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사람 보면 너무 부러워요" "나도 책 한 권 내보고 싶긴 한데."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글은 기자와 작가의 차지, 책은 작가와 교수와 연예인의 성역이었죠. 그러다 상황이 거짓말처럼 확! 바뀌었습니다.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고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거죠. 그러다 보니 마음 구석방에 숨겨놨던 내 안의 글쓰기 열망이 거칠게 방문을 두드립니다. 저자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정도 연쇄 폭발처럼 여기저기서 마구 터지고 있고요.
이런 흐름을 타고 글쓰기에 관한 책과 강좌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의 구석진 자리를 전전하던 글쓰기 책들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되고 드문드문 끼어있던 글쓰기 수업이 문화 강좌의 주연 자리를 꿰차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글쓰기 책과 강좌들,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글 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얻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또 글쓰기를 위한 나름의 습관이나 쏠쏠한 팁도 얻어낼 수 있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보통 거기까지입니다.
왜냐고요? 요리 레시피 북을 샀어요. 그럼 그거 보고 똑같이 음식 만들면 되니까 분명 도움이 되겠죠? 스키 강습을 신청했어요. 그럼 강사가 내 자세나 동작을 보고 직접 코칭해 주니까 실력이 훨씬 늘겠죠? 그런데 글쓰기는 그렇지 않거든요. 쓸 내용이 다르니 똑같이 따라 쓸 수도 없고 내 글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코칭받기도 힘들거든요.
물론 개인 글쓰기 선생님을 둔다면 다르겠죠. 신문사나 잡지사에서 신입이나 신참 기자들에게 어떻게 글쓰기 가르칠까요? 선배 기자나 편집장이 옆에 딱 붙어 앉아 기사 한줄한줄 함께 고쳐갑니다. 기사의 문제점이 뭔지 꼼꼼히 지적해주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 주는 거죠. 그렇게 배우면 글쓰기 확실히 늘거든요.
제주아빠가 첨삭 글쓰기 수업을 추천하고 또 시작하려 하는 것도 그래서인데요. 하지만 솔직히 여기에도 난관이 있습니다. 내 글을 다른 사람이 읽고 일일이 지적해주는 거, 솔직히 진땀 나는 체험이거든요.
제주아빠도 잡지 기자 초년병 시절에 편집장의 빨간펜 첨삭과 교열 담당자의 빨간펜 지적을 연달아 받곤 했답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부끄럽고 민망한지 얼굴이 막 터져버릴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 '뭐든 따끔하게 지적해주세요. 나중에 선생님보다 더 잘 쓸 수 있게요!' 정도의 굳건힌 마음가짐을 품어야만 수업도 효과를 볼 수 있답니다.
"흠. 근데 아까 글쓰기 책이나 강의가 실질적인 글쓰기 실력 향상에 별로 도움도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렇다고 요 브런치에서 한 명 한 명 첨삭 수업을 진행할 수도 없는 거고요. 그런데 왜 글쓰기 매거진 시작한데요?"
우선 기존의 글쓰기에 관한 조언들에 아쉬운 부분이 느껴져서요. 초보자들이 실제로 자기 글에 적용하기엔 막막한 원론적인 이야기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여기에 정말 그런지 고민 없이 집안 가훈처럼 대대로 반복해 전해지는 원칙들도 적지 않고요.
예를 들어 다들 '당장 한 줄이라도 써라!'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안되거든요. 무작정 시작하면 오히려 글쓰기가 더 두려워지고 내 글쓰기 실력에 더 쉽게 절망하거든요. 또 '글 잘 쓰려면 책 많이 읽어야 한다!'라고도 하잖아요. 그런데 책 많이 읽는다고 저절로 글쓰기 실력이 느는 거 절대 아니거든요.
이 외에도 자칫 잘못하면 글쓰기를 더 힘들게 만드는 습관, 절대적인 게 아닌데도 절대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원칙들 꽤나 많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좀 더 도움이 되는 대안을 제시해드리고 싶더라고요.
또 한 가지 이유는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분들께 '희망'을 안겨드리고 싶어서요. 글쓰기를 어렵거나 두렵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은 '나는 글을 잘 못 써!'라는 선입견입니다.
