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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May 20. 2016

호외. 브런치 1년

1년 간의 제주그라피를 정리하며...

우연히 브런치 통계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어쩐 일인지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적었던 첫 글이 조회수 1위 글로 랭크돼있었다. 첫 글의 작성일이 2015년 5월 21일이었다. 딱 1년 전에 브런치를 시작했다. 이렇게 길게 매주 글을 공개하게 될 줄은 몰랐었는데, 그래서 급하게 지난 1년 간의 브런치를 정리해보려 한다.


지난 1년 동안 제주그라피 브런치를 통해서 총 98편의 글이 공개됐다. (그리고 현재 공개를 기다리는 10편이 더 있다. 그래서 총 108편의 글/사진을 정리했다.) 즉, 이글이 99번째 공개글이면서 109번째 작성글이다. "0. 제주그라피 브런치 Intro."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를 시작해서 평소에 좋아하는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었던 장소를 매주 공개하는 글이 "53. 산방산에서 송악산까지"까지 총 54개의 글을 적었다. 처음에는 지도도 캡처해서 넣고 했는데, 어차피 검색하면 장소가 다 나오고 위치 태그도 포함시켰기 때문에 지도나 내비 등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귀찮아서 그런 것은 절대 맞다. 대신 처음에는 몇 장의 사진만 넣었는데, 최근에는 최소 10장 이상의 사진을 함께 넣고 있다. 대신 글의 길이가 줄었다. 장소를 정해서 글을 적으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적고 싶은 많은 말이 있었는데, 막상 제목을 적고 나면 모든 생각이 새하얗게 휘발된다. 어차피 잡다한 글보다는 그냥 사진만을 쭉 나열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에 지난 7월에 드론 (팬텀3)를 구입하면서 드론으로 찍은 영상을 공유하겠다고 D#시리즈를 시작했는데, 결국 "D1. 드론과 함께 한 하루"라는 글 하나만 남겼다. D0를 포함해서 결국 D# 시리즈는 두 편이 전부다. 핑계를 대자면 아무래도 평일에는 드론을 날리기도 힘들어서 주말에만 (공휴일을 포함해서 100여 일) 드론을 날릴 수 있는데, 매 주말이 드론을 날리기에 적당한 날일 수는 없다. 일단 눈과 비가 오면 당연히 드론을 날릴 수가 없다. 그리고 제주는 바람의 땅이라서 바람이 조금 심하면 드론을 조종할 수가 없다. 고가의 전문 상업용 드론이거나 적어도 인스파이어원 정도만 됐어도 더 많이 날렸을 텐데... 그리고 겨울의 낮은 기온은 배터리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겨울에도 가급적 피했다. 실제 겨울에 드론을 날리려다 낙하사고가 발생해서 케이스를 완전히 교체하기도 했다. 가장 결정적 이게도 동영상은 어찌어찌 찍겠는데 이후에 편집하는 것이 아주 귀찮다.


첫 글에서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 미디엄에 제주를 테마별로 나눠서 사진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미디엄에 올렸던 글을 다시 브런치에 사진 위주로 가져온 M# 시리즈의 글이 총 25편이다. 최근 몇 달 간은 미디엄에 새로운 글을 적지 않아서 M# 시리즈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그리고 지난여름의 어느 아침에 빗방울을 머금은 풀잎과 꽃잎들의 사진 글을 올리면서 S#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총 17편이 올라왔다. S# 시리즈는 이미 브런치를 통해서 소개했던 장소를 다시 방문해서 추가 사진이 많이 찍었을 때나, 특정 일의 하루 동안의 여정을 중심으로 글을 적고 있다. 우도를 소개했지만 지난봄에 하루 동안 다녀와서 '우도하루'를 적기도 했고, 가파도를 다시 다녀와서 '청보리가 부른다'는 글을 적었다. 벚꽃이 진 후에 '벚꽃엔딩 2016'을 적고 올해의 유채를 모아서 '유채엔딩' 글도 적었다. 이런 식으로 S#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보통 월요일에 글을 공개하는데 S# 시리즈는 아무 때나 작성해서 바로 공개하는 걸 나름 원칙으로 삼는다.


이렇게 현재까지 총 98편의 글/사진을 공개했다.


그런데 매주 새 글을 적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전문적으로 제주를 소개하는 그런 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사람이라서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사진을 수급받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공유하고 싶은 장소가 생각나고 또 충분한 사진이 있다면 미리 글을 적어두고 매주 하나씩 오픈하는 식이다. 그렇게 공개를 기다리는 글이 현재 10편이다. 어쩌면 그 10편과 몇 개를 더 적고 나면 더 이상 적을거리가 없어질 것 같다. 물론 소소한 장소들이 있지만 하나의 글로 묶기는 어려운 장소들이다. 그렇게 되면 이후에는 산발적으로 S# 시리즈의 글만 적을 것 같다. 불확실한 시한부 제주의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제주를 떠나며...'라는 글을 남길 때까지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아직도 못 가본 제주가 많고 가봐야 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할 곳들이 많다. 누군가는 9년째 섬에 갇혀서 사는 게 지겹지 않냐고 묻지만 나에게 여전히 새롭다.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면과 마주친다. 더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도전의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4~5년 전에는 제주의 숨은 비경을 발굴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나름의 역할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감출 수만 있다면 감추고 싶다. 나만 알고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은 욕구는 없다. 그저 파괴되고 변해버리는 제주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이기가 모여서 제주의 본모습을 잃게 만들고 있다.


1년을 열심히 달렸다. 이제껏 준비했던 브런치 메뉴에 만족하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메뉴에도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의미 없다.


* 수요일 저녁에 초안을 적었고, 오늘이 딱 1년 되는 날이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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