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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06. 2021

1차 산업과 IT 기술의 접목으로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오랜 시간 IT 기업에 몸담아 온 그린랩스 신상훈 대표는 농업으로 전향한 이유에 대해 “평생 고민하고 풀어도, 풀지 못할 정도로 어렵고 큰 문제를 사업으로 풀어내고 싶었고, 그것이 농업이었다.”라고 했다. 농업은 인류가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1차 산업이면서, IT 기술과 접목했을 때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을 시작으로 농작물 유통 등 더 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린랩스를 만나보자.





리디북스, 아만다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후 새로운 사업 분야로 ‘농업’을 택하셨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저를 포함한 그린랩스 공동 창업자 안동현, 최성우 대표 모두 10년 이상 IT 기술 기반의 서비스를 만들어 온 사람들이에요. 여러 서비스를 창업·운영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다가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식문화와 직결된 농업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어요. 농업 혁신의 필요성과 평생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는 확신, 그리고 IT 기술에 기반한 성장가능성을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린랩스는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데이터 농업 스타트업이에요. 농업의 전 과정에서 농민이 가질 수 있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서비스로 제공해 농민 누구나 최적의 농장 운영과 그에 따른 수익 증진을 이루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첨단기술을 통한 농업 혁신과 종사자들의 수익 극대화가 곧 기업 비전입니다.


농민 10명 중 1명이 그린랩스의 ‘팜모닝’을 이용하고 있다고요. 서비스 소개를 부탁드려요.
팜모닝은 농민이 농장을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농사 전 과정에 디지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에요. 날씨, 시세 정보, 병해충 정보와 작물 데이터는 물론이고 종자를 심고 작물을 키우는 과정, 수확 후 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또 농사지식인, 농자재 정보를 통해 모든 회원 농가들이 농장 경영에 있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지원해요.
우리는 ‘노동집약적인 농사’가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기술집약적인 농사’를 지향해요. 그리고 농업의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의 진화, 즉 디지털 전환이 팜모닝을 통해 일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스마트팜 기술뿐 아니라 농산물 유통과 농자재 판매까지 그야말로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서비스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그린랩스의 최상위 미션은 ‘농민을 위한 서비스’이고 농민 수익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게 먼저입니다. 농민이 기술집약적인 데이터 농업 서비스를 통해 작물을 잘 재배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수확한 작물을 잘 판매할 수 있는 유통판로가 확보되어야 농민에게 도움이 돼요. 이런 선순환이 구축되면 건강한 농업 생태계가 만들어지죠. 선순환 생태계를 통해 고령화, 농업 인구 감소와 같은 오랜 현안도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봐요. 청년들의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농사를 선택하게 하는 것, 생산부터 판매까지 농업의 밸류체인 서비스를 제공해 건전한 농업 생태계 육성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하우스에 설치된 장비를 통해 농사 데이터가 수집·제공되는데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원리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그린랩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클라우드 기반의 2세대 스마트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비닐하우스의 온·습도부터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EC(염도), pH(산성도) 등 환경정보에 따라 원격으로 농업 생산시설을 제어했던 1세대 스마트팜에서 나아가, 실시간 환경정보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생육 정보를 바탕으로 농장을 원격·자동 제어해 보다 정밀하게 농작물의 생육 관리를 돕는 기술이에요. 기존 1세대 스마트팜 기술이 농장환경을 원격제어 관리하는 리모컨 역할로 노동력을 감소시키고 편의성을 증대시켰다면, 2세대 스마트팜은 데이터 기반의 생육 정보 추천 값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가의 농장환경 제어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을 도와요. 농민들이 작물과 농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해도 팜모닝을 통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판단하고 농장을 제어·관리할 수 있어요.
팜모닝의 클라우드 서버에는 1분마다 농장의 다양한 환경정보가 업데이트되고 800여 종 이상의 작물 데이터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죠.


공기질을 관리하는 스마트 유동팬을 설치한 농가


스마트팜으로 전환하고 팜모닝 서비스를 사용하는 농민은 어떤 분들이고 반응은 어떤가요?
팜모닝이 농가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고 있어서 여러모로 반응이 좋아요. 현재 팜모닝 회원농가는 25만 농가이고 1200여 농가가 스마트팜을 도입했어요. 그린랩스는 시설원예, 노지, 축사 등 다양한 형태의 1차 산업 종사자에 스마트팜을 보급하는데 특히 시설원예 농가의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고객 연령대는 30대부터 60대까지 다채롭고요. 스마트팜을 잘 경영하면 일반 농업 대비 약 20% 정도 수익을 키울 수 있고 최대 40%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회원을 더 늘릴 수 있을 거로 기대해요.


