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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Oct 25. 2021

물류 스타트업, 지역민과 같은 고민을 공유하다

이현경 제주박스 대표

제주에는 수많은 로컬크리에이터와 그들이 만드는 개성 있는 제품이 가득하다. 전국에서 그들의 제품을 원하고 그들도 육지로 판로를 확장하고 싶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 최초의 풀필먼트를 구축한 기업이 있다. 화물차 유휴공간으로 배송불가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넘어 자체 풀필먼트로 제주의 물류 환경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이현경 제주박스 대표를 만나본다.





제주에 특화된 물류 플랫폼을 운영하고 계세요. 서비스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주박스는 제주 지역의 배송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스타트업이에요. 저희 사업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는 제주 배송불가제품인 가구, 전자제품, 식품 같은 걸 배송하는 배송 대행 서비스예요. 육지에서 제주로 들어오는 화물차의 유휴공간을 활용해서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당일배송, 새벽배송이에요. 제주에서 육지로도 가능하고, 육지에서 제주로도 가능해요. 자체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식품도 문제없어요. 세 번째는 풀필먼트입니다. 풀필먼트라는 건 재고 관리부터 제품 포장, 송장 관리, 택배 발송 등 이커머스 상품 발송의 전 단계를 대행하는 일이에요. 사업 초기에는 화물차 유휴공간으로 제품을 배송하는 게 주된 사업이었는데 지금은 당일·새벽배송과 풀필먼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물류 분야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 제주에서 살다가 대학을 서울로 갔습니다. 그때가 2017~2018년 무렵이었는데 마켓컬리와 쿠팡의 혁신적인 배송 시스템이 화제였어요. 대도시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누리며 살다가 어느 날 제주에 와보니 아직도 물류가 많이 낙후되어 있더라고요.
새벽배송은 먼 나라 이야기고 택배 발송 자체가 안 되는 물품이 너무 많았어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제 고향인데 택배 서비스가 이렇게 불편하니까 살기 좋다는 말이 절로 들어갈 정도였어요. 인터넷에서 상품을 주문할 때 ‘제주도 배송 불가’, ‘제주도 배송비 추가’ 같은 문구를 많이 보셨을 거예요. 제주는 물류 불모지라고 불릴 만큼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바로 휴학하고 내려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답답함이 원동력이 돼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 답답함을 내가 직접 해결해보자’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아이템이 ‘배송불가제품 배송대행’이었죠. 화물차의 유휴공간을 활용한다는 게 알아채기 쉽지 않은 포인트였을 것 같은데요.
많은 화물차가 공차율과 씨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커다란 차로 먼 거리를 오가야 해서 기름값도 만만치 않은데 그마저도 가득 채우지 못하니 차주들의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죠. 매달 1만5000여 대의 화물차가 제주와 육지를 오고 가는데 보통 30%의 공차율이 있어요. 안 그래도 제주의 배송 문제를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니 화물차의 남는 공간을 활용하면 차주도 더 많은 이익을 얻고 배송 비용도 절약되겠다고 판단했어요.


도내 곳곳으로 배송 가는 제주박스의 물류 차량


두 번째 사업 분야로 당일·새벽배송을 하고 계세요. 섬이라는 특수성이 있는데도 당일·새벽배송이 된다는 게 놀라워요.
당일배송, 새벽배송은 풀필먼트와 연속선상에 있어요. 쿠팡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한 이유가 자체 물류센터에 상품을 미리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주문이 들어온 후에 제품을 가져와서 소비자에게 보내는 게 아니라 미리 제품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문을 받으니 바로 발송이 가능한 거죠. 제주박스는 제주의 물류센터에 제품을 보관하고 있고 주문이 들어오면 육상, 항공, 항만 네트워크를 통해 바로 배송을 시작합니다.


주로 어떤 상품을 유통하시나요?
제주에서 특히 배송이 어려운 게 가구예요. 부피가 크고 파손 위험도 커서 더욱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품목이죠. 제주박스를 론칭하고부터 꾸준히 수요가 많은 품목이에요. 최근에는 식품의 수요가 많아졌어요. 사업 초기에는 단순히 개인 고객의 주문을 육지에서 제주로 배송했다면 요즘은 기업의 의뢰를 받아 신선식품과 냉장·냉동식품을 들여와서 포장 작업을 거친 후 고객에서 배송하는 풀필먼트 이용 비중이 높아요. 아무래도 제주에 이런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거 같아요.


