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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un 02. 2022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퍼즐 속 이야기를 전파하다

권오상 퍼즐랩 대표

소도시의 재생과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충남 공주는 여전히 개인의 의지와 지역 주민과의 유기적인 연결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방문자와 지역 커뮤니티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권오상 퍼즐랩 대표를 통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커뮤니티 생성이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었을 것 같아요. 새롭게 생겨난 브랜드 가치가 있나요?

퍼즐랩은 ‘마을스테이’ 브랜드를 통해 지역 브랜드의 효과적 구축에 중점을 두었어요. 마을의 다양한 요소들이 각기 깊이를 추구하면서, 공간과 운영자들의 진정성이 드러나도록 지역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그런 기준 하에 퍼즐랩이 운영하는 공간과 서비스들이 마을 전체를 이루는 요소로써 다양성을 더하고, 한편으로는 마을스테이의 지향점을 보여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퍼즐랩에서 직영하는 봉황재 한옥, 업스테어스
 (코워킹스페이스), 금강관(교육장, 이벤트 홀), 크림(팝업전시장, 판매장, 커뮤니티공간) 등의 공간들이 마을 내에서 필요한 기능들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퍼즐랩이라는 이름도 각각의 퍼즐조각이 모여 전체의 그림을 이루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이 같은 실험들이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퍼즐랩은 지역 이주나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어떤 역할에 집중하며 이들을 이끌어 가시나요?

일반적으로 지자체나 공공에서 운영하는 지역 이주 또는 창업지원 프로그램들은 제공되는 혜택과 조건이 명확한 편이에요. 이주 정착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제시된 조건을 만족시키면 지원금이나 혜택을 주는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퍼즐랩의 방식은 이들과 사뭇 다릅니다. 우리는 직접적인 지원이나 도움을 주는 대신 개개인이 자신만의 경험과 기준에 따라 지역을 경험하고 자유로운 의지로 선택하는 것을 돕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지역을 경험하는 안전한 경로를 만듭니다’라고 표현합니다. 

지역에 체류, 이주, 정착, 창업하는 것에 관심 있는 잠재 인구들이 지역을 직접 탐구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돼 자리를 잡는 과정을 돕고 있어요. 더불어 그들이 시도하려는 프로젝트 등에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좌)퍼즐랩 직영 봉황재, (우)워케이션 프로그램 로그인 공주


현재 운영하고 계시는 지역 경험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역 경험 프로그램을 4단계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로그인 공주’라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입니다. 일주일간 체류와 지역 환경 노출 경험을 제공합니다. 예전 주택을 리모델링한 숙소와 작업할 수 있는 코워킹스페이스, 마을 오리엔테이션,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도시에서도 끊임없는 일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특정 주제에 대한 워크숍과 교류 프로그램입니다. 식경험 워크숍 같은 행사 개최 시, 참여할 수 있는 주제들로 지역 내·외부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합니다. 퍼즐랩은 숙박과 체류, 마을 안내와 정보제공 등 문화센터 기능을 하고, 파트너들은 주제별 워크숍과 행사를 맡아 호스피탤리티 영역을 책임지는 형태입니다. 

세 번째는 3~4주간 공주에 체류하면서 지역을 경험하고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소도시 모험 log’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지역 주민과 공간 운영자들이 강사와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내 커뮤니티 접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참여자들은 여행하듯 경험한 마을 안에서 발견한 기회를 프로젝트로 기획하고 마을과 공유합니다. 프로젝트는 지역의 공동 자산으로 공유되지만 실행은 하지 않습니다.

네 번째는 ‘로컬 디자인 프로젝트’입니다. 4~6주가량 지역에 체류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지역의 상황과 주민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프로젝트로 기획하여 실행합니다. 지역 주민들이 멘토가 되어 프로젝트의 실행가능성을 높이고 결과물은 마을 내의 여러 공간을 팝업 스페이스로 활용하여 전시·시연합니다. 온 마을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 재생에 커뮤니티가 중요하지만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요. 퍼즐랩의 수익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퍼즐랩의 주요 사업부문은 크게 호스피탤리티, 교육, 연구개발입니다.