그런데요.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보다 못 쓰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즉 평균치가 굉장히 낮아요. 그러니 연구하고 노력하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글 잘 쓰는 사람 대열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에이~ 무슨! 하루에도 책이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오고 인터넷만 봐도 글쓰기 고수들이 수두룩한데 뭔 글 잘 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증거 제시 들어가 볼까요? 3년 전 푸른 섬 제주로 내려오기 전까지 15년 정도 여러 잡지사에서 매거진을 만들어 왔습니다. 잡지마다 다르긴 했지만 기자들마다 보통 한 달에 적어도 3~4건 정도의 외고를 진행하거든요. 외부 전문가에게 글을 맡기는 거죠. 기자가 기획을 하고 그 기획대로 글을 잘 써줄 필자를 찾아내 원고를 청탁하는 겁니다.
한 달에 3~4건이라고 치면 1년에 못해도 40건쯤 되고 10년이면 400건쯤 외고 글을 받아본 거죠. 여기에 편집장이 된 후엔 그달 잡지에 들어갈 모든 외고, 즉 적어도 15건 이상의 외고를 모두 확인해야 하거든요. 그러니 지금까지 대략 1,000건 가까운 외고들을 만나온 셈인 거죠.
주로 문화나 예술 관련 잡지들을 만들었기에 외고 필자분들도 나름 글 좀 쓴다 소문난 분들이었답니다. 소설가, 시인, 작가, 교수, 다른 잡지 에디터까지 글쓰기가 직업이거나 부업인 분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그분들이 보내온 첫 원고. 그러니까 초고 중 '캬~ 글 좋네! 이 정도면 제목만 달아서 바로 실어도 되겠다.'싶은 글은 참침 만나기 힘들더군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쟁쟁한 필진들이 가득했지만 그분들 중 초고 오케이 사인을 받을만한 원고를 주신 분은 후하게 점수 줘도 10%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논문처럼 딱딱한 글, 청탁한 주제와 전혀 다른 내용, 인터넷만 치면 다 나오는 정보, 밋밋하고 뻔한 결론 등 탈락 이유도 다양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읽고 또 읽어도 뭔 말인지 모르겠는 문장, 주어와 술어가 완전 따로 노는 단락, 우리말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싶은 비문과 오문에 심해도 너무 심하다 싶은 맞춤법과 띄어쓰기까지 별의별 글쓰기가 난무한답니다.
지성과 교양을 겸비했다는 분들조차, 여기저기 글 좀 써봤다는 분들조차 실제 글쓰기 실력이 이토록 형편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글쓰기 실력에 너무 좌절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거리 차이 크게 나지 않습니다. 충분히 따라잡으실 수 있어요. 게다가 본인만 모를 뿐 실제론 꽤 괜찮은 글쓰기 실력을 이미 갖추고 계실 수도 있고요.
그러니 글쓰기, 다시 도전해 보자고요. 다만 이번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글'을 써보는 겁니다. 물론 여전히 글은 혼자서 써야 하고 그 글에 조언도 해드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나만의 언어로 써나가는 여정에는 안내자가 되어드릴 수 있답니다.
그런 마음으로 <제주아빠의 나만의 글쓰기> 매거진 시작해 봅니다. 내 글을 잘 쓰려 노력했던 기자로서의 시간과 남의 글을 잘 고쳐주려 애썼던 에디터로서의 경험을 떠올리면서요. 어떠세요? 한번 함께 가보실래요?
프롤로그 | 글쓰기, 다시 시작해 볼까요?
01. 지금 당장 쓰지 마세요!
02. 독서는 글쓰기 아닌 눈높이 선생님
03. 나만의 글감 찾기 여행
04. 밤새, 매일 쓰고 싶나요?
05. 무얼 써도 칭찬받는 시대
06. 내 글 설계도, 목차가 필요해
07. 글은 올려야 제 맛!
08. 재미가 없으면 독자도 없어요
09. 당신의 글투를 보여주세요
10. 글쓰기는 레고놀이처럼!
11. 바닥난 밑천, 소풍을 떠나요
12. 나만 아는 게 생생한 사례
13. 제목은 힘은 언제나 어마어마!
14. 사전 한번 집필해 보실래요
15. 문체에 정답같은 건 없어요
16. 글 쓸 땐 작가, 다 쓰면 독자
17. 틀린 맞춤법보다 부끄러운 문장
18. 퇴고, 체크 리스트 확인부터!
19. 지우고 고쳤으면 던져두세요
20. 글 살려주는 고마운 디자인
에필로그 | 나를 위해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