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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09. 2021

자동 주문처리 플랫폼으로 농업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다

윤성진 에이임팩트 대표


농부들은 밭에서, 과수원에서 종일 농작물 돌보기도 바쁜데 전화, SNS, 이메일 등 다양한 채널로 밀려 들어오는 주문을 정리하고 고객 응대까지 하려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 에이임팩트 윤성진 대표는 생산과 판매를 직접 하는 농부들의 애로사항을 간파하고 자동 주문처리 솔루션 앱 ‘어레인지’를 개발했다. 그는 기술로 농업과 그 종사자들을 널리 이롭게 하고 싶다는 큰 꿈에 이미 한 단계 다가서 있었다.





농산물 판매자의 편의성을 높여준 앱 ‘어레인지’가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어떤 앱인가요?
어레인지는 메시지 주문과 쇼핑몰 주문 통합 플랫폼이에요. 텍스트 마이닝 기술을 기반으로 문자, 카카오톡, 소셜미디어 DM 등 다양한 채널로 접수되는 주문 메시지를 자동으로 처리하고 CS 연동 간편결제 주문서도 제공합니다. 텍스트 마이닝이란 다양한 정보를 포함한 텍스트 더미에서 특정 주제와 연관된 부분을 뽑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기술이에요. 이 기술을 이용해 어레인지는 정형화되지 않은 주문 메시지 속에서 이름, 주소, 연락처 등을 자동 인식해 단번에 정리해주죠. 어떤 유형의 주문 메시지도 상관없어요. 메시지가 두 개, 세 개로 분리돼 있어도, 여러 곳으로 보내는 단체 주문 메시지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어요. 엑셀 파일로 변환도 가능해서 택배사와 소통도 쉽고요.
현재 어레인지에는 5300여 개 농가가 가입되어 있어요. 한 번도 마케팅을 해본 적 없지만, 농가들 스스로 우리 서비스를 찾고 자연스럽게 입소문으로 알려졌어요. 어레인지 전에 운영했던 K파머스 이용자 기반이 초기 론칭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정형 메시지를 정리하면 주문처리가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어레인지의 시작인 셈인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발견하셨나요?
저는 원래 농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 있던 사람이에요.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창업하고 웹에이전시를 오래 운영했었죠. 그래도 전공이 신문방송학이다 보니 TV 다큐멘터리를 유심히 보곤 했습니다. 2013년도쯤 미디어의 화두는 직거래, 로컬푸드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때마다 농산물 유통에 대한 농민들의 고충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에 농산물 유통 플랫폼 K파머스를 창업했고 그렇게 농업에 첫발을 디디게 됐습니다.
K파머스를 운영하면서는 전국 각지의 농산지를 돌아다녔어요. 1만 명 넘는 생산자들을 만났고 그때마다 지겹도록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주문처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고객관리가 안 돼요.” 우리나라 농가의 97%가 1~2명 규모의 소농이기 때문에 효율성과 생산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주문처리를 위해 핸드폰만 붙잡고 있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모자라죠. 또 대다수 농가가 3~5종의 작물을 재배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고 있어서 농작물별로 주문을 구분하는 것도 손이 많이 가요. 다양한 채널로 들어오는 주문 메시지를 100% 수동으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고 고객관리도 수동으로 등록하는 핸드폰 주소록이 전부인 현실이었죠. 하루 최대 4시간까지 소요되는 주문처리와 고객 응대가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 자동 주문처리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서비스는 사실 농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소상공인이 사용 가능하고 농업 외적으로 시장성이 더 커요. 그런데도 농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분야의 비정형 데이터가 훨씬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농산물의 경우 주문하는 소비자의 연령대도 높은 편이어서 메시지의 맞춤법이 안 맞는다거나 띄어쓰기가 안 되어 있는 경향이 있어요. 농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고도화시키고 안정화할 수 있다면 일반적인 소상공인 영역은 무리 없이 진출할 수 있다고 봐요. 그게 우리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농업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비정형 메시지를 정리해주는 앱 어레인지


어레인지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 서비스의 목표는 농업인의 일과 중 1시간을 절약해 드리는 거예요. 이용자들로부터 어레인지 사용 이후 하루 3시간을 더 잔다거나 읍내 요가 학원에 다니게 됐다는 후기를 들을 때면 정말 뿌듯하죠. 또 낮에는 일하느라 밖에 있고 저녁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주문 정리하느라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었는데 어레인지 덕분에 여유가 생겼다는 분도 계시고요. 어떤 분은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그사이에도 배송은 해야 하니까 옆 농가에 납품을 부탁하고 여행 도중 짬짬이 어레인지로 주문처리해서 전달했다고 해요. 엑셀로 정보를 받으니 송장에 인쇄하고 택배 상자에 붙여서 내보내기만 하면 되니까 다른 농가의 일이라도 어렵지 않죠. 지금도 현장 의견을 반영해 서비스를 계속 고도화하고 있어요. K파머스부터 쌓아 온 농가 네트워크에 기반해 농업인들과 통화도 자주 하고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해요.


