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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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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Oct 17. 2016

75. 용두암 가는 길

용담해안도로의 풍경

불 뿜는 용의 머리를 잡기는 참 어렵다.


용두암은 제주의 대표 관광지라서 따로 글을 적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제 소재가 거의 고갈돼가기도 하고, 용두암에 일출 사진을 찍으러 갔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글을 적는다. 2000년도에 제주에 놀러 와서 제일 처음 갔던 곳이 용두암인데, 제주도에 살려고 내려와서 낮에 용두암을 따로 찾아간 적은 없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별로 감흥도 없는 바위 하나를 보기 위해서 가고 싶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용두암 사진이 별로 없다. 그런데 여름에만 용두암 뒤로 떠오르는 태양, 즉 일출을 볼 수 있다기에 새벽 일찍 사진을 찍으러 길을 나섰다. 그러나 멋진 일출은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별로 없는 용두암 사진만으로 브런치 한편을 모두 채울 수 없기에 용두암 주변으로 난 용담해안도로에서 찍었던 몇몇 사진들을 모았다. 아, 용연(다리)도 유명한 곳인데, 딱 한 번밖에 건너보지 못했다. 밤에 불이 켜졌을 때 사진 찍으러 가봐야 하는데...

용언교에서 내려다 본 한천

제주도의 많은 하천들과 같이 구제주와 신제주를 관통하는 한천도 평소에는 마른 건천이다. 그래도 오랜 풍파를 견딘 바위를 보는 재미는 있다. 한천을 따라 내려가면 용연구름다리를 지나 바다로 향한다.

용연구름다리에서 내려다 본 한천
용담해안도로에서 조금 안쪽으로 제주공항을 조망할 수 있는 올레가 있다.

다른 건물의 방해 없이 한라산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고, 크고 작은 비행기가 쉼 없이 이착륙하는 것을 볼 수도 있다.

그림과 글이 그려진 안전 구조물
태풍이 지나간 다음의 바다
용두암의 일출...

멋진 일출을 본다는 것은 참 어렵다. 일몰은 그날의 대기상태 등을 보면서 가늠할 수 있는데, 내일 일출이 어떨지 자는 동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보통은 잠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 미친척하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또 때론 새벽에 잠에서 깨어 아무것도 할 것이 없을 때 그냥 하늘에 별이 있으면 나가 본다. 그리고 일출을 기다린다. 어떤 일출을 만날지 모른다. 때로는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나 일출을 맞으러 나갔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여름에만 볼 수 있다기에 더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섰지만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

여의주(태양)을 문 용

탑동에 있는 호텔이 용두암 일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예전에는 몰랐었다. 그런데 지금은 '망할 놈의 라마다'를 외친다. 위의 사진처럼 용두암 실루엣이 호텔 때문에 가려진다. 온전한 용두암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가야 한다. 사진을 찍을 자리도 협소하고 물 묻은 바위가 위험하기도 하다.

요두암 일출을 담으러 내려가는 길 (HDR)

올해도 무더위가 찾아왔다. 새벽에 일찍 깨어 그냥 용두암을 찾았다. 작년에 두 번을 찾았었는데, 기억에 남을만한 사진을 얻지 못했다. 또 찾았건만 기대치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래도 태양이 붉게 떠오르는 미명의 하늘과 바다는 아름답다. 이날 찍은 용두암 사진은 표지 (대문) 사진으로 대체한다.

일몰

이건 용두암의 동쪽에서 찍었던 일몰이다. 우연히 만난 제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몰이다. 회사 동료가 출장 와서 같이 밥을 먹으러 나가면서, 한라산 중산간에서부터 오늘은 사진을 찍어야 되는데 못 찍는다고 아쉬워했는데, 마침 해안가에 도착했을 때 일몰의 기회를 잡았다. 이날은 일몰도 아주 멋있었지만 일몰 전의 시간이 더 몽환적이었던 날이다. 그 시간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일몰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해가 바다 밑으로 내려간 다음
일몰 후의 여운을 즐기다.
만선의 꿈을 싣고...

화려한 일몰 사진 후에 이 사진이 조금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 저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이 꾸고 있는 그 꿈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제주는 화려한 관광지다. 그러나 그것보다 묵묵히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더 아름답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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