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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13. 2021

지역 아이덴티티에서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다

김지영 브로컬리컴퍼니 대표


오미자로 샴푸를, 브로콜리로 선크림을, 사과로 여성청결제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 브랜드를 통해 지역과 환경 그리고 소비자와의 상생을 추구하고 가치 소비 문화를 주도하는 것이 목표라는 브로컬리컴퍼니의 성장스토리를 들어본다.





성공한 광고인으로 인정받다가 지금은 본인만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표가 됐어요.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꽤 오래 광고 일을 했어요. 현대인의 마음을 다독이는 서울시의 ‘마음약방’ 캠페인으로 칸 국제광고제 은상을 받았기도 했죠. 하지만 당시엔 스스로 많이 지쳐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죠. 런던의 쇼디치나 일본의 교토처럼 그 지역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고 재생하는 사업을 잘하고 있는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저성장시대에서 로컬의 고유한 정체성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겠다는 걸 알았어요. 어렸을 때 살던 곳을 기억해 보면 도시의 번화가에는 유명 프랜차이즈와 알록달록한 간판이 뒤섞여 있어요. 내 고향과 외국을 비교해보며 우리나라 로컬의 아이덴티티는 과연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돌이켜보게 됐는데 여전히 산업화시대 대도시의 성장 속도만 따라가고 있더라고요. 업무적인 경험과 개인적 배경이 더해져서 지역을 다시 바라보게끔 하는 지역 리브랜딩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후 전남 무안에서 생산된 김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맡게 됐어요. 기획을 위해 공장을 방문했는데 그때 청정한 원초의 맛을 지키기 위해 두께에 맞춰 김을 굽는 기술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콘셉트를 ‘로스팅’으로 정하고 바리스타처럼 김을 한 장 한 장 구워내는 고집스러움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설계했습니다. 이렇게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생산품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면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역마다 가진 독특한 정체성과 자원, 콘셉트를 살려 브랜드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농산물 가공 사업은 식품 분야가 대부분인데 H&B(헬스앤뷰티)에 접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시장성장성과 높은 부가가치 때문이에요. 식품류는 원재료 소비가 많기 때문에 농가에 직접적인 수매율을 높이는 것에 도움이 되지만, 유통과 가공의 한계가 존재하죠. 비건 뷰티는 바르는 화장품에서부터 먹는 건강기능식품까지 타깃 소비자의 폭이 넓고, 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도 풍부해요. 현재는 제주대학교와 제주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효성 연구를 계획하고 있어요. 아직 미미하지만 브로컬리컴퍼니의 활동이 지역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브로컬리컴퍼니의 토대가 되는 로컬과 농민들

농가 현실을 반영해 상품을 기획하고, 아주 작은 것까지 커뮤니케이션 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점에서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 건가요?
제품을 만들 때는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신 농부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원료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으신 분들이니까요. 화장품 브랜드인 ‘온도’의 경우, 화순 구절초는 마을 주민들이 피부가 예민해져 있을 때 우려서 사용한다는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가장 한국적인 비건 화장품’으로 세상에 선보여졌습니다. 상주의 오미자 샴푸가 생산된 후에도 함께 했던 지역 농민께서 제품에 대해 개선사항을 의견으로 주셔서, 더 보완된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자주 연락드리지는 못하지만, 모두 제품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시고 계세요.


온도 제품의 주재료인 화순 수만리 구절초

‘온도’의 제품이 좋다는 후기만큼이나 제품 생산지인 “화순에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기뻤다고요. 소비자들의 이런 반응이 브로컬리컴퍼니가 기대하는 가장 이상적인 결과일 것 같아요.
화순 수만리는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작은 마을이에요. 구절초를 찾는 이가 줄어들고, 마을의 소득이 적어지면서 점점 마을도 작아지고 있었어요. 저희의 브랜드를 통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을 알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죠. 제품뿐만이 아니라 로컬을 소개하는 매거진도 자사 몰을 통해 격월로 발행하고 있어요. 화순을 시작으로 제주, 무주, 속초, 여수 그리고 이번 호는 부산을 담았어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부산을 알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을 받을 때 뿌듯합니다.