어레인지 사용 농가를 방문한 윤성진 대표


농부들이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 것 외에 다른 부수적인 효과도 있나요?
상품 선별에 더욱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요. 1차 농산물은 생물이기 때문에 생산자의 꼼꼼한 선별이 곧 소비자 만족도로 연결될 만큼 중요해요. 기계로 선별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람의 촉감을 이길 수는 없죠. 농작물을 손으로 만져보면 ‘내일쯤 무르겠구나’ 하는 걸 바로 알아챌 수 있어요. 그걸 알면서도 시간이 없어서 못 했던 농가들에 여유가 생기니까 더 꼼꼼하게 상품을 선별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차적인 효과가 있는데요. 생산자들은 보통 소비자로부터 받은 주문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택배 대리점 담당자에게 보내곤 했어요. 비정형을 또다시 비정형으로 받는 악순환이죠. 그런데 어레인지를 알게 된 생산자가 어느 날 잘 정돈된 엑셀 파일을 보내오니 택배사 입장에서도 놀라울 만큼 긍정적인 변화를 맞은 거예요.


어레인지 사용 농가를 방문한 윤성진 대표


어레인지를 무료로 운영 중이며 유료화하지 않을 거라고 밝혔어요. 그럼 어레인지가 쌓은 미가공 데이터(Raw Data)로 다른 사업을 구상한다면 어떤 게 될까요?
어레인지가 주문처리 자동화 및 고객관리 서비스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강력한 서비스 충성도가 생길 거라고 봐요. 그렇게 해서 에이임팩트는 어마어마한 생산자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거죠. 지금까지 5300여 업체의 2만 개 상품이 확보되어 있어요. 어느 생산자가 어떤 농산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요. 데이터 기반 실시간 전국구 MD인 셈이죠. 이를 바탕으로 어레인지에 B2B, B2C 커머스 플랫폼을 연동하고 K파머스를 여기에 맞게 다시 출시할 계획입니다.


어레인지로 이루고 싶은 농업계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모두를 위한 새로운 직거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어레인지는 유통 채널이 아니라 플랫폼이에요. 채널이 소수를 위한 서비스라면 플랫폼은 다수를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농가 대다수가 소농이기 때문에 직거래를 하는 곳이라면 농사짓고, 수확하고, 홍보하고, 주문받고, 발송하는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내야 해요. 농업 현장에서는 재배 생산성도 중요하지만 업무 생산성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이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여러 곳에서 투자와 지원을 받았어요.
에이임팩트는 2020년 3월까지 저 혼자인 1인 회사였어요. 스파크랩으로부터 시드를, 빙그레와 소풍벤처스로부터 프리A 투자를 받지 않았다면 에이임팩트는 유지될 수 없었을 겁니다. 다양한 지원 사업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투자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어레인지 같은 서비스가 어레인지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이 일이 자부심이 있어요. 8년간 농업 분야에 몸담아 온 현장 경험을 통해 파악한 정확한 페인 포인트와 솔루션이 에이임팩트의 토대가 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되었어요.


농업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많이 하시는데 주로 어떤 부분을 다루나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전국 농업기술센터로부터 어레인지 이용법 교육 요청이 많았습니다. 현재는 대면 교육이 중단되어 비대면 교육을 준비하고 있어요. 상시 교육팀을 꾸리고 2명 정도의 교육 매니저가 하루 5~6번씩 화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저희 서비스를 제대로만 이용하면 1시간 걸리던 일을 20분 만에 처리할 수 있는데, 생산자들 연세가 많다 보니 생소하게 느끼기도 하세요. 그래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해요. 교육을 다니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농업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겁니다. 그 어떤 분야보다 연령이 높고 보수적일 수 있는 농업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접하기 위해 교육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이미 엄청난 변화예요. 알든 모르든 60대, 70대분들이 장화 신고 와서 앉아 계신 걸 보면 놀랍고 또 감사해요.


농업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윤성진 대표의 모습


에이임팩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griculture’와 ‘Impact’를 합친 기업명에 우리의 신념이 담겨 있어요. 말 그대로 농업 분야에 선한 영향력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꼭 필요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농업 관련 프로덕트가 많이 있어요. 어레인지와 K파머스를 시작으로 하나씩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여기서 기준은 농업 현장을 이롭게 하기 위한 서비스여야 한다는 거예요.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IT 기술밖에 없습니다. 에이임팩트는 농업과 혁신기술의 접목으로 새로운 직거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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