IT 기술 덕분에 ‘화이트칼라 농민시대’라는 말도 생겨났고 이미 어느 정도는 농민들의 체력적 수고가 덜어지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더 가능할까요?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스마트팜을 1~3세대로 구분하고 있어요. 1세대는 스마트폰 온실제어 시스템, 2세대는 데이터 기반 생육 관리, 3세대는 지능형 로봇 농장을 말해요. 국내에서는 1.5세대 정도의 데이터 농업 기반의 환경 구축에 노력하고 있고 그린랩스는 2세대 스마트팜을 실현하고 있어요. 스마트팜을 비롯해 농사를 짓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서 이런 기술의 도입과 진화는 더욱 가속화될 거예요. 아직 국내 환경이 데이터 농업을 준비하는 입문 단계이기는 하지만, 그린랩스가 지향하는 데이터 기반의 농업 밸류체인이 구축되면 언제 얼마만큼의 작물이 생산되고 언제 어디서 농산물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게 돼요. 생산과 수요에 따라 보다 경제적인 농업 환경이 마련될 거예요.


농장 환경을 최적의 조건으로 제어하는 팜모닝의 자동화 기기


6년 전만 해도 한국의 스마트팜은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어요. 지금의 한국 스마트팜 환경은 어떤 수준이고 얼마나 발전했다고 보세요?
네덜란드, 미국은 농업선진국이에요.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 절반도 안 되는데 농지 면적은 훨씬 커요. 농지 면적이 크다는 건 땅을 농업 용지로 쓰는 게 가장 수익이 좋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농업의 수익성이 높아져야 해요. 농가 소득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농업 종사자가 늘고 농촌 유입인구가 늘어나고 농산업 기술이 발전하고 농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어요. 마치 나비효과처럼요.
최근에 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미래 농업 기술이 바삐 연구·개발되고 있어요. 그러나 기술 발전과 함께 젊은 인력의 수급이 필수적인데, 농업을 아직 창업군으로 선택하는 건 망설이는 것 같아요. 자영업자들이 커피숍, 치킨집은 보다 쉽게 창업을 결정하는데 농업에 대한 인식은 부족해 보여요. 데이터 농업을 통해 경력이나 기후에 따른 생산성 격차를 줄이고 일정한 생산 능력을 유지한다면 농업도 청년 창업의 하나의 카테고리로 들어갈 수 있다고 기대해요.


기존 농업인들의 스마트팜 전환 확대를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세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스마트팜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요. 그런데 시설원예 설비·시공 등 하드웨어 중심으로 몰려있죠. 농장에 설비 시공만 해두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효용성이 떨어지기도 해요. 스마트팜은 단순 하드웨어 보급을 넘어 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교육과 소프트웨어의 활성화가 뒷받침되어야 해요. 지자체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등 스마트팜을 적극적으로 지속할 활성화 방안이 필요해요. 그린랩스도 회원 농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고 계속 확대해나갈 겁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농업에서도 탄소중립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어요. 농업이 기후 위기에 주는 영향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특히 지난해 긴 장마, 잦은 태풍 등 이상기후로 농가의 피해가 커지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탄소중립’에 농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죠.
저희는 최근 미래농업 탄소감축 협의체를 출범하고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농법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어요. 한국온실작물연구소, 한국무경운농업연구회 등 농업, 탄소 전문가들과 농촌의 탄소 감축 및 상쇄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연구개발하고 국내 농가에 적용 또 확산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토양에서 탄소를 안전하게 격리하는 농법인 ‘탄소 농법’을 근간으로 탄소감축 방안에 고심하고 있어요. 탄소 농법은 탄소를 토양에 가두는 농법으로, 미국의 대표 농업 유니콘 기업인 인디고(Indigo Ag.)와 FBN(Farmers Business Network)에서 일찍이 농민들을 대상으로 장려해왔어요. 그린랩스는 협의체를 통해 국내 농가에 적합한 탄소 농법을 연구개발하고 연내 농가 대상 시범사업에 착수할 계획이에요.



올인원 농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팜모닝


최근 200억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어요. 이를 통한 앞으로의 계획과 그린랩스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린랩스는 올해 팜모닝 서비스의 고도화, 기술 R&D 투자 강화, 인력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먼저 팜모닝의 성장을 가속화해서 30만 농가 이상의 회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또 여러 기업과 협업해 농기계 자동화, 자율주행 등 데이터 기술을 강화할 예정이에요.
궁극적으로 우리는 농업 전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어요. 늘어나는 인류 숫자에 따라 식량 생산량이 증대되어야 하는 반면 생산비용은 낮아져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한 좋은 대안으로 스마트팜을 꼽을 수 있고 더 나아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거로 봐요. 농업의 디지털 전환에는 생산뿐만 아니라 최적의 작물생산 데이터 제공, 유통에 대한 컨설팅 등을 아우르는 토탈 서비스 형태로 나아가야 해요. 그린랩스는 팜모닝을 필두로 이 같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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