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과 9/10월은 메밀꽃을 만나는 시기
단언컨대 이효석이 제주에서 태어났더라도 '메밀꽃 필 무렵'을 지었을 거다.
소설 한편으로 메밀은 봉평 또는 강원도의 대표 작물이 됐지만, 제주도를 메밀 산지에서 제외한다면 많이 섭섭할 거다. 척박한 제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우리 조상님들은 봄가을로 이모작이 가능한 메밀에 의지해서 제주 땅을 지켰을 거다. 최근 제주가 각광받으면서 오메기떡이 유명해졌지만, 오메기떡만큼이나 제주를 대표하는 떡은 메밀 전병에 무 등을 넣은 빙떡이다. 맛은 많이 심심하긴 하다. 봄과 가을에 제주를 돌아다니면 하얗게 핀 메밀꽃을 볼 수 있다.
메밀은 이모작이 가능하다. 5월 말부터 6월 초, 그리고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제주에서 메밀꽃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특별히 정해진 장소 (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애월이나 조천 등 제주도 곳곳에 메밀밭들이 있다. 그런데 봄에는 보리가 심긴 밭도 많아서 메밀꽃을 보겠다면 가을이 더 쉽다. 성읍 근처에 바람왓이라는 곳은 봄 메밀을 키워서 메밀꽃축제를 개최하니 시기가 맞으면 찾아가봄직하다.
이상의 5장은 성읍 바람왓에서 찍은 사진이다. 바람왓이 아니더라도 제주도 곳곳에서 메밀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제주에서 가장 큰 메밀밭은 오라동 위쪽에 있는 메밀밭이다. 제1산록도로에 차를 세우고 내려가면 넓은 메밀밭을 볼 수 있다. 2016년 가을에는 이곳에 돌하르방와 물깃는 여성상을 세워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도록 해뒀다. 작년까지는 아는 사람만 찾는 곳이었는데, 이젠 모두에게 개방됐다. 산록도로는 방해가 없어서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인데, 지난 몇 주동안은 메밀밭을 찾는 사람들과 갓길에 정차한 차들로 많이 붐볐다. 2016년에는 예년보다 조금 일찍 메밀꽃이 폈고, 추석 연휴 중에 찾아온 태풍에 메밀이 다 쓰러져버렸다. 추석 이후에 이곳을 찾은 이들은 조금 실망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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