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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Sep 12. 2016

70. 낯선 듯 익숙한 곳으로

교래자연휴양림

딱 3년이 지났다. 아니 4년이던가?


교래자연휴양림을 처음 찾았을 때는 늦은 밤이었다. 팀 워크숍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늦은 시간에 숙소로 예약해둔 휴양관에 들어갔다. 휴양관이 막 새로 생겼을 무렵이었다. 플레이샵이 그렇듯이 늦게까지 담소를 나누고 늦게 일어났다. 부지런한 몇몇은 이미 곶자왈 산책을 다녀왔지만 나는 그냥 '또 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잠을 더 청했다. 결국 4년이란 시간을 보낸 후에야 또 왔다.


제주에서 곶자왈 숲길을 몇 번 트래킹 해봤다면 사실 다 비슷비슷하다. 교래자연휴양림도 그렇다. 그저 그런 곶자왈이다. 시간이 흐른 후에 이 '그저 그럼'이 그리워질 거다.


교래자연휴양림에서 숙소와 곶자왈 전시관이 있다. 그리고 3~40분짜리 짧은 트래킹 코스와 2시간짜리 긴 트래킹 코스가 있다. 함덕에 열린 13회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에 가기 전에 3시간 정도의 여유가 남아서 그냥 긴 코스를 택했다. 어느 이정표가 맞는지 모르겠으나 3.5km 또는 4.0km를 걸어가서 큰지그리오름에 오른 후에 돌아오는 코스다. 여름에는 진드기 때문에 초지코스는 막혀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그냥 쭉 걸어 들어가서 다시 쭉 걸어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제주의 숲길이 그렇다.


12년 전에 20D를 사면서 함께 구매했던 -- 그러나 평소에 잘 쓰지 않던 -- 50mm (F1.8) 단렌즈 하나만 장착하고 트래킹을 시작했단. 지난 사려니숲길에서는 백마엘 (100mm)로만 다녔는데 뭔가 아쉬웠다. 그러나 줌렌즈보다는 단렌즈로만 전체 구간을 다녀오는 도전을 계속해보고 싶었다.

휴양림 입구
안으로 들어오면 초가로 카페와 사무실을 만들어뒀다.

어른 기준으로 입장료 1,000원을 내면 곶자왈 트래킹을 할 수 있다. 숙소를 예약해둔 사람들은 입장료를 별도로 낼 필요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왕 달팽이

트래킹 초입에 대왕 달팽이를 만났다. 50mm만 가져온 곳이 바로 후회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50mm가 100mm보다 화각이 더 넓긴 하지만, 트래킹에서 오히려 100mm가 더 나았다. 그냥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돌마다 이끼가 폭신하게...
야외교실

트래킹 코스 중간중간에 '야외교실 Outdoor Classroom'이라고 작은 공터들이 여럿 있다. 유치원/유아원 등에서 견학 온 학생들과 함께하라고 만들어둔 것 같은데, 의자돌에 이끼만 잔뜩 자라 있었다.

큰지그리오름의 삼나무숲

3km 정도 곶자왈 숲길을 해치고 나오니 큰지그리오름 아래에 삼나무 숲이 펼쳐져있었다. 조금 생뚱맞아 보인다. 직접 찾았을 때는 좀 더 따뜻한 색이었는데, 사진에는 너무 차갑게 표현됐다.

큰지그리오름 정상의 산담

4km를 힘겹게 걸어왔는데 오름 정상에 오래된 무덤이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무덤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해발 1,000m가 넘는 한라산 중간에 만들어진 무덤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이 무덤을 만든 사람은 대단한 효자였을까? 아니면 후손들을 엿 먹이려는 것이었을까? 이런 오지에 만들어진 무덤을 보면 그냥 이런 나쁜 상상을 하게 된다. 성묘하려면 4km를 걸어가야 하고 또 걸어나와야 한다. 헐~~~ 주변에 공사차량이 있는 걸 보니 근처까지 오프로드를 타고 와도 되긴 하지만...

정상에서 내려다 본 돌문화공원과 에코랜드
정상에서 내려다본 모습

멀리 삼다수목장이 보인다. 지금은 출입을 막아놨지만 많은 사진을 찍은 페이보릿 중에 하나였는데... 목장에서 나무 사진을 찍으면서 멀리 뒤로 봤던 오름 정상에서 이젠 목장을 내려다본다는 것이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지금은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오름 정상에서 보는 한라산
이끼낀 곶자왈
햇살 한가득
숲속의 여인

이런 일종의 몰카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주로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 기회가 있으면 셔터를 누르게 된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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