호스피탤리티는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경험할 모든 것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입니다. 퍼즐랩은 주민과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공간의 정보제공, 안내 및 연결자로서 방문객들에게 맞춤형 코스를 제안하는 마을 인바운드 여행사 역할을 합니다.

교육은 현장사례를 바탕으로 마을여행·공간기획과 운영, 커뮤니티 형성 등의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청년과 청소년, 지역 주민들에 대한 역량강화 교육과 사례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외부인들이 공주를 방문하여 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호스피탤리티 매출로도 연결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개발 부문은 우리가 지역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다른 지역, 다른 운영자에 의해서도 적용 가능하게끔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리하고, 공식을 만들어 컨설팅 및 정부기관, 지자체의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주에서 진행하는 리노베이션스쿨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지역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처음 공주에 리노베이션스쿨을 도입한 것은 2019년도에 제주 리노베이션스쿨에 참여하고 공주에도 이런 제도가 필요하겠다는 것을 절감한 이후입니다. 제1회 공주 리노베이션스쿨에 참여한 팀은 총 3팀이었는데 창업을 하거나 퍼즐랩의 직원으로 합류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각 팀의 아이디어는 창업의 소재가 되는 방식으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지난달에 마무리 된 제2회 리노베이션스쿨에서 나온 아이디어 하나도 올해 실현할 예정입니다. 지역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커뮤니티의 주역으로 자리 잡아 로컬크리에이터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제주에서 확인했던 변화의 결과가 공주에도 유효하게 적용된 것을 확인한 것이죠. 

비록 정량적 성과는 적어보일 수 있지만 청년들이 하나의 공간, 하나의 지역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상상하는 것이 결국 지역의 토양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깊이가 생긴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리노베이션스쿨이 제주에서부터 시작되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주가 아닌 곳에서 시작했다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나 파급효과가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겁니다. 초반에 지역에 밀착하여 제주화시켰기 때문에 그 과정에 있었던 저도 공주에서 공주만의 스타일로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퍼즐랩 소도시 프로그램                                



공주에서 활동하시며 모델로 삼는 도시나 지역 커뮤니티가 있을 것 같아요.

지역 커뮤니티가 단단한 모든 지역이 퍼즐랩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는 매우 유동적입니다. 몇 개월 사이에 성격이 바뀔 수 있고 어느 순간 체계가 흐트러질 수도 있습니다. 전통 있고 지역 기반이 강한 소도시 혹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모든 도시들이 모델입니다.

최근에는 ‘야마자기 료’의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책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보통 기존에 있었던 힘 있는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저희는 테마형 커뮤니티를 새로 구축하는 것을 추구하고 그것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퍼즐랩이 하는 일이 기능적으로 공공기관과 겹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지역에 오고 그 지역의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에게 필요한 형태로 가공되어 전달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지역, 가능한 시간대에 쓸 수 있는 유연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우리는 사업 하나를 기획할 때도 지역의 개개인을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죠. 실제로 스며든다는 표현이 퍼즐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제주도의 사례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제주도는 지역 내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자기 분야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역공동체가 협업합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협업 후에는 친구처럼 어울리며 서로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거나 자극제가 되기도 합니다. 현재 공주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구현되고 있습니다.

재능 있는 청년은 지역을 떠나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관념이 깨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행정기관이나 중간지원조직, 프로그램 참여조직 등이 진행하는 다양한 실험·교육·업무 경험 등은 대부분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서 성장하는 청년들을 위한 기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배우고 이를 공주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네요. 퍼즐랩의 장·단기적 계획이 있다면요?

퍼즐랩은 2019년에 법인 전환하여 만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게 되니 목표도 자연스럽게 바뀌더라고요. 먼저 장기적으로는 공간과 서비스, 커뮤니티를 조화롭게 구성하여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수익성·비수익성 공간을 활용하고 투어와 교육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청년마을 같은 사업을 이끄는 것입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대도시나 수도권 청년들의 지방이주나 정착을 돕는 일종의 서비스입니다. 커뮤니티는 지역 주민들의 새로운 커뮤니티 형성으로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기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공주 리노베이션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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