고객들의 후기는 어떤가요?
만족도가 아주 높아요. “배송 안 됐던 거 받아서 너무 좋아요”, “제주도에서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다니!” 하시며 긍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한 고객님은 배송이 안돼서 답답했는데 제주박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고객님들 후기를 보면 단순히 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하소연이 섞여 있어요. 같은 지역민으로서 제주 물류 환경에 대해 저와 같은 답답함을 가지고 계셨겠죠. 이 부분이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넘어서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현재 풀필먼트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제주에 풀필먼트를 구축한 건 제주박스가 최초라고요.
맞아요. 육지에는 풀필먼트가 활성화되어 있는데 제주는 저희가 최초예요. 처음 시작은 우연이었어요. 화물차 유휴공간으로 배송불가제품만 서비스하고 있던 때였는데 한 베이커리 기업으로부터 요청이 왔어요. 제주에서 생산하는 빵을 전국으로 배송하고 싶은데 제주박스가 해줄 수 있겠냐고요. 사실 저는 그때 택배 시스템에 대해 잘 몰랐어요. 프로그램을 다룰 줄도 모르고 박스를 어떻게 구매하는지도 몰랐는데 무조건 된다고 했어요. 그렇게 계약을 맺고 택배사 계약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해결해나갔어요. 그때 클라이언트와 정말 자주 만났어요. 제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신뢰예요. 화려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어리니까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신뢰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믿음을 못 주면 저라도 저한테 안 맡길 것 같았죠. 그래서 ‘무조건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매일 밤을 새며 프로젝트 준비에 최선을 다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어요.


그렇다면 제주에 풀필먼트가 필요한 이유는 뭔가요?
제주에는 특색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셀러들이 많아요. 하지만 제주에서는 스티로폼 박스 하나 사기도 쉽지 않아요. 육지에서는 흔한 스티로폼 박스가 제주로 오면 가격이 어마어마해져요. 제주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온라인 비즈니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도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거죠.
그런데 저희는 물류회사다 보니까 포장 부재자들을 대규모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택배비도 낮아요. 셀러들이 택배사랑 계약하는 것보다 제주박스랑 계약하는 게 훨씬 비용이 저렴해지는 겁니다. 또 당일배송이나 새벽배송이 가능하고 콜드체인 시스템도 있으니 농축수산물 등 다양한 품목의 로컬크리에이터와도 협업이 가능해요.
물류가 성장하려면 물량이 있어야 하는데, 물량을 만드는 분들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성장하게끔 판을 만드는 게 제주박스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소규모이거나 업무상 까다로운 일이라도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그들의 비즈니스 성장하는 거니까 어떻게든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더욱 성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저희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같이 성장하는 길이니까요.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제주박스


제주박스의 서비스를 통해 제주의 물류 환경과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저희의 첫 번째 목표가 이커머스 고민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판매자든 소비자든이요. 도민들이 겪는 제주 배송불가 문제, 추가 배송비 문제, 제주에서 물건을 보내는 셀러들이 겪는 배송비, 포장 작업 시간, 인건비, 부자재 구입 등 다양한 이커머스 관련 고민들은 제주박스를 거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저희의 가장 시급한 목표로 삼았고 이게 해결되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항공사가 많아지면서 제주에 관광객이 증가한 것처럼 제주박스가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고 문제를 해결하면 더 많은 물량들이 제주와 육지를 오가게 될 거예요. 그러면 당연히 경제는 더욱 활성화되고 제주에 보다 다양한 산업이 들어올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다른 지역에 확장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제주에 집중하려고 해요. 지금은 시스템이 안정화됐는데 초기에는 많이 불안정했어요. 그래서 그때 이용해 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지금의 제주박스가 있다고 생각해요. 도민들께 보답하기 위해서 저희는 앞으로도 제주의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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