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커넥트 Apr 20. 2018

코딩 교육은 왜 필요한가?

글 노희섭 제주특별자치도 정보융합담당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문제로 가득 차 있다. 학생들은 시험문제를 풀어야 하고, 사회인들은 작게는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부터,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까지 크고 작은 문제에 노출되 
어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사회가 요구해왔던 인재상은 문제해결자(problem solver)였다. 우리는 문제해결자를 지향하고 훌륭한 문제해결자를 인정하고 추종해 왔다. 

최근에 문제를 아주 잘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해결자가 등장하였는데, 대규모의 하드웨어와 빅데이터,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그것이다. 이 새로운 문제해결자는 고도의 두뇌 스포츠인 바둑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퀴즈 프로그램에서 1등을 차지하더니, 이제는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복잡한 변호 업무를 처리하며 대학에서 조교 업무를 수행하고, 심지어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인사 평가를 담당하기까지 한다. 화가들의 그림을 분석하여 화풍을 그대로 흉내낸 그림을 그려내고 그 그림은 고가에 판매된다. 기사를 써 내고, 투자를 담당하며, 음악을 작곡해 내기도 한다. 인간이 고도의 훈련과 학습만을 통해 도달할 수 있었던 직업과 산출물의 가치를, 인공지능이 충격적인 결과물로 대체하는 시작점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뇌신경세포는 축색돌기와 축삭돌기에 의해 다른 뇌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있고, 신경세포가 받은 자극은 전기적 신호로 변환, 전달되어 다 
른 신경세포로 전달 물질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 전달 물질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분비되느냐가 연결된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인간이 반복적인 자극에 노출되면 이 전달 물질이 
작은 자극에도 분비 되는데 이것이 바로 학습에 의해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우리가 3 곱하기 9를 들었을 때 27이 기계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은 학습 과정에 의해 신경회로 간의 연결 강도가 매우 강해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역시 유사한 매커니즘을 기계적으로 시뮬레이션 하게 된다. (물론, 수학적인 모델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가상으로 구현된 신경세포 간의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각 연결링크들의 강도를 학습 
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연결의 조화(harmonics of connectivities)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기계적으로 구현된 신경세포의 수를 맘대로 늘릴 수도, 학습 횟수를 짧은 시간 내에 수행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학습이 완료된 신경 네트워크는 복제되어 활용 될 수 있다. 인간이 특정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학습을 반복하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 내에 인공지능은 학습을 마무리하고 대량 복제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도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문제만을 해결한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데이터만을 가지고 학습한다. 풀어야 하는 문제를 설계하는 것도,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인간일 수 밖 
에 없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활성화 된 미래 사회에서는 문제해결자가 아닌 문제정의자(problm definer)라는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혁신에 의해 산업과 사회의 근본적, 대규모적 변화가 임박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이루어 질 영역은 일자리의 변화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데, 사무/행정, 법률, 디자인/미디어 등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금융, 경영, 컴퓨터/수학 등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드(code)가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코드는 인간과 기계의 직접적인 인터페이스이자, 기술 혁신에 의해 변화할 미래의 차세대 만국 공용어(the next universal language)로 이해되고 있다. 또한, 세계의 리더들이 코드를 활용하는 코딩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당위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가 코딩을 배워야 한다. 코딩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 스티브 잡스 
“게임을 만들어라. 프로그램을 만들어라. 그것이 조국의 미래이다.” 
- 버락 오바마 
“ 15년 안에 읽고 쓰는 것처럼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게 될 것이고, 그걸 
왜 빨리 안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 마크 주크버거 

코딩 교육은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디자인하고, 문제 해결 방식을 도출해 내는 전 과정에서 코드를 비롯한 IT 도구를 이용하는 방식을 배운다. 이 과정을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이라고 하는데, 문제를 설계하고 해결하는 능력은 논리적, 수학적, 과학적, 절차적, 단계적, 거시적, 미시적, 협업적 사고를 요구한다. 이것은 앞서 말했던 새롭게 요구되는 인재상인 문제정의자(problem definer)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문제로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컴퓨팅 사고력은 기본 소양이 될 것이며, 서바이벌 카드가 될 것이다. 우리가 글자를 읽고 쓰는 것처럼 컴퓨팅 사고력은 미래의 새로운 교양(new literacy)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로 On Coding>이라는 전국 지자체 최초의 무상 코딩 교육을 2016년부터 시작하였다. 전문가가 감수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찾아가는 코딩 교육, 코딩 캠프, 1박 2일 주니어
해커톤, 부모님과 함께하는 코딩교육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였고, 올해부터는 대학, 교육청, 공공 교육기관, 비영리 기관, 민간 교육업체, 기업 등 9개 기관이 함께 협의체(alliance)를 구성하여 코딩 교육 확산에 집중할 예정이다. 

미래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세상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세상이 될 것이다. 제주는 작지만 빠르게 미래에 대처하고 있다. 우리는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만 평생 동안 훈련 받는다. 이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기본이고 문제를 정의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추진되는 <제주로 On Coding> 프로젝트는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요구사항을 빠르게 준비하고 대응하는, 주목받는 모델이 될 것이다.





*본 게시글은 2017년 J-CONNECT 여름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게시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제주에서 다양한 인재들과 함께하는체류지원사업_제주다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