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제주센터는 제주 모빌리티 산업의 방향과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테크아일랜드제주 모빌리티 밋업'행사를 진행했다.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도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요 패널 중 한 명이다. 쏘카는 제주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한 대표 모빌리티 기업으로, 어느새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 한국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 중이다. 이날 쏘카 천창익 그룹장이 소개한 쏘카의 탄생과 성장 스토리를 이야기를 2부에 나눠 전한다.
글 : 쏘카_천창익 그룹장
2021년 지금의 쏘카
지난해 10월 쏘카는 600억 투자 유치와 함께 유니콘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누적투자 3,300억, 모빌리티 업계 최초이자 대한민국에서는 12번째입니다.
카셰어링으로 시작한 쏘카는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이동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가끔 차량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카셰어링 쏘카, 운전이 힘든 이동약자 혹은 짧은 거리의 단순한 이동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라이드헤일링 타다, 도심지의 마지막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퍼스널 모빌리티 일레클 그리고 이동 기술 변화의 핵심이 될 자율주행 라이드플럭스까지 이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와 기술에 지속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쏘카는 올해의 성과를 기반으로 오는 2022년에 IPO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성장 가능한 자본을 확보하여 현재의 서비스를 고도화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도들로 보다 큰 이동의 변화를 선도하고자 합니다.
2011년 10년 전의 쏘카
현재 쏘카의 가입자 수는 720만 명입니다. 지난 2011년 사업을 시작하고 10여 년 만에 우리나라 운전 면허소지자의 5명 중 1명이 쏘카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쏘카가 있기 이전, 10여 년 전 당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차를 이용하고 있었을까요? 차가 필요할 때면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렌터카는 일상보다는 여행이나 출장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 주로 이용했습니다. 렌터카 회사를 찾아가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차량을 확인하고 임대차 계약서에 날인을 하고 차량을 인도 받고 이용 후 반납하는 형태였습니다.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리는 것 외에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차를 이용하기 위해선 차를 사는 방법이 유일했습니다. 쏘카가 기존의 렌터카와 다른 점은 여행이나 출장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병원이나 마트를 가거나, 출퇴근하는 등의 일상에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4시간, 3분 거리에 있는 차량에 언제든지 접근해서 이용 가능한 차량이 있는 기존에 없던 차량 이용 시장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지금은 전국 서비스인 쏘카는 제주에서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물론이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급속 성장을 키워드로 하는 스타트업의 90%는 서울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서울에서의 시작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경험하고자 하는 수요가 존재하고, 이러한 서비스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한 곳이죠. 쏘카가 당시 인구 60만의 섬 제주에서 시작한 이유는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지속 가능기업을 추가하는 소셜벤처로 성장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당시 제주는 가구당 소득이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가구당 차량 보유 대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환경보전가치가 높은 섬에서 차량이 계속 늘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적 위협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차를 소유할 수밖에 없는 지역 환경에서 차량의 소유는 가구당 가처분소득을 낮추고 주차장 확보, 도로 확충 등 사회간접자본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도내차량의 증가로 인한 환경위협 또한 커질 수 있었습니다. 제주가 가진 문제를 카셰어링을 통해서 해결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기업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 쏘카가 제주에서 시작한 이유입니다.
소셜벤처로서의 미션이나 비전과 함께 고려해야 한 것은 이 사업이 잘 안됐을 경우입니다. 제주에는 당시 연간 600만 명 지금은 1,500만 명 가까운 관광객이 찾는 곳입니다. 대한민국 최초 렌터카가 제주에서 시작한 것처럼 렌터카 사업이 일찍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카셰어링으로 지속 불가하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전통 렌터카 사업으로의 피벗이 가능했습니다. 여기에 차량이라는 자산은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업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 또한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셜벤처로서의 미션과 비전과 관계없이, 하나의 사업이 시장에서 검증받는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오히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업적 문제 해결이 먼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100대의 차량을 갖추어야 자동차 임대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카셰어링이 가지는 탄소 절감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 첫 100대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제조사에서 가솔린/디젤/하이브리드를 기본적인 구동 트림으로 갖추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하이브리드는 도요타의 프리우스 정도가 시장성을 인정받는 수준이었습니다.
100대를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지만, 실제 셰어링 서비스가 가능한 차량은 20대에 불과했습니다. 당시에 개발했던 차량제어 단말기를 100대 중 20대에만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초기 단말기는 전력 소모가 심해 이용이 없을 경우, 차량이 방전되기 일쑤였습니다. 이용자가 없던 초기에는 대부분의 차량들이 주차장에 1주일 이상씩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차들의 방전을 예방하고 세차/점검을 위해서 직원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쏘카존을 돌며 차량을 예약하고 일정 구간 주행을 하고 세차와 점검을 해야 했습니다.
이용자가 점점 많아졌을 때는 심야에 걸려오는 고객 전화가 문제였습니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당직 전화기를 가지고 퇴근하곤 했습니다. 자다가도 당직 전화기 벨이 울리면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고 생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차량 문이 안 열린다거나, 방전이 됐다거나, 차량에 스크래치가 있다거나, 예약과 반납은 어떻게 하느냐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 관련 문의 전화를 당시에는 이용자와 함께 해결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제주에서의 사업 경험을 1년 정도 쌓아갈 즈음, 서울시에서 카셰어링 사업자를 공모했습니다. 서울시에서 관리 중인 공영주차장의 면수를 사업자에게 할인 제공하고 사업자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서울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금의 나눔카 사업이었습니다. 제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지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고, 그 시작이 서울시로의 진출이 된 셈이었습니다.
2013년에 서울시 나눔카 사업자 선정에 이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광역시 확대가 이어졌습니다. 주요 광역시의 대학가, 역세권 등 앱 서비스에 친숙한 20대와 사람들의 접근성이 높은 거점을 중심으로 차츰차츰 확대해 나갔습니다. 제주에서 20대로 시작한 쏘카는 현재 전국 180여 개 시, 군, 구에서 17,000대의 차량을 운행 중에 있습니다. 전국에는 226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있으니, 80%의 지역, 전국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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