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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May 31. 2022

‘작은 변화가 모여 큰 혁신을 이룬다’

임효묵 빌드 대표

같은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에 따라 처방은 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경제가 다소 침체를 맞이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방법 역시 각 동네의 현재 상황과 조건을 고려해 정해져야 할 것이다. 우리 동네에 꼭 맞는 맞춤형 처방으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빌드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생태계를 확인해본다.





빌드는 어떤 기업인가요?

빌드는 ‘우리의 삶을, 우리가 살고 싶은 동네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자’라는 목표로 우영승 대표를 비롯해 총 7인의 공동창업자가 모여 지난 2016년 출범한 기업이에요. 빌드가 가장 먼저 주목한 지점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네’였습니다. 특정 지역을 선정한 후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곳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동네마다 필요한 요소는 서로 달랐어요. 어떤 곳은 주민들이 한 데 모일 공간이 절실했고, 또 다른 지역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기도 했죠. 빌드는 주민들과의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동네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가장 적절한 방안을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예요.  


월곶신도시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시흥시 월곶신도시는 당초 지난 1997년 공유수면 매립사업을 통해 관광지로 개발된 도시예요. 월곶신도시의 인구는 약 1만 7,000여 명이며 이 중 육아 인구(0세~12세, 30세~45세)가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특정 연령대가 모여있는 곳입니다. 월곶신도시는 조성 초기만 해도 관광지로서 승승장구할 것 같았지만 IMF 외환위기와 토사 퇴적으로 인한 월곶포구의 기능 상실 등으로 인해 도시는 기형적인 개발을 거듭하게 됐습니다. 

그 부작용으로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의 슬럼화가 진행되기도 했죠. 근린 상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업시설이 횟집, 노래방, 모텔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마저도 공실률이 20% 이상으로 매우 높아 지역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월곶 주민들은 인근의 ‘인천 논현동’이나 ‘배곧신도시’의 콘텐츠와 공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이유 탓에 수많은 전문가들은 월곶신도시의 부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저희가 월곶신도시를 무대로 새로운 프로젝트 계획할 때도 이를 말리는 의견이 다수였죠. 

하지만 저희는 이곳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했습니다. 서해바다와 수인선으로 둘러싸여 마치 외딴섬처럼 고립돼있는 월곶신도시의 지리적 특징을 반드시 단점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지리적 약점을 반대로 뒤집어서 다른 지역과 ‘우리 동네’를 가르는 명확한 경계선이라고 가정한 후, 월곶만의 특색있는 콘텐츠와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오히려 외부 인원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될 거라는 분석을 한 것입니다. 저희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월곶신도시를 통해 프로젝트의 전과 후로 동네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1호점 바오스앤밥스의 야경



1호점 ‘바오스앤밥스’, 2호점 ‘월곶동책한송이’ 등도 궁금합니다. 어떤 공간인가요?

저희가 처음으로 구축한 공간인 ‘바오스앤밥스’는 아이와 함께 편하게 식사를 하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이른바 ‘예스-키즈 존’입니다. 이곳에서는 다소 시끄럽게 떠들거나 밥투정을 부려도 모든 것이 ‘OK’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니까요. 현재 바오스앤밥스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해 ‘시민기업’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합니다. 

‘월곶동책한송이’는 저렴하고 가볍게 꽃과 책을 접하며 간단하게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바이아이’는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없는 실내놀이터 공간으로 운영 중입니다. 또한 해당 매장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사업과 플리마켓 등을 지원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에서의 소비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궁금한데요.

월곶신도시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육아 인구, 특히 엄마와 아이를 위한 공간과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지난 2016년 12월 아이와 함께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로컬푸드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성장하는 복합문화공간 ‘월곶동책한송이’를, 2018년에는 <시흥시 시민자산화 시범사업> 선정을 계기로 장난감이 없는 실내놀이터 ‘바이아이’를 연달아 선보였습니다. 이어 2019년에는 지역 기반 유통 플랫폼 ‘팜닷’을 오픈했고,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인 ‘월곶식탁’의 운영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공간 및 콘텐츠의 공통점은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지역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면 주민들의 발길이 굳이 외부로 향하지 않을 거란 판단이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실을 충실하게 다짐으로써 외부에서도 월곶신도시를 찾을 수 있는 이유를 마련하고자 했어요. 이에 예전의 월곶신도시에는 없었던 아이와 함께 분위기를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비롯해 서점과 꽃집, 실내놀이터 등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또한 다수의 직영 매장과 식자재 유통사업의 연계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및 카페에서 쓰고 있는 식재료를 식자재 유통사업을 통해 공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재고 관리를 가능하도록 했고, 유통 비용의 절감 효과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호점 월곶동책한송이의 공사 전 후            


기억에 남는 혹은 보람을 느꼈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월곶동책한송이를 오픈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 한 손님께서 컵-홀더에 ‘매일매일 달라지는 예쁜 공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적어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감동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우리가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니라는 확신에 직원 모두가 그 메시지를 사진으로 저장하느라 분주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이름 모를 손님의 메시지가 적힌 컵-홀더는 지금도 저희의 보물 제1호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주말 아침이면 서너 살 정도의 아이와 함께 월곶동책한송이를 찾는 노부인 역시 결코 잊을 수 없는 손님이에요. ‘아이가 일주일 내내 월곶동책한송이에 가자고 졸라대는 통에 귀찮아 죽겠다’라고 투덜거리시면서도 매주 한 번 이상 출근 도장을 찍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죠. 이외에도 해안산책길을 오가며 월곶동책한송이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해 전달해주신 손님도 기억에 남습니다. 공사가 모두 끝나고 정식으로 문을 연 날, ‘우리 동네에 이런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라고 말씀하시며 직접 만든 간식거리를 주고 가시기도 했습니다. 명절이면 친척 혹은 친구들과 함께 월곶동책한송이를 찾아와서 자랑하는 주민분들도 여럿입니다. 그런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월곶동책한송이에서는 지역 주민분들께 소정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월곶동책한송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우리 동네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과 보완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전략도 남다르신데요. 빌드가 그리는 그림이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문화, 그리고 기업을 중심으로 대량 생산되는 획일적인 콘텐츠 등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적정성을 찾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예요. 이에 기존 주류 문화와 산업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을 기반으로 다각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사업들은 지역 단위 혹은 동네 단위로 각기 다른 시스템과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형 마켓컬리, 지역형 레스토랑과 같이 ‘지역형 OOO’라는 작은 변화들을 모아 큰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신 것 같아요. 지향점과 미래 계획도 궁금합니다.

지난 2017년 12월 시흥시와 ‘시흥시 시민자산화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했어요. 현재 전국 최초로 ‘공공·민간 연계형 시민자산화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상업공간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공간운영자(임차인)와 소비자(주민)가 그 가치를 나눌 수 있도록 부동산을 임차인과 소비자가 소유하는 ‘시민자산화 사업’이 해당 프로젝트의 주요 골자입니다. 

또 ‘아이 주도의 놀이 공간’을 콘셉트로 입찰을 통해 시민자산화 시범사업 수행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지난 2018년 다양한 공간을 오픈해 운영 중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해냄으로써 수익을 창출해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업공간의 기획, 개발,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전문기업을 목표로 다각적인 시도와 도전을 반복하고 있는 젊은 기업입니다. 

앞으로도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대안적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우리 동네’가 보다 친근하고 좋은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좌)지역기반 유통 플랫폼 월곶식탁, (우)실내놀이터 바이아이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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