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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Jan 18. 2017

S28. 오! 나의 사라.

4수만에 성공한 사라오름의 상고대

한파가 몰아친 지난 주말에 사라오름에 다녀왔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고 밤 사이에 눈이 내릴 수 있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잠들면서 폭설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은근 기대했습니다. 제주에는 보통 3~4 차례 폭설이 내리는데 이번 겨울은 아직 제대로 된 눈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지난 한파에 폭설이 내리지 않을까?라고 기대했습니다. 눈이 오면 출근 걱정 없는 주말에 그냥 사진이나 찍으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몇 년째 제주에 살면서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이번 겨울에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폭설이 내린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의 사진을 찍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맑은 날의 사라오름의 상고대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월동장비를 제대로 갖춘 사륜구동 차량이 있다면 더 다양한 눈 사진을 찍고 싶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버킷리스트는 비자림로와 사라오름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에 폭설을 기다렸던 것은 비자림로 사진을 찍겠다는 욕구 때문입니다. 버스 타고 비자림로까지 가서 사진을 찍고 집까지 걸어 내려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었을 때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흰색의 천하를 꿈꿨는데... 실망하며 자리에 그대로 잠시 누워있으면서 그래도 눈을 봐야겠다는 강한 열망이 끓어올랐습니다. 그래서 1100고지의 상고대라도 보기 위해서 차를 몰고 올라갔습니다. 1100고지의 상고대는 겨울의 제주를 호사스럽게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산 아래에서 볼 때는 구름이 짙은 흐린 날이었지만 막상 1100고지에 오르니 푸른 하늘도 힐끗힐끗 보였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사라오름에 올랐다가 출근을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바로 사라오름에 올라간다면...?"이라는 강한 생각에 1100고지에서 사진도 제대로 찍지 않고 급하게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간단한 간식거리와 겨울 산행장비를 급히 챙겨서 성판악 휴게소로 향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산행을 해야 제맛인데 11시가 거의 다 돼서야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사라오름은 총 다섯 번 올랐고, 겨울 산행은 총 세 번이었습니다. 첫 번째 겨울 산행은 회사 동료와 함께 올랐는데 구름이 자욱한 가운데 폭설이 내린 조금 몽환적인 풍경이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머리 속에 선하지만, 이후에 맑은 날 사라오름의 상고대 사진을 찍은 사진을 본 후로는 지난 기억보다는 푸른 하늘 아래에 새하얀 상고대 모습이 눈에 아련했습니다. 상고대에 대한 욕구 때문에 대신 1100고지에 더 자주 갔지만, 사라오름의 그것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올랐지만 실패하고, 지난해 마지막 날도 올랐지만 또 실패하고... 그리고 네 번째...

2014년 12월의 첫 겨울 사라오름 산행

구름 속의 폭설은 참 몽환적이었습니다. 등산로를 벗어나서 산정호수를 거닐던 기억이 여전합니다. 하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상고대의 모습이 계속 그리웠습니다.

2015년 12월의 두번째 산행

구름만 잔뜩 껴있고 눈도 제대로 없었습니다.

2016년 12월 31일의 세번째 산행

이른 새벽에 출발해서 오른 산행이었는데 하늘은 참 맑았지만 눈과 상고대가 없어서 참 실망했습니다. 사실 이틀 전까지 백록담 부근으로 많은 눈과 상고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날 (휴가를 내고 올라가고 싶었지만 회의 때문에 이루지 못한...) 하루 종일 맑은 평소보다 따뜻한 날씨 탓에 상고대는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진 후였다. 세 번째 겨울 산행에서 자연이 허락하지 않은 것은 내가 볼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허락하지 않으면 허락할 때까지 올라야겠다는 조금 오기도 생겼다. 사실 전자의 마음이 더 컸지만...

1100고지에 막 도착했더니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 사진만 대강 찍고 바로 차를 돌렸다.
성판악 입구에는 상고대가 없었지만 속밭대피소 근처까지 오르니 삼나무잎에 상고대의 흔적이 남아있다.
올라오면서 상고대가 없어질까 몹씨 걱정했지만 1200m를 넘어선 후로는 나무들이 하얗게 물들었다.
사라오름 입구에서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등산로
더디어 펼쳐진 사라오름의 상고대...

사라오름 초입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싶었지만 앞쪽에 등산객들이 붐비는 사진을 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호수에 더 가까운 곳에서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중천에 뜬 해 때문에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급하게 맞은편 전망대 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산정호수의 왼쪽에 이르니 파란 하늘에 대비되는 하얀 상고대가 눈부시다.
사라오름 입구쪽을 보면서... 뒤로 백록담도 살짝 보인다.
전망대 오르는 길...
반대편에서 입구쪽 사진을 찍으려했는데 구름이 몰려왔다. 조금 기다려도 걷히지 않아서 일단 전망대부터...
전망대에서 본 백록담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서귀포
원래 목적이 산정호수의 상고대였기에 바로 내려왔다.
구름이 걷히길 기다리며...
아무래도 3번째 사진과 같은 구름없는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것 같다. 또 올라야 하는 걸까?ㅠㅠ
산정호수의 오른쪽 (입구기준)
렌즈는 24-105로 바꾸고 좀 당겨봤다.
반대편의 상고대와 백록담
등산로를 벗어나서 저러면 안 돼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들어가보기 힘든 곳...
호수 반대편에서 본 산책로
고생을 했지만 이걸 본다면 고생은 바로 잊혀진다. 물론 내려가는 길이 걱정되지만...
사라오름을 내려오면서 찍은 백록담

최근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컷 수를 엄청 늘렸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정리하면서 찍지 못했던 순간이나 구도가 막 떠오릅니다. 또 올라갈지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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