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치유의숲과 시오름
제주의 모든 숲(길)은 한 번쯤 가봐야 한다.
2016년도 초여름에는 숲길을 자주 찾았습니다. 최근 몇 주 간의 브런치 포스팅만 봐도 제가 어떤 곳들을 돌아다녀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화순곶자왈, 사려니숲 통제구간, 교래곶자왈 등을 제주 9년 차가 돼서야 제대로 다녀왔습니다. 그러면 다음 주에는 어디를 가지? 그러던 차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서귀포에 있는 시오름과 치유의숲을 언급한 포스팅이 여럿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다음 행선지로 치유의숲으로 정했습니다. 근데, 제주의 각종 트래킹 코스를 돌아다녔지만, 정작 올레길과 한라산 둘레길은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다는...
치유의숲은 서귀포 중산간을 가로지르는 제2산록도로 상에 있습니다. 트래킹 코스가 다양하기는 하지만, 다른 숲길에 비해서 더 특별한 게 없습니다. 굳이 어렵게 찾아올 바에는 시내 근처의 숲을 찾는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별로 찍지 않고 그저 미정복 숲길을 하나더 정복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으니 당연히 이 포스팅을 올릴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글을 적고 있는 것은 순전히 시오름 정상에서의 그 기분을 살짝이라도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치유의 숲은 --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 가볍게 트래킹 하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코스도 다양해서 짧게 산책 겸 다녀올 수도 있고, 운동삼아 길게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호근산책로와 힐링센터 사이, 그리고 힐링센터에서 시오름으로 가는 길은 조금 험한 편입니다. 슬리퍼만을 신고 다녀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코스입니다. 저는 평소처럼 슬리퍼 차림으로 가볍게 다녀왔지만, 시오름을 오르겠다면 가벼운 운동화를 착용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트래킹 코스를 벗어나서 본격적으로 시오름을 오르는 구간은 경사가 꽤 있습니다. 360개가 넘는 제주도 오름 중에서 겨우 4~50개만 다녀왔지만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오름을 제외하면 시오름은 이제껏 제가 올랐던 가장 곳이라고 장담합니다. 그래서 정상에서의 감흥이 더 큽니다. 포기하지 않은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성취감보다도 더 큰 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날씨가 좋은 날에 한해서...
날씨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제껏 오름 정상에서 봤던 풍경 중에 최고였습니다. 그러나 시오름 정상에 오르기까지 참 힘듭니다. 힘듬을 이겨낸 사람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이날의 한라산과 하늘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다시 찾을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런 날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다시 찾고 싶지만 너무 힘들어요.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