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ESG 트렌드
글. 김주예 더밀크 연구원
변화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ESG 트렌드
구글과 아마존을 극 초창기에 발견하고 투자해 미국의 전설적인 벤처 투자자로 불리며 역사상 가장 성공한 벤처 투자자의 반열에 오른 인물인 존 도어(John Doerr). 그가 뽑은 넥스트 ‘구글’은 무엇일까? 바로 ‘기후변화’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청정 기술 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며 15년 전부터 탄소배출 제로 기술에 투자했다. 그리고 그는 2022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 “기후변화 대처에 써 달라”라며 11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를 기부했는데, 이는 역대 대학 기부금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이라고 한다. 그로 인해 올 9월 스탠퍼드대학교 도어 지속가능 학교(Stanford Doerr School of Sustainability)가 신설되었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존 도어는 다시 한번 “기후위기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일생의, 다가오는 세기의 가장 큰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이 일생을 바쳐 일구어낸 돈을 기후변화에 배팅했다. 이 기부는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많은 돈과 기회가 환경이라는 주제로, 기업가와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학생들이 모인 학교와 연구기관에 몰리면서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기업의 시장가치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게 하다
다국적 금융회사인 모건 스탠리의 캐피털 인덱스(Morgan Stanley Capital Index – ESG) 평가항목에 따르면 환경 안에는 기후변화, 천연 자본, 오염·폐기물, 환경적 기회. 사회 항목 안에는 인적자본, 제품 책임, 이해관계 상충, 기회균등을, 마지막으로 지배구조에는 기업 행동을 포함한 총 30여 개 ESG 세부 항목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으로 기업의 ESG 역량을 판단하고 평가하고 있다.
더 깊게 ESG개념을 이해하려면 1990년대 트리플 바텀 라인(Triple Bottom Line)을 이해해야 한다. ESG는 이 트리플 바텀 라인을 이루고 있는 사람(People), 지구(Planet), 이익(Profit)의 용어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기업이 단순히 이익(Profit)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 가지 요소(P)를 똑같이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속가능한 개발, 지속가능한 경영 등 예전부터 야기되어 오던 모든 용어가 시대를 초월해 하나의 단어인 ESG로 모였고, ESG 운동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확대됨에 따라 각 범주 안에 새로운 개념 및 영역이 추가되고 있다. 그러므로 변화하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추후에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이슈가 발생할 수 있음을 기업은 인지해야 한다. 또 ESG개념이 계속 만들어지는 과정임을 인지하며, 기업들은 ESG를 유연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범위가 넓어지는 미국의 ESG
ESG가 다시 부상하면서 지속가능한 금융 및 임팩트 투자와 같은 다른 용어도 함께 사용되고 있다. 또 ESG가 과거엔 비주류로 인식됐으나 이제는 중요한 투자 고려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미국 정부와 투자 기관의 큰돈이 ESG로 향하고 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바이든 정부에서 풍력, 태양광 지원안과 전기차 구매 시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과 확대를 위한 혜택을 포함한 정책과 함께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과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3,690억 달러(약 479조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인프라 기후 법’이 통과되었다. 투자 정보업체 피치북(PitchBook) 데이터에 따르면 벤처 시장의 경우 올해 들어 글로벌 기후 테크(climate tech)에 투자된 금액은 137억 달러(약 17조 원, 6월 3일 기준)에 달하며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369개라고 밝혔다.
이러한 ESG의 흐름은 대상 기업에서 더 나은 거버넌스 펀더멘털(기초 여건)을 가져왔고, 이사회의 성별 균형, 재임 기간 및 기술 다양성이 개선됐다. 이제는 기업이 돈을 어떻게 벌고 있고,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를 소비자와 투자자, 정부 기관 그리고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는 ESG, 특히 기후 변화, 환경 이슈 및 성평등, 뉴 거버넌스 등 다양한 주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기업과 투자자 모두 ESG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환경’은 가장 주목해야 할 화두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재난 재해 등이 인류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며, 환경은 ESG 중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따라서 환경에 대한 정책 및 관행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회사는 더 큰 재정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미국 정부에서도 환경과 관련한 규제 및 혜택 등으로 미국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 및 재생에너지 100% 조달을 이행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회장이자 CEO인 래리 핑크(Laurence Fink)는 그의 연례 서신에서 기후변화의 중요성과 탄소중립을 준비하는 기업의 방향에 대해 나눴다. 그는 지난해 서신에서 “기후변화는 기업의 장기적인 전망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올해는 “모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탄소 중립 경제와 어떻게 호환되는지에 대한 계획을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거부 빌 게이츠도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Breakthrough Energy Venture)를 통해서 탄소 포집, 리튬 채굴, 원자력 에너지, 탄소제로 대안적 에너지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며 지구 온난화 퇴치를 위한 혁신(game changing)을 함께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현재 기후변화에 가장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역사적인 기후 및 사회 지출 법안에 대한 서명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후 투자이다. 기념비적인 법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을 막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비용은 예측하기 어렵고 점점 빠르게 다가오면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제로 도달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지만 희망적’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정부, 기업, 민간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다.
또 최근 미국에서는 빅테크(Big tech) 기업을 중심으로 공동의 선한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공동으로 투자하고, 기후변화 관련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여름 스트라이프(Stripe), 구글(Google), 스포티파이(Shopify), 메타(Meta) 및 맥켄지(McKinsey & Company)가 설립한 탄소 감축을 위한 사전 시장 약속인 프런티어(Frontier)가 발표됐다. 여기 포함된 회사들은 탄소 감축을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 향후 9년 동안 9억 2,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힘을 모았다. 기업은 수동적인 자세로 ESG 보고서를 만들고 적당한 선에서 이행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변화 속에 기후 위기 문제를 바라보고 능동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결국은 지속가능성이다
미국의 기업은 이제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 아래 환경을 중심으로 그들의 자체적 브랜드를 구축하고 고객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특별히 대표적으로 구글, 애플, 메타 등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우산 아래에 새로운 브랜딩으로 개별 로고 및 페이지가 만들어지고 있고, 그들의 ESG리포트를 별도의 ‘지속가능성’ 페이지 안에 포함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과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환경보호에 대한 노력을 담은 환경 리포트도 별도 제작 후 공시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직원들 대상 복지 혜택에 지속가능성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링크드인(LinkedIn)은 직원에게 전기 자전거 대여 및 전기 버스를 탈 수 있는 포인트를 주고, 애플은 지역에 태양광 설비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예산을 지원해 직원들의 집에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ESG가 실천의 영역이 되고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도록 기업이 문화를 리드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미국 기업은 현재 직원들 대상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직원들과 함께 가고자 하는 철학으로 ESG를 이행하고 있다.
‘ESG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애스워스 다모다란(Ashwath Damodaran) 교수는 “제일 먼저 자신이 시작하라”라고 설명했다. ESG라는 거시적 주제와 이행 전략 및 정책이 있지만, 이를 반영하는 행동을 시작할 때 기업과 사회가 변한다고 한다. 진정한 변화를 추구한다면 기업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하고, 그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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