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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05. 2022

제주, 우주산업의 요람을 꿈꾸다

조남운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2022년 6월 21일, 저궤도 실용 위성 발사용 로켓인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서 우주산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누리호 발사에 3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하는 등 우주산업은 점차 민간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민간 우주기업들은 우주산업의 최적지로 제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이한 지금, 제주의 비전과 과제를 알아본다.

조남운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스타트업우주산업에 뛰어들다

우주산업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향하는 인류의 꿈을 직접 대변한다. 그래서 누리호 발사 성공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우주산업은 기술의 발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주산업이 미래산업으로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우주로 사람이나 기계를 올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kg 단위 무게의 물체를 우주 궤도에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2016년과 비교해 1/7 미만 수준까지 낮아졌다. 또한 로켓 연료의 다단 연소 기술 개발로 발사체 재사용이 가능해지고 통신기술의 발달로 저가 초소형 위성 운용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술 진보 전에는 막대한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국가나 대기업만이 우주산업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진입장벽에 낮아지면서 최근에는 스타트업도 우주산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우주산업은 항공, 전자, 기계, 특수소재, 정보통신기술과 나노테크놀로지 같은 다른 산업과 결합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즉, 우주산업이 다른 산업의 발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히 크다. 우주산업은 전 산업 평균 대비 230%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우주의 방대함을 고려할 때 수 세대 이상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역시 미래 주력 신산업 육성을 위한 ‘10대 전략기술’을 선정하면서 ‘우주 및 항공’ 부문을 포함했다. 제주도도 이러한 흐름을 파악하고 우주산업 개발 최적 요건을 근거로 위성 발사·수신 등과 관련된 민간 우주산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주. 2020년 기준 세계 우주 경제 규모는 약 4,470억 달러로, Space Foundation이 우주 경제에 대한 분석을 시작한 2015년 대비 약 176% 성장했음 / 출처. Space Foundation, 「Space Report 2021」




우주산업의 최적지로 꼽히는 제주

제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주산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우선 우주산업 시설의 입지조건이 매우 까다로운데, 제주는 그런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한다.

로켓을 발사하는 우주센터가 들어서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발사 방위각의 확보다. 발사 방위각이란 경도선과 발사체가 발사되는 방향의 사잇각이다. 발사 방위각의 범위는 다단 로켓이 분리되었을 때 낙하지점과 돌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매우 보수적으로 설정한다. 현재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의 발사 방위각은 15도이지만, 제주 최남단인 서귀포시 대정읍이라면 30도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발사 방향의 선택지와 안정성이 더 확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발사지점이 적도에 가까울수록 지구의 자전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로켓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실제로 1990년대 말부터 진행된 우주센터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제주가 발사 조건 면에서 1순위 후보지였다. 하지만 당시 우주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고, 우주센터 건립 시 주변 지역 주민들에 미치는 다양한 문제가 예상되어, 2순위 후보지였던 전남 고흥이 우주센터 부지로 선정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전히 나로우주센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우주센터로 기능하지만, 패러다임의 변화로 우주산업에 대한 변수가 많아진 상태이다. 나로우주센터는 지난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발사기지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공표한 바 있어 당분간 국내 발사 수요는 나로우주센터가 소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향후 우리나라 우주산업이 더 성장할 경우 상업용 발사 수요를 나로우주센터만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새로운 우주센터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측면은 발사 후 발사체와의 통신 조건과 연관이 있다. 제주는 육지와 떨어진 섬으로 레이더나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전파 간섭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러한 이유로 우주산업의 중요 요소인 위성 데이터 송수신과 관련한 시설이 이미 제주에 설립되고 있다.
 
누리호 역시 제주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주추적소’에서 발사체 추적 및 정보 교신을 진행했으며, 우리나라의 위성을 총괄 운영하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제주에 개소할 예정이다.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완공되면 현재 포화 상태인 대전의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를 대신한다. 마찬가지로 위성 데이터를 수집 및 처리하는 스타트업 ‘컨텍’의 우주지상국 역시 제주에 있다.


1단과 3단 로켓의 낙하 영향 지역 그리고 돌발 사태 발생을 고려해추가 확보한 좌우 각각 5도를 제외하면 남는 방위각은 15도이다.


우주산업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

우주산업은 상징성이 높은 산업이다. 통상적인 산업과 달리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상징성이 강해 산업 외적으로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미국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관광객의 40% 이상은 케네디 우주센터에 방문한다고 한다. 나로우주센터의 경우 개관 이래 방문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코로나19 범유행 시기인 2020년에도 328만 명이나 고흥군을 방문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규슈 남쪽 40km 지점에 있는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섬에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음에도 연간 10만 명이 방문한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우주산업은 제주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제주는 중장기적 비전으로 미래 전략 산업 육성을 통해 제주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주산업이 제주의 주요 산업으로 성장하면 발사체와 위성, 주요 장비뿐만 아니라 발사 관리 위성 운용, 지상관제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우주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될 수도 있다. 


제주추적소 추적레이더동(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이한 제주의 비전과 과제

앞으로 제주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제주의 주요 미래 전략 산업에 우주산업을 포함하고 이에 관한 장단기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주에 이미 존재하는 관제 및 위성 정보 활용과 관련된 기업들이 모이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소형 과학 로켓 실험이 상시 가능한 발사체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충하여 다양한 발사체 스타트업이 제주에서 안정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은 대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지는 못했다. 향후 국내 발사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스페이스X처럼 높은 발사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며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여전히 우주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지만, 민간 발사 수요가 나로우주센터의 수용력을 초과하는 시기가 왔을 때를 대비하여 제2의 민간우주센터에 대한 기반 조성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도민들과 함께 투명하게 준비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약 20년 전 국가 우주센터 건립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


제주에서 시험발사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Blue Whale 0.1’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이루다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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