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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ul 16. 2018

제주 스타트업을 원도심에 모으는 이유

글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원장 <골목길 자본론> 저자


모종린 교수는 지난 4월 11일 제주 콜로키움에 참여한 뒤 저서 <골목길 자본론> 이후의 단계로 ‘제주 스타트업을 원도심에 모으는 이유’라는 주제의 글을 작성했다. 이 칼럼 내용 안에는 제주 콜로키움에서 나왔던 도시재생 협력방안 내용이 함께 담겨져 있어 소개한다.


2018년 4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원도심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에서 특정지역을 창업 육성 공간으로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업의 파트너는 도시재생지원센터다. ‘일자리와 기업 창출’이라는 과제를 공유하는 두 센터가 뜻을 모아 도시재생과 창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주요 역할은 건물주와 협력해 스타트업이 입주할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입주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제주의 파트너십 모델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벤처캐피털 회사와 스타트업을 훈련할 전문기관을 포함한다. 지역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주)크립톤과 일본 도시재생 스타트업 기업 (주)리노베링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제주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는 창업 생태계의 장소성과 독립성이다. 전 세계 밀레니엄 세대가 도시문화를 즐기며 일을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함에 따라, 장소성이 기업 입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독립성도 창업 생태계에 절실한 조건이다. 중앙에 의존하는 생태계가 아닌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미래 결제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

왜 장소기반 
산업생태계인가?

1960년대 이후 한국은 중앙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수출진흥을 통한 경제 성장 모델을 추진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경제개혁을 통해 시장 중심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추진해 대기업 재정건전성 신장 등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수출산업과 대기업 중심 성장모델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주력 산업이 동시에 불황에 빠지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등 한국 발전 모델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많은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성장 주체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으로, 제조업과 수출산업에서 서비스와 내수 산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McKinsey Global Institute,2013). 


한국경제의 재균형(rebalancing)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주체는 지역 정부와 지역산업이다. 경제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인재가 모이고 경쟁하는 도시를 경제성장의 주체로 연구해왔다(Jacobs, 1969, Lucus, 1988, Florida, 2004). 실제로 세계경제의 지리를 보면 국가보다는 국경을 초월한 지역군이 생산과 소비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다(Omache, 1966). 미국의 경영컨설팅 기업 맥켄지는 2011년 보고서에서 세계 600대 도시가 세계 성장의 60%를 창출할 정도로 지역 경제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앙정치의 난맥상을 볼 때 지속성장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도력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지역정부가 중앙정부의 대안으로 중요시되고 있으며, 실제로 세계 전역에서 중앙정부가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바버, 2014). 


한국도 지역발전과 지역중심 성장의 당위성을 인식해 1987년 이후 다양한 지역발전 정책을 추진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앙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이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그 출발은 지역산업 정의의 재정립이다. 국가산업과 연결된 지역산업, 국가산업과 분리된 지역산업으로 구분해야 한다. 지역정부는 후자, 즉 국가산업과 분리된 자생적인 지역산업의 육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중앙산업의 서브(sub)역할에 
불과했던 지역산업

1960년대 산업화 이후 한국 지역산업정책은 산업입지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 등의 제도를 도입해 산업기술단지의 조성과 입지·자급·인력의 원활한 공급을 지원했다. 


1995년 지방자치단제장 선거가 시작된 이후 산업발전을 위한 지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본격적으로 지역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했다(표1).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입지 중심의 산업정책을 혁신클러스터 정책으로 전환했다. 대구, 부산, 창원, 광주, 4개 지역을 대상으로 연구개발, 기업지원 인프라 구축, 인력양성 전략을 체계화하고 최초로 클러스터 사업을 도입했다. 


참여정부 시기에는 시도별 전략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지역전략산업, 시군구의 지역 자원과 인력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역특화사업,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생산과 연구를 병행하는 혁신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지역 역량의 강화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광역경제권별로 매출, 수출, 고용의 성과 목표를 도입한 선도산업과 연계협력사업, 시도별 특화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지역전략산업과 지역특화산업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했다. 박근혜 정부는 기존 광역경제권 중심의 지역산업정책을 폐지하고 시도를 중심으로 주력산업과 협력산업을 선정·지원하는 동시에 시군구별로 전통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처음으로 지역 창업을 지역산업정책의 중심 정책으로 추진했다. 2014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18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서 창업, 중소기업 혁신, 지역특화사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협업을 통한 창업, 지역중소기업의 혁신과 지역특화사업의 육성, 그리고 지역 내 연계를 통한 혁신활동을 지원한다. 


