야 하는 것이 농부의 고충이다. 이게 공판장에 몰리게 되면 가격은 폭락하고 공판장까지 가는 기름값이 더 나오게 되는 모순적인 일이 발생한다.
초당옥수수는 그에 비해 좀 나은 편이지만 마찬가지다. 초당옥수수를 처음 맛보았을 때 정말 놀랐다. 밭에서 수확해서 그 자리에서 깨물어 먹는 옥수수라니. 옥수수 껍질을 벗기고 깨물었을 때 수분이 앞 사람 얼굴에 튈 정도다. 당도는 소비자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레드향보다도 높다. 하지만 수분이 많다 보니 쉽게 증발하고, 표피가 마르면 쭈글쭈글해지며 상품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다행인 것은 여러 겹의 껍질이 옥수수 표면을 감싸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맛있는 초당옥수수는 어떤 옥수수일까. 제대로 익었을 때 수확하여 가장 빨리 소비자 식탁에 오른 옥수수일 것이다. 보통 새벽 5시에 작업을 시작하여 5시간 정도 수확하고 선별을 하다 보면 포장 시간이 온다. 제주는 12시가 택배가 마감이기에 전날까지 주문받은 송장과 수량이 확정되면 10시부터 12시까지 열심히 포장하고 짐 싣기를 하게 된다.


지난해에 공심채농업회사법인과 함께 한 첫 번째 초당옥수수 농가는 700평 규모의 아담한 농장 크기였고 친환경 농사를 지었다. 9천 주를 심었다고 하는데 보통 옥수숫대에 1개의 옥수수만 상품이 되기에 9천 개가 수확되었다. 옥수수를 한 번에 심었고 그 옥수수가 순차적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수확되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수확 인력의 효율과 옥수수의 특성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옥수수를 수확하기 시작하는 6월 초부터 장마가 시작되는 6월 말까지는 한 달도 채 시간이 없다. 장마가 시작되면 벌레가 생기기 쉽고 옥수수수염이 떨어진 자리에 옥수수알은 커져 틈이 벌어지면 끝부분에 애벌레가 자리 잡는다. 습해서 눅눅해지면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기에 수확 적기를 맞은 농민들은 최대한 빠른 시기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수확해서 판매하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면 남의 손을 빌려야 하고 남의 손을 빌리다 보면 제대로 된 선별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옥수수는 누구에게서 왔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그게 상품의 얼굴이고 보증이기에 생산자들도 책임감이 생기고 소비자도 믿고 신뢰할 수 있다.


라이브 방송에 태우고 수출에 태운 초당옥수수
초당옥수수 산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제주 애월에서 시작한 옥수수가 한림, 대정, 안덕을 넘어 성산까지도 확대되고 있으며 육지에서도 해남에서부터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유는 짧은 시간에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귤 농사와 밭농사를 겸하고 있는 아는 농부는 지난해 안덕의 작은 밭에서 시작한 옥수수 농사를 올해 2개 밭으로 확대하였고 수확 시기도 앞당겼다. 수확이 빠를수록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농가는 올해 천만 원의 소득을 어렵지 않게 올렸다.
올해 둘러본 성산 지역은 마을 차원에서 재배지를 확대하고 있었다. 대략 5년 정도 농사 이력을 가진 성산의 농가들은 재배 평수만 5만 평, 하루 최대 3만 개의 초당옥수수를 수확한다고 한다. 그 많은 양은 과연 어디로 향할까.
초당옥수수로 유명해진 기업에 납품하고 있었고 그 많은 양을 처리하기 위해 저온저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크게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얘길 하지만 작물이 제일 맛있을 때는 수확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고 냉장고 들어가기 바로 전일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가더라도 빨리 먹어야 맛있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초당옥수수를 수출할 때도 이 맛이 보존될까 걱정이 되었는데 수출을 담당한 물류회사에서 크게 이슈는 없었다. 적재공간이 부족해서 원래 계획한 물량보다 훨씬 적게 나가긴 했지만 멀리 동남아시아의 가정집 식탁까지 제주의 초당옥수수가 신선 농산물 그대로 올라가니 참 뿌듯한 일이다.


초당옥수수 네이버 쇼핑 라이브 장면


또 한 가지 새롭게 시작한 것이 바로 라이브 방송이다. 지난해 7월 말 처음으로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시작한 나는 라이브 방송이 지역에 참 어울리는 소통 채널이자 판매 방법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현지에서 생산자 이야기도 듣고 농산물의 특성과 먹는 법까지 알게 되며, 반짝 할인의 기회까지 얻게 되니 방송을 안 볼 이유가 없다. 휴대전화 하나로 어디서든 수많은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는데 그 시공간이 우리에게 줄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 기회를 아무나 잡을 순 없다. 좋은 상품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좋은 상품임을 입증할 마케터가 있어야 하며, 그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들락날락하는 길목의 채널이 있어야 한다.
초당옥수수는 지역 마케터에겐 맛있는 귤이 끝나는 절묘한 시즌에 등장한 구세주 같은 존재이며, 색다르고 간편한 먹거리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겐 보물 같은 존재다. 앞으로 산지가 많이 확대되겠지만 ‘제철’이 너무 짧아 아쉬움이 더할 것이기에 핫한 트렌드는 지속할 것이다. 매해 6월은 이제 ‘초당옥수수가 익어가는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농부와 함께 촬영한 초당옥수수 네이버TV 영상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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