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이전까지 정부 주도로 구축되어 온 우주산업에 최근 민간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기 위해 참여하면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우주산업 속에서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현안과 지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본다.
2040년 우주산업을 내다보다
‘우주산업’이란 지구 궤도를 넘어서는 경제 활동을 일컫는다. 그동안 로켓이나 인공위성 발사를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지상 설비 및 소프트웨어 개발·제작과 위성 데이터 활용 서비스까지 포함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향후 20년 동안 우주산업은 어떻게 발전할까? 우선 2030년까지 저궤도(2,000km) 대형 위성군(Large constellation) 구축이 진행되어 우주 쓰레기 제거, 위성 수명 연장 등 궤도상 서비스 상업화와 준궤도 우주여행 서비스의 대중화도 기대되고 있다. 한편 지상에서는 위성과 지상 시스템의 융합이나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애플리케이션의 다양화에 의해 위성 데이터 활용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통신위성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다. 지금까지 정지궤도(3만 6,000km) 위성은 통신 속도가 느리거나 지연되고, 특정 지역에서는 통신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저궤도 통신위성 위성군은 지연율이 낮고, 다수의 위성에 의해 지구 전체가 통신권이며 광대역급의 고속·대용량 통신이 가능하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인터넷 비접속자율이 높은 지역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2040년에는 달과 화성 등 ‘심우주(Deep space)’도 시장의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달 개발 가속화가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 NASA가 2019년 5월 발표한 유인 우주비행 계획이다. 달에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을 구축하고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한다. 달 궤도상 전초기지 ‘달 궤도 플랫폼 게이트웨이’는 2020년대 중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유인 로켓과 달 착륙선, 달 탐사 모빌리티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달 기지 구상도 포함된다. 2040년에는 달과 달 궤도에 1,000명 정도가 상주하는 계획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산업 스타트업 생태계 2가지 트렌드
우주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는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같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려는 민간기업이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2가지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우주 스타트업은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를 통해 사업을 확장한다. 수직계열화란 한 회사가 제조·발사(Upstream)에서 활용서비스(Downstream)까지 공급망과 서비스를 통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기업 인수를 통한 수직통합은 구글의 유튜브 인수,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처럼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기업을 인수하지 않아도 아마존이 자사 서비스에 서버를 내재화함으로써 탄생한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사업 영역 확대도 수직계열의 방법이다.
이러한 수직계열화의 유행이 우주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원래 개발했던 로켓 외에도 국제우주정거장까지 화물을 옮기는 우주수송기를 개발하고, 최근에는 통신위성 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그 외 우주기업도 서비스 제공 범위의 확대를 노린다.
다음으로 스타트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금 조달은 모든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 우주산업 스타트업은 특성상 자금을 유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한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스타트업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SPAC은 발행 주식을 공모한 후 다른 기업과 합병을 사업 목적으로 삼는 명목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SPAC을 통하면 복잡한 상장 과정을 건너뛰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기업가치를 비교적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특히, 우주기업은 개발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뉴 스페이스는 어디까지 왔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약 20여 개 우주산업 스타트업이 활동한다. 우주산업 스타트업의 원조인 ‘쎄트렉아이’를 필두로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상업 발사 서비스 시장에 도전했다. ‘컨텍’은 지상국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데이터 수신 서비스 및 위성 영상 전처리 활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 창업한 ‘우나스텔라’는 유인 우주 관광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대부분 대전·세종에 본사가 있지만, 이외에도 서울, 경기, 부산, 광주 등에도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제주, 충북 등에는 지상국, 제조 및 발사 시설 등이 들어서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사업화·수익화에 이르지 못한 초기 단계이지만, 시리즈C까지 자금 조달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된 민간 자금은 총 1,000억 원 이상이다. 투자자를 살펴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초기 창업지원펀드 TIPS와 모태펀드가 있고, 수익을 주목적으로 투자하는 중대형 벤처캐피털(VC)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성장 초기 단계의 우주기업 투자는 높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장래 큰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는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 지역의 스타트업 지원 방안
우리나라 우주산업 생태계는 기술, 자원, 인력 등 대부분이 중앙정부 연구기관, 대기업, 대학을 중심으로 견고하게 순환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 구조와 순환하는 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선진국도 기존 산업 구조에서 스타트업으로 인적·물적 자원의 흐름을 강화하고, 스타트업 육성과 비우주기업의 진입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친다. 지역 차원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과제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대부분 스타트업은 아직 수익화 단계 이전의 연구개발 단계이다. 따라서 기술과 자금 지원은 여전히 절실하다. 중앙정부의 정책에 따라 일정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자금 지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미국은 조달 방식을 통해 우주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도하고 있고, 유럽은 금융정책을 통해 직접 투자한다. 우리나라도 중앙정부가 우주산업의 육성을 위해 조달 방식이나 직접 투자 방식을 고려하지만, 정책 집행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별도로 각 지역에서 우주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 우주 스타트업 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장(場)이 필요하다. 기존 우주산업은 사용자보다는 기술 획득이 중요하므로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주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최종사용자(End users)’를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방법은 비우주기업을 우주산업에 끌어들여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최종 사용자와 기술협력자를 연결하여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우주산업 스타트업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이 더 발전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을 거점으로 국내외 대기업, 스타트업, 대학, 액셀러레이터, 투자자가 집결하는 클러스터가 형성되어야 한다. 같은 공간에서 자주 만나 교류한다면 기대보다 더 큰 혁신 창출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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