‘어글리시크’는 못난이 농산물을 업사이클링 해서 뷰티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못난이 농산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브로컬리컴퍼니가 지역을 선정하는 원칙이 두 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소농가일 것, 두 번째는 환경과 소비자를 향한 농부의 신념이에요. 유기농법의 원칙을 지키시는 농부들의 가장 큰 고민이 적은 생산량이었어요. 안 그래도 생산량이 적은데, 그중 1/3이 못난이로 수확되는 것에 속상해하시더라고요. 보통 이런 수확물들은 잼이나 주스로 가공이 되지만, 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당도가 높아서 벌레를 먹거나 인위적인 재배를 하지 않아서 모양이 예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자연스럽게 자란 유기농산물들을 보면서 ‘예쁘지 않은 것들이 우리를 진정으로 예뻐지게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에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라고 놀라워하시는 것 같아요.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던 분들이 소비만으로도 지역과 농가, 그리고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 가장 크게 반가워해 주시죠. 내가 사고, 알리고, 공유하는 것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거든요.


예술가, 사회운동가, 사회적경제기업 등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쳐 어글리시크 제품 디자인이 완성됐어요. 어떤 브랜드이미지를 의도했나요?
어글리시크는 획일화된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어요.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녹였기 때문에 비비드 컬러의 비주얼을 선택했습니다. 생분해 용기의 제약이 많기 때문에 확장성이 넓은 용기가 필요했고, 젠더리스한 블랙의 감성을 입혔죠. 동물보호,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내기 위해 수십 번의 수정이 이루어졌어요. 비주얼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도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어요.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 님이 론칭 앰버서더로 동참해주셨고, 팟캐스터 ‘영혼의 노숙자’ 샐럽맷님, ‘비혼세’ 곽민지 작가님, 친환경 성생활용품 ‘피우다’ 강혜영 대표님과 함께 클럽하우스 토크쇼를 열기도 했죠.


온도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고 어글리시크 제품도 PETA(동물보호단체) 인증을 받고 있는데 동물권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연 200만 개체에 이르는 동물실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다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비건 뷰티로 연결된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어글리시크 제품 중에 제주 브로콜리로 만든 선크림이 있어요. 제주를 담은 제품이 제주의 바다와 돌고래를 해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패키지를 옥수수유래 생분해용기와 사탕수수로 만들고 있어요.


상주 오미자로 만든 샴푸


현재 제주에 본사를 두고 있어요. 제주에 자리 잡은 이유와 스타트업에게 제주는 어떤 특성이 있는 지역인가요?
제주의 농산물로 브랜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제주는 브로컬리컴퍼니에게 중요한 ‘로컬’이에요. 1차 산업과 관광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이 두 가지의 접점을 브랜드화 할 수 있는 가치가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주의 스타트업은 연대 의식이 강해서 서로 밀고 끌어주는 힘이 있죠. 폐쇄된 섬이 아니라 개방적인 공동체 의식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작년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주관 ‘2020년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됐어요. 실질적으로 사업개발에 도움이 많이 됐고, 지원 사업을 통해서 제주의 브랜드도 탄생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같이 선정된 팀들과 콜라보를 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뜻깊었어요.


제주센터의 지원 프로그램들이 브로컬리컴퍼니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스타트업의 산실이에요. 저희가 6개월가량 센터의 모바일오피스를 사용했는데, 열린 공간으로 구조화되어 있어서 업무 효율도가 높았어요. 서울의 다양한 전문가와 스타트업을 초대하기도 했었는데요. 팬데믹 상황에서 소규모 모임밖에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지만, 모두들 공간에 대한 찬사를 보내주셨고, 의미 깊은 협업도 진행할 수 있었어요.
또, 센터를 통해서 직접적인 사업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재무 설계와 투자 조언도 받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스타트업의 스테이지에 최적화된 네트워킹도 제공해 주셨어요. 모든 스타트업은 치열하게 일하고 고민하지만 정보의 한계에 부딪히거든요. 제주센터의 활약 덕분에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성 복숭아로 만든 이너젤


브로컬리컴퍼니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의 역할은 소비자에게 농산물을 더 많이 알려서 농가의 소득이 높아지고 마을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게 하는 거예요. 그 일환으로 매출의 일부를 농산물 수매에 사용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매출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농산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봐요. 로컬과 관련된 일 중 우리가 하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이 아닐까요? 로컬의 현장에서 힘쓰고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브랜드를 통해 지역과 환경 소비자와의 상생을 추구하고 가치 소비 문화를 주도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예요. 그리고 이 미션에 공감해주는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현재 브로컬리컴퍼니는 제주 당근을 활용해 이너뷰티 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사회적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친환경 반려동물 간식도 만들고 있으니 기대해주셔도 좋아요.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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