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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pr 20. 2018

지역 재생형 청년 창업으로지역 가치 재발견

글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강원도는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살림 형편이 나름 괜찮은 지역이었다. 한국 경제 고도 성장기에 에너지원인 석탄과 건설 자재인 시멘트 생산 기지 역할을 하면서 지역 총생산 지표인 GRDP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석탄 산업 몰락 이후 이를 대체할 뚜렷한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서 이제는 매년 5,000명 이상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야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유산(heritage) 기반의 청년 창업 활성화 
2015년 4월 춘천에 둥지를 튼 이래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술 기반의 청년 창업자 발굴 사업과 병행해서 강원도 지역이 갖고 있는 풍부한 청정 자연 유산과 역사·문화 유산, 그리고 다양한 산업 유산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유산(heritage) 기반의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할아버지 때부터 운영해 오던 속초 청초호 근처의 낡은 선박수리공장을 리모델링해 카누와 카약을 직접 만들고 타볼 수 있게 하는 ‘와이 크래프트보츠’, 90년 전에 지어진 막걸리-소주 공장 건물을 감각적 인테리어로 되살려 수제 맥주를 판매하는 ‘버드나무 브루어리’ 등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강원도내 18개 시군에서 40여명의 지역 혁신가들이 센터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데, 이곳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의 가치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지역의 또래 청년들도 이를 롤모델 삼아 하나둘 합류하는 긍정적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역에서 혁신적 사업 모델을 추구하는 청년 창업을 관찰해 보면 이들이 낡거나 버려진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새로운 경제적·문화적 가치를 부여하는 능력을 발휘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 하반기부터 빈집이나 낡은 상업용 공간 혹은 공공시설을 기반으로 혁신적 기술과 디자인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재생형 청년 창업’을 발굴,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텅 비어가는 지역에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게 하는 작은 불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큰 틀로 움직이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역가치 발견 
그 첫 번째 트랙으로 삼척·태백·영월·정선 등 쇠락한 폐광 지역을 활용하는 창업 공모가 진행 중이다. 전성기 때에는 동네 강아지들도 입에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생산을 멈춘 광산과 무너져가는 광부 사택단지와 상가들이 을씨년스럽게 남아 과거의 영화를 떠올릴 뿐이다. 그간 강원랜드의 카지노 수익금으로 폐광 지역 발전을 위해 많은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지역 경제가 지속가능하게 살아날 수 있는 생태계가 뿌리 내리지 못 했다는 평가가 많다. 

두 번째 트랙은 강원도 전역을 대상으로 해서 기존의 유휴 공간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형 청년 창업가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글로벌 공유 숙박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Airbnb와 함께 발굴에서부터 공간 리모델링, 운영 노하우 교육, 창업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강원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역 재생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선정된 작품은 전문가의 코칭을 거쳐 사업계획서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도시 재생 혹은 지역 재생은 공공의 지원과 민간의 참여라는 두 개의 축이 함께 움직여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각 플레이어의 긴밀한 소통과 철학의 공유를 위한 지역 단위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8월 강원도청, 강원연구원, 강원개발공사와 함께 ‘도시-지역재생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역재생전문가 네트워크’에도 참여하고 있다.





*본 게시글은 2017년 J-CONNECT 가을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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