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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Apr 20. 2016

S14. 유채엔딩

제주의 유채꽃을 찾아서...

벚꽃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이젠 유채와도 안녕을 고할 때입니다.


제주를 연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은 유채일 겁니다. 제주인의 삶을 닮은 동백도 있고 일주일 동안 강력한 임팩트를 주는 벚꽃도 있지만, 제주와 유채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입니다. 다른 지역에도 유채를 테마로 공원을 조성한 곳이 있지만 제주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유채는 그저 3월 초부터 4월 말까지 자연스레 피는 꽃인 줄 알았는데, 파종 시기에 따라서 개화시기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겨울에도 성산일출봉이나 산방산 인근에서 노란 유채꽃을 볼 수가 있는 것도 그런 특성 때문에 가능합니다. 다른 곳에서 유채를 흔히 볼 수 있는 시기에는 돈을 받을 수 없으니 관광객들이 몰리는 장소에 미리 파종을 해서 겨울부터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지지난 주말에 가시리 일대에서 유채꽃축제도 성황리에 열렸지만 4월도 이제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주변에 흔히 보이던 유채도 시들해지고 일찍 핀 것들은 벌써 씨앗을 맺기 시작합니다. 이젠 유채와도 안녕을 고할 때입니다. 그리고 4월 중순에 접어들면 제주 사람들은 이제 고사리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기 때문에 유채와는 자연스레 멀어집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제주를 돌아다니며 찍은 유채 사진을 모았습니다.


산방산과 한라산이 보이는 대정

산방산을 배경으로 멋진 유채꽃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꽤 유명한 사진인데 정확한 촬영 장소를 찾기 위해서 여러 해 돌아다녔습니다. 사진 구도상으로는 위의 사진과 비슷하지만 촬영 장소는 더 앞쪽으로 유추됩니다. 유채가 3월, 4월이면 매년 피는 꽃이지만 자연적으로 핀 것이 아니라서 -- 인위적으로 매년 같은 곳에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면 -- 작년에 봤던 장소에서 올해 유채를 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찍어뒀던 멋진 모습을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장소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동백과 유채

애월에 있는 항몽유적지 인근에는 관광객을 위해서 유채밭을 가꿔놓았습니다. 가을이면 같은 장소에 코스모스를 피웁니다. 여러 곳을 돌아봤지만 여행 오신 분들에게는 이곳을 강력 추천합니다. 다른 곳보다 넓기도 하고 시에서 조성하는 것이라서 매년 -- 최소 격년으로 -- 볼 수 있을 가능성도 높고 또 무료입니다.

항몽유적지 앞의 유채밭
함덕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서우봉 유채밭

유채꽃 사진을 아름답게 찍을 수 있는 장소로 함덕 서우봉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산책길/올레길을 따라 서우봉에 오르면 함덕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유채꽃이 만개해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멀리 한라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요즘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많아서 쨍한 사진을 얻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저 같은 직장인은 주말에만 돌아다녀야 하고 시기에 따라서 돌아다녀야 할 곳이 많아서 한 곳만 주야장천 와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어서 우연히 기회가 잘 맞으면 괜찮은 사진을 남기게 됩니다.

함덕 서우봉
섭지코지 지니어스 로사이에서 내다 보는 성산일출봉

유채꽃을 보길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섭지코지도 추천합니다. 현재 조성된 섭지코지가 예전의 모습을 깡그리 파괴해버려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래도 유채꽃을 보기에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습니다. 사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여행객을 모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유채밭을 제대로 만들어놓습니다. (무료 촬영) 섭지코지가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저는 예전에 봤던 지니어스 로사이 내에서 봤던 유채밭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입장료를 내고 지니어스 로사이 내에 들어왔습니다.

지니어스 로사이 밖에 나아와 같은 유채밭과 성산일출봉
밖에서 보는 지니어스 로사이 창
성읍민속마을

성읍민속마을을 다른 관광지에 비해서 요란하지는 않지만 평균 이상을 하는 곳입니다. 제 말은 특정 시기에 가봐야 하는 제주의 명소가 있습니다. 달리 말해서 어떤 관광지는 특정 시기에 더욱 아름다워서 그 시기를 놓치면 후회합니다. 그런데 성읍민속마을은 특별히 계절이나 시기를 타는 것 같지 않습니다. 메밀꽃이 필 무렵에는 메밀꽃을 볼 수가 있고 유채꽃이나 코스모스가 그리울 때는 또 유채꽃과 코스모스를 볼 수가 있습니다. 단지 제주의 옛 가옥을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기에 맞는 제주의 꽃이나 식물을 감상하기에 좋습니다. 그래서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곳입니다.

다른 각도에서 본 유채꽃
가시리 녹산로

예년에는 우도와 가시리에서 돌아가면서 유채꽃축제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가시리 (유채꽃 플라자)에서 매년 유채꽃축제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4월의 아름다운 유채꽃을 피우기 위해서 겨울부터 녹산로 갓길에 파종해둡니다. 그래서 이맘때의 녹산로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특히 벚꽃이 함께 폈을 때 녹산로를 놓치면 후회합니다. 위의 사진은 아직 벚꽃은 만개하기 전입니다.

종합운동장 인근의 유채밭

유채꽃은 제주의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그렇지만 잘 가꿔진, 즉 무리 지어 유채꽃이 핀 곳을 찾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제주 초보자들에게는 그냥 돈을 내고 성산이나 산방산을 가라고 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여유가 있는 분이라면 큰 도로가 아닌 곳으로도 돌아다녀 보시면 예쁜 유채밭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나름 제주시내권인 종합운동장 인근에 있는 유채밭에서 찍은 것입니다.

한림의 어느 시골길에서 본 유채꽃과 돌담
한림공원

앞서 소개한 녹산로가 유명한 것은 유채꽃과 벚꽃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한림공원도 추천받았는데, 생각보단 별로였습니다. 한림공원에서는 다른 다양한 식물, 동물, 수석 등을 볼 수도 있다지만, 유채밭을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만들어뒀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항아리에 띄어진 유채꽃
우도의 유채꽃

유채꽃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날이 좋은 날을 기다렸다가 우도에도 다녀왔습니다. 제가 찍고 싶었던 그림이 있었지만 어디를 가야 그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는 몰랐기에 대강 마을 안쪽에 있는 유채밭들 사진만 찍고 돌아왔습니다. 봄에 우도는 유채꽃의 노란색, 청보리의 연한 녹색,  쪽파의 짙은 녹색, 그리고 돌담의 검은 다갈색이 어우러져서 보기가 좋습니다.

화순곶자와 앞 도로

화순곶자왈 인근에도 유채꽃 길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특히 위의 사진처럼 산방산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서 바로 다녀왔는데, 시기가 조금 늦어서 유채는 이미 거의 다 저버리고 씨앗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아스팔트에 비친 유채 거림자

위의 흑백 사진(?)에 카페베네 로고를 찍으면서 유채엔딩 글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유채꽃축제가 열렸던 유채꽃 플라자에 너른 유채밭을 만들어뒀다길래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가시리 풍력발전 국산화단지인데, 맑은 날 바람 쐬거나 사진 찍기 좋은 곳입니다.

유채꽃플라자 (제주 유채꽃축제 장소)
안개 짙은 날의 유채

총선 투표일 (4/13)에 제주 전역이 짙은 안개가 껴서 유채꽃 플라자를 한 번 더 찾았습니다.


내년에도 제주에서 유채꽃을 볼 수 있을지 이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사진을 보면서 제주와 유채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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