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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Dec 20. 2021

기후 변화, 이제는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냉난방, 조명, 이동 등 너무나 당연하게 보내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화석연료는 성장과 번영의 원천이 됐지만 지구를 점점 더 뜨거워지게 만들었다.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해야 함에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각국이 탄소 감축 정책을 내놓으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채비가 갖춰지고 있는 지금, 그 중심에 에너지 전환이 있다.





우리의 에너지 사용의 역사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의 화면을 열어 잠든 시간 동안 쌓인 카카오톡과 이런저런 소식을 확인하고 이불 밖으로 나와 LED 조명을 켜고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그리고 제주산 우리밀로 만든 식빵을 토스터에 넣고 노릇노릇 구워 가볍게 아침을 먹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말끔하게 집 밖으로 나와 밤새 충전된 전기차의 시동을 걸어 운전을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에 나서기까지 1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에너지가 없는 시간은 1초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일상을 본래 주어진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30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류는 태양, 불, 물, 바람과 자신의 노동력, 일부 길들인 동물의 힘을 이용해 밭을 갈고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었다. 이후 약 300년 전, 19세기에 인류는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이를 연료로 증기기관을 만들어 인력과 동물력이 아닌 기계장치로 세상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모든 걸 바꿨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Toynbee)는 이 거대한 변화에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고체연료(석탄)와 함께 액체(석유), 기체(천연가스) 연료로 에너지의 형태와 구성을 바꿨고 이를 통해 현대 문명이 만들어졌다. 화석연료가 우리 성장과 번영의 원천이 됐다.


기후 변화 : 모든 것을 바꾼다
빛과 어둠. 화석연료가 가져온 풍요가 빛이라면 어둠은 무엇일까? 화석연료의 대량 소비는 물, 토지, 공기 등 환경 오염을 일으켰다. 그러나 더 거대하고 비가역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기후 변화다. 그러나 우리는 기후 위기를 실제로 깨닫기까지 너무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생태계에 익숙한 기업가와 정치인들은 당장 변화하기보다는 좀 더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와 그 원인을 규명할 보다 정밀한 데이터와 논거를 쌓았다. 이제는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한라산보다 높게 쌓여있다.

출처 : Our World in Data


1988년은 기후 변화 대응 역사에서 큰 주춧돌이 쌓인 해이다. 당시 전 세계가 함께 공동의 대응을 위해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발족했다. 그리고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기후변화 협약(UNFCCC)이 채택되어 154개국이 당사국으로 서명하며 국제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에서는 38개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하지 않을 때 제재를 가하는 실천 기반이 조성됐다. 2015년 196개국 대표가 모인 가운데 파리협정이 체결되고 2021년부터 ‘신기후체제’가 출범했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목표가 이때 정해졌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의 노력은 충분하지 못했다. 국제적 선언과 실천이 이어졌으나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는 실패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추세를 전환했으나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고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이 배출을 증가시켜 지구 지표면 온도는 계속해서 상승했다. IPCC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 사이 지구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1850년) 이전 대비 0.78℃ 올랐지만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1.09℃ 상승했다. 최근 10년 동안 지구온난화가 늦춰지기는커녕 가속화됐다는 이야기다.


에너지의 미래 : 거의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과학자들이 밝힌 기후 변화의 원인은 바로 ‘인간의 활동’이다. 그 활동의 원동력은 에너지의 사용에서 온다. 온실가스 배출 원인의 73%가량이 에너지이다. 즉 에너지를 바꾸지 않으면 기후 위기를 피할 방법이 없다. 지구의 시작은 45억 년 전, 현생 인류의 등장은 35만 년인데, 우리가 300년 정도 사용한 화석연료가 문제가 되는 셈이다.

‘에너지를 바꾸는 일’을 ‘에너지 전환’이라 부른다. 너무나 익숙해져 우리 삶 깊숙이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를 바꾸는 일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 나무, 마른 풀, 동물의 똥을 천연연료로 사용했다. 그러다 보다 효율적이고 사용하기 좋은 석탄으로 이동했다. 경제, 사회,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전환은 10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석유와 천연가스로 바꿨는데, 주요 에너지원이 되기까지는 50년에서 10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 화석연료 비중은 석유 31.2%, 석탄 27.2%, 가스 24.7% 등 83.1%에 달한다(2020년 기준, 출처: BP). 현재 재생 에너지는 발전원 투자에서 70%를 차지하고 2021년 석유 상류(탐사·시추·개발·생산) 부분보다 더 많은 자금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에 투자되고 있지만 그 비중은 5.7% 수준에 그친다(수력발전은 6.9%, 원자력은 4.3%를 차지).


그렇다면 지구 지표면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막기 위한 목표로 제시되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얼마나 바꿔야 할까?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재생 에너지가 1차에너지 기준 67%, 전력 기준 88%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3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화석연료와 재생 에너지 위치를 바꾸는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재생 에너지가 기존의 발전기와 성질이 달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고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 시장은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그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에너지 시장을 좌우하는 미국, 중국, EU의 정책적 방향이 그 추세를 보다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으며 한계는 멈춰서야 할 제약조건에서 넘어서야 할 도전과제로 바뀐 지 오래다.


제주의 변화, 혁신과 새로운 기회
2013년 ‘CFI(탄소 없는 섬) 2030’을 선언한 제주는 빠르게 태양광과 풍력을 늘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문제 역시 커지고 있다. 제주 해안가에 가면 멈춰있는 풍력 발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초과 발전이 주요한 원인으로, 2015년 3회이던 출력제한이 2020년 77회로 크게 증가했다. 제주에너지공사에 따르면 이 문제가 지속된다면 2034년에는 제주 지역 재생 에너지 발전량의 40%, 5100억 원 상당의 전기가 버려질 수 있다.


출처 : Net Zero by 2050, IEA, 2021


문제를 풀기 위해서 제주의 재생 에너지는 확대를 멈추거나 속도를 늦춰야 할까? 기술과 시장의 개혁이 요구된다. 현재 전기의 가격은 공급원가 기준으로 책정된다. 재생 에너지의 전기 공급원가는 대부분 설치비이며, 연료비가 없기에 운영비용이 화석연료 대비 매우 낮다. 이러한 재생 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이 된다면 공급원가보다는 ‘현재 전기의 필요 상황이 어떠한지’가 더 중요해진다. 즉 전기가 수요보다 더 많이 생산되면 가격은 낮아지고 반대로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면 가격은 올라간다. 실시간 수요와 공급 상황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가령, 바람이 많이 부는 시간 혹은 햇볕이 강한 시점에는 초과 발전이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이때는 전기 사용자가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받을 수 있다. 전기 사용 시점을 변경할 수 있는 소비자는 특정 시점에 전기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거나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이를 플러스 DR(수요관리)이라 부른다. 이러한 변화는 오랫동안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렀던 대다수 참여자가 적극적인 공급자가 되어 다양한 혁신 생태계를 이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주도가 선행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은 새로운 에너지 혁신 생태계 조성의 거대한 실험장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도가 에너지 + IT + 자동차 + 소비(숙박, 농업, 상업 등) 등 다양한 영역이 융합하는 새로운 혁신의 태동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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