지역산업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역산업은 수도권에 위치한 본사를 지원하는 생산시설로 기능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중앙산업과 독립적인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은 대구 섬유, 부산 신발, 광주 광(光), 경남 기계 산업을 지정한 김대중 정부의 4개 지역전략산업, 특산물 중심의 소규모 지역산업을 지원하는 박근혜 정부의 지역 풀뿌리 기업, 지역 연고산업 육성정책에 불과하다.

지역산업 개념의 재정립 : 
중앙산업과 분리된 지역산업의 발굴

중앙산업으로부터 독립된 지역산업은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까? 요소시장과 상품시장이 통합된 국가경제에서 타 지역과 완벽하게 독립된 지역산업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타 지역 교역수준, 경영 독립성, 장소 대체성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독립성을 가진 지역산업이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지역산업을 제조업을 넘어 폭넓게 정의하면 더 많은 유형의 독립적 지역산업을 발굴할 수 있다. 지역산업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일본의 지역산업 분류방식이다. 일본 야마나시현 정부는 지역에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를 5개 분야, 13개 영역으로 정의한다.

야마나시현이 분류한 지역산업 중 중앙산업과 연계된 산업은 위 다섯 개 산업분야 중 4번 산업, 즉 전국 제조업 벨류체인과 연결된 지역산업이다. 다른 유형의 지역산업은 지역 소비와 생산 시스템의 특성에 기반한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산업이다. 1번 산업은 일반적으로 지역특산물, 2번 산업은 지역특화산업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산업이다. 3번 산업은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혁신형 산업, 4번 산업은 지역 고유의 수요를 만족하기 위한 지역 미래형 산업으로 한국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육성하지 못하는 분야다. 


지역산업의 범위를 소상공인과 자영업으로 확대하면 독립적인 지역산업의 유형은 더 늘어난다. 자영업을 공급과잉의 한계산업으로 인식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창의성이 중시되는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한다. 마쓰나가(2017)는 일본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지역기반 비즈니스로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낡고도 새로운’ 자영업, 도시산업, 마을 브랜드, 인기도시를 소개한다(표3).

마쓰나가가 정의한 지역기반 비즈니스는 공통적으로 도시, 마을, 농촌, 거리 상점가, 건물 등 특정한 공간을 요구하는, 그리고 공간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산업이다. 특정장소의 물리적, 비물리적 특징과 장점을 활용한 장소기반 산업은 구조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이식하기 어려운, 장소 대체성이 낮은 산업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은 반대로 장소 대체성이 높다. 임금, 토지 가격 등 물리적 조건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소기반산업의 판매시장이 반드시 지역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장소기반 비즈니스는 특정 장소가 주는 이점을 생산방식에 활용해 전국과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사업한다. 장소기반산업에는 골목산업, 도심산업, 도시재생 스타트업 등 특정한 물리적 공간을 요구하는 공간기반 산업뿐만 아니라 장소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상품화한 라이프스타일 산업이 포함된다. 


라이프스타일 산업은 지역특산품과 관광산업에서 시작해서 시애틀의 스타벅스, 포틀랜드의 나이키 등 지역문화를 상품화한 글로벌 기업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산업이다. 킨포크, 휘게, 미니멀리즘, 캘리포니아 등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도 한국에 유입되기 전 선진국에서 산업화된 지역문화다. <라이프스타일 도시>는 한국 도시도 규모와 관계없이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활용해 다른 도시가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지역산업을 키울 수 있음을 주장한다. 


공공기반산업과 라이프스타일 산업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골목길, 도심에 기반한 산업은 골목문화, 도심문화와 같이 공간에 적합하고 어울리는 문화를 수용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골목길과 도심은 물리적인 생활공간이자 골목문화와 도심문화를 창조하는 장소로 인식되어야 한다. 역으로 킨포크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데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필요하듯이, 농업과 자연기반 라이프스타일 산업 등 다수의 라이프스타일 산업이 일정한 공간 조건을 필요로 한다.


