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커넥트 Dec 21. 2021

‘전력 라스트마일’로 완전한 넷제로를 꿈꾸다

허은 이온어스 대표

야외 행사에서 주로 쓰이는 디젤발전기는 심각한 대기 오염을 야기하지만 관련 규제가 없어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이를 대체할 ESS를 개발해 넷제로를 지향하는 기업이 있다.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로 이동형 ESS 사업을 시작해 RE100을 실천하며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이온어스 허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온어스 창업 전 관련 분야 엔지니어로 근무하셨지요.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기존에도 ESS를 다루기는 했는데 이온어스의 방향과는 달랐어요. 그때 하던 일은 제품 개발보다는 시스템 설계·구축 업무였죠. 한국의 ESS 정책에 맞게 정해진 틀 안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 벗어나서 조금 더 도전적인 걸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온어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실현하고 싶었어요.


특별히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둔 이유나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후 변화’라는 개념이 나오고 ‘기후 위기’라고 말하다가 지금은 ‘기후 재앙’ 상태가 되었어요. 자연과 환경에 대한 경고가 단 몇 년 새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니에요.
10년, 20년, 30년이 지났는데도 변하는 게 없고, 예전에 우려하고 경고하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어요. 심각한 상황입니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이산화탄소를 극단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어려워요.
제가 딸이 둘 있는데 이 아이들은 제가 어렸을 때 하던 놀이를 못 해요. 겨울에 눈이 오지 않아서 눈썰매를 못 타고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활동도 자유롭지 않죠.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걱정돼요. 저뿐만 아니라 저 정도 나이의 부모들은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실 거예요. 이온어스 직원들도 그런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있고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와 이온어스는 탄소중립을 실행하는 일을 합니다.


ESS인 이고팡과 인디고를 개발하셨어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난 8월까지 제주에서 서비스되었던 이고팡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해 만든 ESS를 전기차 충전소에 접목시켰던 서비스였어요.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곧 사용후 배터리가 많이 나올 텐데, 이를 활용할 방안으로 BMW와 협업하여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 이온어스의 주요 아이템인 인디고는 이고팡과는 다르게 전기차 충전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기존의 디젤발전기를 대체할 수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인디고는 사용후 배터리를 쓰지는 않아요. 사용후 배터리는 아직까지 안정화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고팡, 인디고 모두 BMW 사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했는데 이제 배터리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고 내년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한 ESS로 구축한 전기차 충전소 이고팡


ESS를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역행사, 페스티벌, 건설현장 등 대규모의 전력이 필요한 곳에서 디젤발전기를 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디젤발전기는 미세먼지도 심하고 이산화탄소도 많이 배출해요. 디젤자동차는 환경 규제가 있지만 1500kW급 미만의 디젤발전기에는 규제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디젤발전기 대여 시장 규모가 한 해에 3천억 원 가까이 되니까 이걸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이바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이걸 ‘전력 라스트마일’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목적지까지 향하는 마지막 구간을 라스트마일이라고 하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까지 전기를 공급한다는 의미로 그렇게 명명했습니다.


전력 라스트마일에 전기를 공급하는 이동형 ESS 인디고


전력 라스트마일이라니 딱 알맞은 이름이네요. 이를 통해 넷제로를 목표로 하신다고요.
이온어스의 메인 아이템인 인디고가 전기를 공급하는 이동형 ESS다 보니 이 전기를 아예 탄소 없는 전기로 제공하려고 해요. 우리가 쓰는 한국전력의 전기는 매우 청정하지만 1000kWh당 0.46톤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포함되어 있어요. 석탄이나 가스 발전에 의해 발전 단계서부터 탄소를 배출하게 되는데, 그걸 이온어스의 RE100 사업으로 획득한 탄소 배출권으로 상쇄하는 겁니다. 즉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해 0이 되는 넷제로를 만드는 거예요. 또 인디고가 이동하는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예측해서 탄소 배출권으로 상쇄합니다. 그럼 인디고 이용자들은 넷제로 전기를 사용하는 거니까 탄소중립을 실행하게 되는 거죠.


ESS의 활용 분야와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지금은 재생 에너지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할 매체가 반드시 필요해요. 그게 결국 ESS입니다. 저는 이 ESS가 1차산업에도 확산되어야 한다고 봐요. 기존에는 제주도의 조생귤을 빨리 수확하기 위해서 기름보일러로 난방했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에도 맞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재생 에너지로 발전하고 남는 전기를 ESS에 저장했다가 농가에서 연료로 쓰면 농업도 카본프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용후 배터리에 대해 연구하는 허은 대표와 이온어스 직원들


제주 KAIST친환경스마트자동차연구센터에 입주해 있습니다. 어떤 일들을 하고 있고, 제주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KAIST와는 사용후 배터리의 진단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사용후 배터리를 안전하게 쓰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요. 또 스마트팜에서 사용후 배터리를 ESS로 어떻게 활용할 건지 같이 조사하고요. 이온어스가 해외에서도 사업을 하는데 외국 담당자들을 늘 제주도로 초빙해요. 전기차도 많고 충전소도 많고 재생 에너지 보급률도 제일 높으니까요. 제주는 에너지 기업이 사업하기에 좋은 배경을 가졌습니다.


RE100 운영사로서 오비맥주와 자가소비형 태양광 발전 공동사업 협약을 맺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RE100의 일환으로 국내 오비맥주 3개 공장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운영·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오비맥주는 태양광을 통해 얻은 전력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맥주를 생산하게 되는 거죠. 한국에서는 RE100을 위해 태양광 발전을 설치한 첫 번째 사례입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정책적인 경직성을 푸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제도와 규제가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라서 탈중앙화하고 융복합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해 경계가 심하고 기업들에게 못 하게 막는 것들이 많아요. 우리나라도 규제 샌드박스를 하고 있어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데 아직도 경직성이 높아요. 전력 분야는 빠른 세대교체가 필요하고 이 점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젤발전기가 인디고로 대체될 야외 행사 현장의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비전이 있나요?
우리의 목표는 RE100으로 시작해서 언제 어디서나 전력을 쓸 수 있게끔 카본프리 전력 라스트마일을 구축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겁니다. 그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루고 나면 전력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에 주력하고 싶어요. 개발도상국과 작은 섬들에 전력을 공급해 주는 거죠. 전 세계에는 아직도 전기 없이 사는 곳이 많아요. 그렇다 보니 낮에는 거의 1차산업에 종사하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두워지면 자는 거죠. 이런 곳에 전기가 공급된다면 생활이 달라질 거예요.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물리적인 정주 환경도 좋아지겠지만, 미디어에 많이 노출될 겁니다. 그러면 학습과 공부를 하게 돼요. 해가 지면 활동을 멈추고 자는 것이 아니라 불을 켜고 다른 일을 하고 책을 볼 수 있어요. 교육, 소득, 무엇보다 인권에서 사람다워지는 거죠. 우리나라도 선진국들로부터 원조를 받던 때가 있었잖아요. 우리가 받았던 것처럼 이온어스의 전력 라스트마일로 개발도상국에 베풀고 싶습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내년에 미국지사를 설립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계획이에요. 미국에서 우리 사업에 관심이 많은데,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아요. 큰 도시를 제외하면 나라가 워낙 넓다 보니까 전기 공급이 안 되는 곳이 많죠. 영화 미나리 보시면 농사짓는데 발전기를 돌리잖아요. 미국은 한국보다 규모가 훨씬 커서 이온어스에게 좋은 시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작가의 이전글 탄소중립 시대를 위해 알아두면 쓸모 있는 에너지 사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