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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May 10. 2017

보리 녹차 그리고 들꽃

하늘에서 내려다본 보리밭과 녹차밭

고대했던 5월의 연휴도 아쉽게 끝났습니다. 해외여행 같은 특별한 계획이 없었기에 그냥 연휴 동안 제주에서 조용히 보냈습니다. 휴가일은 집에서 놀고 근무일에는 출근해서 놀고 (?)... 제주의 5월 초는 연두에서 녹색으로 갈아입는 시기입니다. 이때가 아니면 또 볼 수 없는 색을 사진에 담고 싶어서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1년간 묵혀뒀던 드론도 꺼내서 배터리도 충전하고 펌웨어도 업데이트해서 영상도 좀 찍었습니다. 오랜만의 비행이라서 좀 어색했지만 또 금방 적응했습니다.


한라산 중산간에 넓은 보리밭이 있습니다. 편의상 오라보리밭으로 부르겠습니다. 25만 평의 넓은 경사진 평지에 보리를 파종한 곳입니다. 가을에는 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이는 곳인데, 봄에는 초록의 청보리가 자라는 곳입니다. 가파도나 고도가 낮은 지역은 이미 황금색 보리로 바뀌었지만 오라보리밭은 높은 곳에 위치해서 여전히 푸릅니다. 나름 혼자만 아는 곳인데 작년 가을부터 일부 개방하기 시작했고, 올봄에는 아예 도로 옆 울타리도 걷어내고 주차장까지 만들어서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고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라산 황금보리축제라는 이름으로 한 달 동안 개방해놨습니다. 올해는 가파도에 배 타고 들어가서 청보리를 구경하지 못해서 이곳에서 보리 구경을 실컷 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개방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가 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오라보리밭... 멀리 제주도가 내려다 보인다.
한라산은 아래에서부터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보리밭 사이길을 따라서...

문득 '박하사탕'의 마지막에 나오는 '나 돌아갈래' 장면이 생각납니다.

가족

위의 사진은 5월 3일에 찍어서 그나마 미세먼지가 덜 심했던 날입니다.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싶어서 2년 전에 드론을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4월 초에 벚꽃과 유채꽃 영상을 찍은 후로 1년이 넘도록 드론을 꺼내보지도 않았습니다. 새로운 장비를 구입할 때는 제대로 활용하겠다고 마음먹지만 막상 몇 번 가지고 놀고 나면 그냥 철 지난 장난감이 됩니다. 드론은 그냥 비싼 장난감이 됐습니다. 나름 변명거리는 있습니다. 365일 중에서 드론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날은 주말, 휴일, 휴가 등을 포함해도 100여 일밖에 안 되고, 비 내리면 날릴 수가 없고 날씨가 추우면 배터리 예열이 필요해서 날리기 힘들고 (실제 겨울에 날리려다가 드론을 떨어뜨려서 외장을 교체하느라 10여만원을 씀) 바람이 심한 날은 또 스킵해야 합니다. 그렇게 날을 고르면서 2~3주를 보내고 나면 충전해뒀던 배터리는 방전돼버립니다. 그러면 미리 충정해두지 않아서 또 미룹니다. 하지만 제가 드론을 날리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드론이 많이 흔해졌지만 아직은 드론을 꺼내면 사람들이 몰려와서 꺼내는 것이 좀 부담스럽습니다. 영상을 찍겠다는 욕심에 팬텀 3을 구입했는데, 지금이라면 마빅처럼 휴대가 더 편하면서 4K 영상을 찍을 수 있는 드론을 구입했을 겁니다. 물론 돈만 있다면 여전힌 인스파이어 2라든가 6축, 8축 드론을 구입하고 싶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1년을 넘게 드론을 띄우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방전됐던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고 펌웨어도 업데이트하고 또 잊어버린 조종법도 다시 숙지해서 보리밭을 찾았습니다. 연휴 중에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오라보리밭이 아닌 다른 곳들을 돌아다니다가, 일몰이 가까운 시간에 지나는 길에 찾아갔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드론을 띄웠습니다. 원래는 4K 동영상이지만, 편집하기 귀찮아서 그냥 DJI GO 앱에서 실시간으로 남겨진 동영상을 짧게 잘라 붙였습니다. 그래서 아래 동영상 화질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더욱이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던 날에 빛이 적은 일몰 시간에 찍은 거라서... 4K 영상으로 보면 더 깨끗하게 좋은데...

오라동 보리밭

위에 편집된 동영상의 화질이 아쉬워서 하나 원본 영상 하나 더 추가합니다. 브런치의 동영상 사이즈 제한으로 200MB보다 적은 용량의 영상을 임의로 선택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해서 뒤쪽의 오름과 제주시가 흐릿하고, 늦은 시간에 찍은 거라서 화면이 밝지 않아서 다소 아쉽습니다.

개민들레? 씀바귀? 어쨌든 노란꽃

일요일 아침 일찍 녹차밭에서 드론으로 영상을 찍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드론을 챙겨서 성읍에 있는 녹차밭으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녹차나무 대부분을 검은 망으로 덮어놔서 오설록 한남다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남다원도 대부분 검은 망으로 덮어놨지만, 제주에서 가장 넓은 녹차밭답게 중간중간에 영상을 찍을만했습니다.

오설록 한남다원

4월 말의 연두색 녹차 새순은 한차례 수확을 마친 후로 보였습니다. 녹차색도 어느덧 녹색으로 바뀌어서 조금 실망하기도 하고... 아래 영상도 DJI GO에서 바로 편집한 거라서 화질은 좋지 않습니다. 중간에 보면 검은 망으로 녹차나무를 덮어둔 것도 볼 수가 있는데 열을 흡수해서 더 따뜻하게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햇볕을 가려서 잎을 연하게 하려는 것인지... 그리고 영상에도 나오지만 주기적으로 녹차나무 상단을 완전히 깎아버리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한남다원 편집본

녹차밭도 원본 영상 하나 올립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붉게 변한 밭을 보고...

이건 무슨 풀인지...
적녹의 제주

지난가을에 서귀포를 오가면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찾아서 헤맸습니다. 그저 은행나무는 노란색이라는 생각이 깊게 깔려있었습니다. 문득 햇빛이 비쳐서 연하게 보이는 연둣빛 은행잎을 보면서 내가 마치 헨델과 그레텔처럼 바로 옆에 있는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서 먼 어행을 떠났던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색의 은행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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