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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Jun 23. 2016

S19. 도채비가 수국수국

제주의 6월은 수국 피는 계절

6월에 제주의 도로를 달리면 길가에 예쁘게 핀 수국에 눈길이 갑니다. 특히 제주의 동쪽 끝인 종달리 해안도로는 수국으로 유명합니다. 종달리 외에도 제주도 곳곳에서 수국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카멜리아힐이나 에코랜드 같은 사설 테마공원에도 수국이 무리 지어 피어있어서 요즘 SNS 타임라인에 수국 사진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종달리나 카멜리아힐 등에서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종달리가 제주시에서 좀 멀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이 시기에 종달리에 갔던 적이 별로 없었고, 한두 번 지나쳤던 기억은 있는데 따로 찍어둔 사진이 없습니다. 그리고 종달리 수국은 대부분 연두에서 연파랑이라서 좀 밋밋하다.

길가에 줄지어핀 수국

제주에서 수국을 도채비꽃이라 부릅니다. 도채비는 도깨비의 제주어입니다. (사전에는 강원, 경상, 전라, 함북의 방언으로만 나옴) 다른 지역에서도 도깨비꽃이라 부르는 듯하니 제주만의 특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수국을 도깨비꽃이라 부르는 이유는 꽃 색깔이 빨강, 분홍, 연두, 파랑, 보라 등 매우 다양해서 도깨비 같기 때문입니다. 수국이 자라는 토양이 꽃 색깔을 결정합니다. 즉,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서 색이 달라집니다. 자연의 리트머스입니다. 초등학교 과학 ('자연'이었나?) 수업시간에 리트머스 종이는 산성 acid 용액에서는 붉게, 염기성 alkali 용액에는 푸르게 변해서 '산불, 염소풀'로 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국은 리트머스와 반대입니다. 산성 토양에서는 푸른 수국이 피고, 염기성 토양에서는 붉은 꽃이 핍니다. 그런데, 붉은색과 푸른색이 만나면 보라색인데 보라색 수국은 어떤 토양에서 자라는 걸까요?

분홍색 수국
붉은 빛이 너무 영롱해서 바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항파두리성 길가에 핀 수국
파란 수국
붉은 수국
보라색 수국

수국이 핀 모습을 보면 마치 둥지 속의 새끼 새들이 어미새가 물고온 먹이를 먹기 위해 부리를 벌리고 있는 듯합니다.


주로 숲 속 트래킹을 하다 보면 분명 수국 같은데 수국과는 조금 다른 수국을 보게 됩니다. 산수국이라는 것인데, 그냥 수국은 위에서 보듯이 꽃이 전체적으로 한가득 피어있지만, 산수국은 가장자리에만 꽃이 핍니다. 그런데 수국과 산수국의 꽃은 무성생식의 헛꽃이고, 의외로 산수국의 안쪽의 작은 봉우리들이 유성생식하는 참꽃이랍니다.

개화를 시작한 산수국
산수국... 가장 자리만 꽃이 핀다.
분홍색 산수국
수국과 산수국
사려니숲길에서 만난 산수국
한라샌태숲 입구

수국은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겨울을 지나면서 잎과 줄기는 모두 말라죽지만 뿌리는 추운 겨울을 땅 속에서 보내고 봄이 되면 다시 줄기가 나고 잎이 우거지고 꽃이 핍니다.

겨울의 산수국
눈 덮인 수국
파란 수국과 보라 수국

분명 수국이 자라는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서 색이 달라진다고 했는데, 위의 수국은 한 화분에서 자란 한 나무에서 핀 꽃인데 파란색과 보라색으로 색을 달리합니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으니 수국을 도깨비꽃 / 도채비꽃이라 부르나 봅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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