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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Dec 21. 2021

이동식 충전기로 만드는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

이훈 에바 대표

‘진일보한 전기차 충전(Electric Vehicle Advanced Recharging)’이라는 뜻을 담은 EVAR. 자율주행 충전 로봇을 시작으로 이동형 충전기를 만든 에바는 충전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를 제공하고자 한다. 전기차 이용자로서 직접 경험한 불편함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훈 대표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창업에 앞서 개인적인 계기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셨다고요.
창업 전에는 삼성전자에서 사업 기획 업무를 했어요. 전기차와는 전혀 관련 없는 분야였죠. 전기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에요.
2016년에 전기차를 예약하면서 내 주변 충전 인프라가 어떤지 알아보게 됐어요. 그런데 저희 아파트는 물론이고 동네 전체에 충전소가 거의 없었어요. 충전기를 설치하려고 해도 아파트 주민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죠. 안 그래도 주차 공간이 부족한데 전기차가 많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게 일반 차량을 가진 입주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테니까요.
미국의 상황을 보면 단독주택이 많아서 각자 차고에 충전기를 설치하니까 이런 경우가 없어요. 공동주택, 공동주차장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에 따른 문제인 겁니다. 다른 이용자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할 테고 이런 환경에서는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보급에 걸림돌이 되겠다는 문제의식이 생겼어요. 그래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에서도 사회적 갈등 없이 보급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죠.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출발하셨죠? 창업까지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핸드폰 충전할 때 보조배터리 많이 사용하시죠? 이것처럼 전기차를 위한 보조배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기차는 핸드폰보다 훨씬 크니까 배터리 용량도 커야 하죠. 그 무거운 보조배터리를 옮기기 위해선 바퀴를 달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사람이 끌고 다니는 것보다 로봇 청소기처럼 알아서 찾아가고 알아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아이디어로 삼성전자 사내 벤처 공모전에 제출했고 채택되었습니다. 저 포함 4명이 1년 동안 개발에 몰두해 자율주행 충전 로봇의 실증을 마쳤고 2018년 11월에 에바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실증까지 마쳤지만 관련 법이 없어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네, 자율주행 충전 로봇으로 창업했지만 상용화하려고 보니 아직 우리나라에 이런 형태의 자율주행 로봇을 운행해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더라고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자율주행 기능을 뺀 형태로 다시 개발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장애물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에바의 충전기가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다시 판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전력 재판매에 해당해 규제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다시 고민하던 차에 2019년에 제주도에서 전기차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침 그때 KAIST친환경스마트자동차연구센터 입주 기업으로 선정되어 제주에 지점을 설립해 놓은 상태였어요. 여러모로 사업 기반이 마련돼서 현재는 수동형 이동식 충전기로 제주에서 전기차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에 참여하고 있고 다른 충전기들도 실험을 계속하고 있어요.


에바에서 개발한 전기차 충전기의 종류가 다양한데, 각각 소개 부탁드려요.
에바가 개발한 전기차 충전기는 자율주행 충전 로봇과 이동식 충전 카트, 온디맨드 충전 차량, 고정식 완속 충전기입니다.
사업 초기에 개발했던 자율주행 충전 로봇은 주차된 전기차의 위치를 인식시키면 로봇이 자동으로 차량을 찾아 연결하고 충전이 완료되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형태의 충전기예요. 이동식 충전 카트는 사람이 직접 미는 수동형 충전기고요. 여기에는 근력 증강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서 조금만 밀면 쉽게 이동이 가능해요. 이 두 제품은 기존의 고정식 충전기와 달리 별도의 주차 공간을 점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 있어요. 온디맨드 충전 차량은 앱으로 충전 시간과 위치를 예약하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예요. 올해 초까지 기아자동차, 현대캐피탈과 제주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했어요. 여기에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했습니다. 충전 카트에 사용후 배터리를 적용하려면 모듈을 재배치해야 하지만 트럭에는 전기차에서 빼낸 상태 그대로 실을 수 있기 때문에 활용이 용이해요.
마지막으로 고정식 완속 충전기는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충전기예요. 보통 완속 충전기 한 대의 하루 평균 가동 시간이 2~3시간인데, 에바는 이 한 대의 충전기에 라인을 여러 개 연결하여 전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끔 했습니다. 하나의 전력 라인에 최대 5대까지 연결할 수 있고 여러 대가 동시에 충전할 때는 블루투스로 전력량과 충전량을 공유하면서 실시간 부하를 제어해서 차단기가 내려가는 불편이 없어요. 이 스마트 완속 충전기로 충전 비용을 최대 80% 절약할 수 있습니다. 현재 로봇과 카트와 트럭은 규제에 묶여 있고 이 완속 충전기만 판매되고 있어요.


주차장 기둥에 부착된 스마트 완속 충전기
부르면 찾아오는 온디맨드 충전 차량


규제가 사업에 큰 걸림돌이었겠어요추후 관련 법이 생기면 다시 상용화를 시도하실 건가요?
자율주행 분야는 법적 인프라가 마련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자유롭게 다니는 세상이 되어야 저희 로봇에게 맞는 법과 제도가 갖춰질 거라고 생각해요. 전력 재판매 관련해서는 내년 중으로 규제가 풀릴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충전기 외에도 실내 주차장 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셨어요. 기술 원리가 궁금합니다.
도로 위 자율주행 기술에는 GPS를 활용하는데 GPS가 위성 신호다 보니 실내까지는 도달하지 못해요.
실내에서는 GPS를 대체할 수단이 필요하고 관련 기술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중 저희는 마커 방식을 사용해요. 실내 주차장 기둥에 마커를 부착해서 센서 카메라로 찍으면 위치가 파악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로 현재 정부 주관의 주소체계 고도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제주도에서 사업하는 건 어떠신가요? 전국에서도 전기차 사용이 활성화되어 있는 지역이라 이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제주도는 전기차 보급률도 높고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요.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서 사용후 배터리를 모듈 단위로 재활용할 수 있게끔 연구하고 있고요. 저희 충전기도 향후에는 모두 사용후 배터리를 적용할 계획이며 그 기반을 제주도에서 갖추려고 합니다. 또 KAIST친환경스마트자동차연구센터에 입주해 이동식 충전기 아이템에 대해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여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고 있고, 실증 공간도 제공받고 있습니다.


규제자유특구 같은 제도적 변화가 기업에 주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상용화할 수 없었던 아이템을 규제자유특구라는 제도를 통해서 실증할 기회를 얻었어요. 이런 제도가 없었으면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프로젝트 관련 예산도 지원받으면서 안정성 등을 충분히 실험해 볼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전기차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 사업에 참여하는 이동식 충전기


이동식 충전기에 근력 증강 기술을 탑재해 이동이 수월하다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일단은 국내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 게 첫 번째에요. 그러려면 규제가 해소돼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게 우선이겠죠. 그다음으로는 완속 충전기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에바의 완속 충전기가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박람회인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았어요. 저희 충전기가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미국을 필두로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에바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에바의 슬로건이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입니다. 직원의 반 이상이 전기차 이용자예요. 실제로 전기차를 사용하면서 겪는 불편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서비스 생산자이자 이용자의 마음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충전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에바는 충전에 대한 불편을 해결해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에바가 있으니 전환해도 되겠다’라는 용기를 드리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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