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제주담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juGrapher Aug 29. 2016

68. 아임유어파더

렛츠런팜 (교래리)

이국적인 너무나 영화같은...


제주의 자연은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됐습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처음 제주에 오신 분들은 공항 청사를 나서면서 주차장의 야자수를 보며 이국적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8년이 넘도록 제주에서 살다 보니 처음 입도했을 때의 그 이국적인 느낌은 이젠 거의 사라졌습니다. 웬만한 관광지나 영화 촬영지는 모두 돌아다녔고, 제주 환경에 맞지도 않는 워싱토니언 야자수도 이젠 그저 그런 조경수에 불과합니다. 곳곳에 있는 감귤나무가 어릴 적 봤던 밭두렁의 탱자나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익숙한 제주에서 다시 외국의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곳을 발견합니다. 발견했다기보다는 출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늦게 알았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제주에서 중문으로 가는 평화로의 왼편으로 토요일마다 경마 경주가 열리는 '렛츠런파크' 경마장이 있습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주변에 목장이 여럿 있지만 몸값 비싼 경주마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제주에서 한라산 중산간을 지나 (사려니숲길 입구가 있는) 비자림로를 지나서, 교래사거리에서 남원 쪽으로 남조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다 보면 제법 삼엄하게 지키는 넓은 목장이 양쪽으로 펼쳐집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주마를 키우는 목장으로 '렛츠런팜'입니다. 제주시에서 성판악으로 가는 516도로 상에 마방목지가 있는데, 그곳은 제주마 (크기가 작음)를 방목하는 곳인데, 이곳 렛츠런팜은 제주마는 (거의?) 없고 경주마 위주로 관리합니다.


남조로의 서쪽 (한라산 방향)으로는 말을 육성하는 목장입니다. 길가에 전망대가 있어서 안을 살짝 들여다볼 수가 있지만, 목장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길 건너편 동쪽으로는 씨수말을 키우는 목장과 말 관련 시설들이 있는데, 이곳은 월요일과 명절을 제외하면 일반인도 마음껏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Far Far Ago...

사려니숲길을 걷다가 샛길로 빠져서 삼다수숲길로 돌아나오던 중에, 돌아가는 길이 너무 먼 것 같아서 월담을 해서 우연히 들어갔는데 이곳이 렛츠런팜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제주경주마목장'이었는데, 최근 렛츠런팜이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곳은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인데, 저는 모르고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순찰하는 경비아저씨께 발각돼서 경비아저씨의 스쿠터를 얻어 타고 입구까지 나왔습니다. 다시 들어가서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인데, 허락된 공간이 아니라서 늘 아쉬웠습니다.

담 밖 (길가)에서 들여다본 렛츠런팜

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길가를 따라서 담 밖에서 목장 안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뒤로 한라산도 훤히 보이는 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그런데 들어가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서 보는 렛츠런팜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렛츠런팜과 사려니숲 사이에 있습니다. (참고로, 사려니숲길의 남조로 입구의 버스 정류장 이름이 '붉은오름입구'입니다.) 그래서 휴양림 숲길의 낮은 전망대에서 렛츠런팜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본 렛츠런팜

최근 서쪽 목장의 입구 옆으로 전망대가 세워졌습니다. 들어가지 못하니 아쉬운 마음으로 전망대에서 안을 들려다 봅니다. 전망대 옆의 안내판을 보니 반대쪽 목장은 안에 들어가도 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들어가 봤습니다.

목장 안의 나무 (서쪽)
목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1.5km정도 들어가면 삼다수숲길이 나옵니다.

아래부터 일반인이 출입 가능한 렛츠런팜 동쪽 (씨수마 육성 목장)입니다.

목장 사잇길

경비 아저씨가 건내준 지도와 주의사항을 듣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목장을 크게 한 바퀴 돌면 약 3km 정도입니다.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목장 입구에 자전거도 세워져 있어서 그냥 그걸 타고 돌아다녀도 됩니다. 그리고, 트랙터로 안을 짧게 돌아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말뿐만 아니라, 양도 몇 마리 키우고 목장을 걷다 보면 노루도 많이 보입니다.

목장 제초중... 한대의 트랙터는 풀을 깎고 다른 트랙터는 깎여진 풀을 다믑니다.
저보다 몸값이 비싼 친구입니다.

보통 수십억에서 비싸면 수백억을 호가하는 씨수마입니다. 좋은 종마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알았지만 국내에는 비싸봤자 수억정도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목장의 안내문에 적힌 몸값은 어마어마합니다. 몸값이 비싼 만큼 넓은 목장 안에 한 마리씩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영역을 만들어두고 익숙한 곳에서 교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이렇게 한 마리씩 키우나 싶었는데, 실제 교배는 목장의 정중앙에 있는 건물 안에서 음밀히(?) 이뤄집니다.

목장 안 모습
씨수마 목장 반대편에는 육성마를 키우는 목장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2~3 마리의 말을 함께 방목합니다.
목장 29B
같은 풍경이라 조금 지루하기는 합니다. 말이나 노루라도 함께 찍었으면 나았을 것을...
돌담

돌담 너머가 바로 남조로인데, 늘 남조로를 지날 때마다 이 낮은 돌담을 그냥 월담해서 안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욕구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유롭게 목장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마혼비

목장의 중앙에 보면 그동안 이곳에서 씨수마로 봉사(?)하다가 죽은 말들의 혼을 기리는 비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아래 사진은 넣지 말까?를 고민했지만 교육 차원에서...

교배 중

북반구를 기준으로 해가 길어지는 2월부터 6월까지만 수말이 발기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배는 이 시기에만 이뤄집니다. (간혹 이 시기 후에 말을 호주 등의 남반구로 보내서 계속 교배를 시키기도 한답니다.) 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렛츠런팜을 방문한다면 오전 9:30경부터 그리고 오후 2:00경부터 교배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플래시를 터트리거나 시끄럽게 하면 안 됩니다.


교배를 돕는 직원들은 헬멧도 쓰고 방탄복 같은 보호장구도 입고 있습니다. 말이 힘이 세고 뒷발질을 하면 아주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암말이 들어오면 교배 중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뒷발에 보호 신발을 착용시킵니다. 그리고 꼬랑지가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미리 랩으로 정리해두고, 말이 날뛰지 못하도록 앞니를 가죽끈 같은 도구로 고정시킵니다. 이제 수말을 데리고 와서... (생각보다 짧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 다시 찾아가볼 요량입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매거진의 이전글 67. 흐릿한 역사의 현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