창조산업의 장소산업화, 
장소산업의 창조산업화

지역정부가 장소기반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창조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도시라는 장소를 기반으로 성장한다는 데 있다. 창조산업이 도시에 집중되는 현상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리처드 플로리다는 그 원인을 창조인재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도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 즉 도심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창조도시를 원하는 도시는 도심지역에 창조인재가 선호하는 도시문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도심공간이 창조도시와 산업의 조건이 된 것이다. 


우리가 선망하는 실리콘밸리도 예외가 아니다. 미래 인재들이 전원적인 실리콘밸리보다는 도심에서 살고, 일하며,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한 샌프란시스코를 원한다. 기업들도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수용한다. 실리콘밸리 기업이 통근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핀터레스트 등 일부 기업은 본사를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 우버, 트위터,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은 아예 처음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했다. 이들의 성공에 힘입어 샌프란시스코 도심은 새로운 벤처 중심지로 떠올랐다. 실리콘밸리가 젊은 인재들이 선호하는 도시문화를 창출하지 못해 하이테크 산업의 주도권을 샌프란시스코에 뺏긴 것이다.


동시에 전통적인 장소기반 산업인 골목산업이 창조산업화가 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골목상권이 인기를 끈 이유는 바로 개성, 체험, 창의성, 독립성, 다양성 등 골목가게들이 제공하는 독특한 문화, 창조성 때문이다. 


골목산업은 현재 대형화를 통해 문화산업으로 성장한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맛집과 독립 가게, 그런 가게를 기획하는 펀드와 기업이 골목산업의 신흥 주역이다. 최근 골목길 건물에 개성있는 독립 가게를 입점시켜 건물가치를 높이는 ‘골목길 디벨로퍼’가 등장 했다. 우리나라 최대의 자산운용 기업인 이지스운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천 도화동 앨리웨이 개발기업 네오밸류 등 골목형 상가(스트리트몰) 개발자도 대형 골목산업 투자 기업에 포함된다. 


골목산업의 대형화는 창업기업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골목 다수의 가계를 여는 골목길 브랜드 사업자(경리단길 장진우, 서촌 까델루포와 친친, 연남동 툭툭누둘타이), 콘셉트·인테리어·아이디어를 골목 가게 창업자에 제공해 수익을 올리는 골목길 컨설팅 기업(익선동 다다익선), 골목길 다수의 가게를 열어 단시간에 권리금을 높인 후 되파는 골목길 권리금 사업자가 골목길 산업화를 주도한다. 


골목산업의 다변화도 새로운 현상이다. 디자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전통적인 도시기업뿐만 아니라, 소셜벤처, 문화기업, 도시재생 스타트업 등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소셜벤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문화,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문화를 통해 지역 특성 강화와 차별화를 촉진하는 문화기획자는 골목의 정체성과 개성이 담긴 골목문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군산 영화시장 등에서 낙후된 공간을 문화예술과 혁신창업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도시재생 스타트업은 창의적인 스타트업을 원도심 공간에 유치하고, 골목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윤주선, 2018). 


공유, 제조,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으로 이들 도시기업가(Urbanpreneur)의 영역은 공유기업(코워킹스페이스, 코리빙, 차량 공유), 로컬기업, 독립기업, 메이커 등 도시의 사회적, 생태계적 환경과 자원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커뮤니티와 함께 협업하고 혁신하는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Cohen and Munoz, 2016). 다운타운 지역에 집적되고 있는 도시기업을 다시 정리하면, 창조산업, 문화산업, 골목산업 등 3개 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표 4). 골목이 간직한 유무형 자원을 활용한 독립가게들이 1세대 골목산업이라면, 공간·문화·기술·공동체의 융복합, 지역 자원의 연결과 재해석을 통해 새롭게 부상한 공유기업, 로컬기업, 소셜벤처가 2세대 골목산업이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3개 산업 영역 간협업으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다운타운산업은 모든 지역이 육성해야 하는 장소기반 산업생태계다.

