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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13. 2021

우리가 농산물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든 이유

홍수정·박희원 쟈넷라이브 대표


이탈리아어로 사향고양이를 뜻하는 ‘Genetta’(쟈넷). 사향고양이가 먹고 배설한 커피 원두는 최고급 루왁커피로 재탄생한다. 맛있는 커피 열매만 골라 먹는 사향고양이처럼 좋은 먹거리만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겠다는 쟈넷라이브의 홍수정, 박희원 대표를 만났다.


농산물 산지에 방문한 홍수정, 박희원 대표




두 분 모두 원래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계셨어요. 라이브커머스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희 둘 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방송계에 오래 종사해온 전문 방송인이에요. 박희원 대표는 기상캐스터로, 홍수정 대표는 아나운서이자 쇼호스트로 활동했어요. 10년지기 친구이기도 하죠. 팬데믹이 시작되던 당시 함께 창업을 고려하고 있었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삶의 형태가 크게 변화할 것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집에서 소비할 식품을 판매하는 일에 주안점을 뒀고, 초창기 라이브 커머스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했어요. 방송인이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고, 핸드폰 같은 스마트기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새로운 판로라고 판단했죠.


한 편의 라이브가 방송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먼저 판매할 상품을 선정한 뒤 생산자를 만나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처음에는 농부들과 직접 접촉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새로운 시장인 라이브 커머스를 낯설게 느끼셨을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매주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쟈넷라이브의 비즈니스 목표를 최대한 진심으로 알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농가와 신뢰를 쌓은 후 그 믿음을 판매량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열심히 산지 촬영을 하고 제품 상세페이지를 구성해요. 마지막으로 어떤 콘셉트로 방송을 진행할지 라이브 커머스 기획안을 만들고 촬영 장소와 시기, 출연자를 정한 뒤 방송에 들어갑니다.


다양한 농산물 중에서도 특히 못난이 농산물에 주목하고 계세요.
수확된 농산물이 선별되는 작업을 보다가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겼어요. 크기와 모양만 다를 뿐 맛은 똑같은데 시장의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납품되지 않아 제값을 못 받거나 버려지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초당옥수수의 경우 길이가 1~2cm만 모자라도 상(上)품이 아닌 중(中)품으로 분류되는데, 중품은 판로를 찾지 못하는 비중이 전체 생산량의 40%나 됐어요. 그래서 중품 초당옥수수를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특품이 아닌 중품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가격을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했어요. 그 결과 초당옥수수 6천 개가량을 성공적으로 판매했죠. 판로를 찾지 못해 버려질 위기에 처했던 중품 작물로 농가에는 부가적인 수익을 안겨주고, 소비자에게는 크기만 작을 뿐 맛있는 옥수수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했습니다.


필환경 시대에 못난이 농산물의 시장성을 어떻게 보시나요?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문제가 주목받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는 추세예요. ‘푸드 리퍼브(Food Refurb)’라고 하는데, 음식을 의미하는 푸드와 재공급품이라는 리퍼브시드(Refurbished)의 합성어로, 기존 공산품을 재손질 해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리퍼브’를 음식에 적용한 말이에요. 해외 사례로는 ‘미스핏츠 마켓(Misfits Market)’이 있어요. 국내에서도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창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에요. 이런 틈새시장을 쟈넷라이브가 파고들어 파치 농산물 꾸러미, 제철 꾸러미 등 특색있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판매하셨던 초당옥수수의 경우, ‘초당옥수수’와 ‘제주산 초당옥수수’의 이미지가 달리 느껴지기도 해요. 산지를 강조한 브랜딩이 판매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농산물의 원산지가 어디인지는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제주산’이라는 용어 하나만으로 국내산이라는 걸 어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해 없는 깨끗한 제주의 자연환경에서 생산되었다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어요. KS 마크, HACCP 인증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원산지를 밝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인증이고 브랜딩인 거예요. 산지의 특성을 잘 담은 브랜딩은 제품의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을 보니 산지에서 직접 수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생산자와 인터뷰 하는 등 현장감이 돋보이더라고요. 스튜디오가 아닌 현장에서 방송할 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같은 상품, 같은 가격, 같은 구성으로 스튜디오에서 진행했을 때와 산지에서 라이브로 판매했을 때를 비교해보면 산지 라이브 판매량이 5배 정도 높은 결과를 보여요. 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로도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몸소 느낄 수 있고요. 산지를 구경하고자 하는 호기심, 직접 와있는 것 같은 대리만족의 감정을 느끼고, 농부와 소통하며 생긴 신뢰가 구매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쟈넷라이브가 산지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모습


다른 판매 방법과 비교했을 때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유통·판매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보편적인 경우라면 몇 차례에 걸칠 수밖에 없는 유통 단계를 산지직송으로 일원화할 수 있어요. 유통 단계가 줄어들면 가격적으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농산물의 신선도도 잘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산지에서 도매 시장, 도매에서 소매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니까 소비자들도 한층 신선한 농산물을 만나볼 수 있는 거죠.


쟈넷라이브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시나요?
쟈넷라이브는 궁극적으로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 농산물을 유통하며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는 회사가 되고자 해요. 못난이 농산물 유통 판로도 확장해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고요. 저희 둘 개인으로는 여성 창업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될 수 기업을 꾸려나가는 게 목표예요.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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