홍대, 장소기반 
산업생태계의 전형

다운타운과 골목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장소기반 산업생태계가 홍대다. 이 지역은 관광, 음악, 연예, 문화예술, 디자인, 출판·영상, IT산업 등이 상생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생산, 주거, 오락 활동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 창조적 산업단지다. 제주와 달리 홍대의 창업 생태계는 서울이 제공하는 유리한 입지 조건을 기반으로 자생적으로 형성됐다. 


홍대의 부상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은 이미 한 지역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예술과 문화 인프라가 제공하는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에 끌려 홍대에 정착한 젊은이들이 창업 생태계의 주역이다. 


홍진기 산업연구위원은 홍대와 산업생태계를 복합산업단지라 부른다. ‘생산 기능, 주거기능, 연구기능, 업무기능, 상업기능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일정 공간 내에 유치하여 집적의 이익을 창출하는’ 공간이 바로 복합산업단지다. 복합산업단지와 대비되는 개념은 이제 산업사회의 유물로 쇄락하고 있는 전통적인 제조업 산업단지다. 과거에 비해 대기업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중소벤처기업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대규모의 생산설비를 중심으로 한 단순한 형태의 생산공간보다 소단위 복합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생산공간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지역경제성장의 핵심, 
장소기반 산업생태계

한국과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골목산업은 창조산업으로 진화하고, 동시에 IT, 콘텐츠, 미디어 산업 등 전통적 창조산업이 골목지역에 입지하는 장소기반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골목산업, 도심산업, 공유산업, 도시재생 스타트업, 도심 창업 생태계 등 장소기반산업이 미래 경제가 요구하는 새로운 지역산업으로 부상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술혁신, 라이프스타일혁신, 지역혁신 스타트업 등 다양한 유형의 스타트업을 창조인재가 선호하고 구성원의 소통과 협업이 원활한 도심지역으로 유인해야 한다. 


통영, 거제, 군산 등 대기업 철수로 위기에 빠진 산업도시가 보여주듯이, 대기업 투자에 의존하는 정책으로는 자생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실현할 수 없다. 


산업 수명 주기가 빨라지면서 대기업 생산시설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추세다. 대기업 이동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역정부는 장소, 문화, 클러스터 등 지역 고유의 생산 철학과 방식이 내재된 자원으로 다른 지역이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Poter, 2000). 


장소기반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은 성공 모델의 확립이다. 국내에서 민관 협력으로 장소기반 산업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지역은 제주가 유일하다. 정부가 제주 실험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 모델을 장소기반 지역발전의 새로운 돌파구로 활 
용해야 한다. 






※ 참고문헌
McKinsey Global Institute, Beyond Korean Style: Shaping a New Growth Formula, April 2013 / Jscobs, Jane, The Economy of Cities, New York : Random House, 1969 / Lucas, Robert, "On the Mechanics of Economic Growth, "Journal of Monetary Economics, 1988 / Florida, Richard, Cities and the Creative Class, Routledge, 2004 / Ohmae, Keinich, The End of the Nation State : The Rise of Regional Economies, Free Press, 1996 / Mckinsey Global Institute, Urban World : Mapping the Economic Power of Cities, March 2011 / Porter, Michael, "Attitudes, Values, Beliefs and Microeconomics of Prosperity, "Culture Matters, eds, Lawrence Harrison and Samuel Huntington, Basic Books, 2000 / Cohen, Boyd and Pablo Muñoz, The Emergence of the Urban Entrepreneur, Praeger, 2016 
벤자민 바버, 뜨는 도시, 지는 국가, 21세기북스, 2014 / 마쓰나가 게이코, 로컬 지향의 시대, 2017 / 모종린, 라이프스타일 도시, 위클리비즈, 2016 / 소네하라 히사시, 농촌의 역습, 쿵푸컬렉티브, 2013 / 윤주선, 도시재생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 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7 /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지역산업육성의 발전과정과 현황, 2015 / 홍진기, 산업입지정책의 현황과 개선방향, 산업연구원, 2016







*본 게시글은 2018년 J-CONNECT 여름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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