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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Aug 07. 2017

7월이 가고 8월이 오다

7말8초의 제주

무덥던 7월이 지나가고 8월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덥습니다. 낮의 태양은 강렬하고 밤의 열기는 뜨겁습니다. 다행히 타이머를 맞춘 에어컨이 꺼지면 자동적으로 깨서 다시 에어컨을 켜는 단계는 무사히 다 보낸 듯합니다. 더운 것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이 더위 때문에 지난 주말에 태풍 노루가 대한민국을 비껴갔다고 생각하니 참 다행입니다.


7월 마지막 주말과 8월의 첫 주말에 찍은 사진을 모았습니다. 작년에 시작했던 프로젝트의 1차 결과물이 6월에 나와서 7월에 며칠의 특별 휴가를 받았습니다. 7월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는 휴가여서 7월의 마지막 이틀과 주말, 총 4일 동안 모처럼 여름휴가 (?)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러 많이 돌아다녔을 법도 하지만 더워서 그냥 집에만 있었습니다는 그냥 수사적 표현이고, 최근 옆에서 근무하시는 분들 사이에 디아블로 3 열풍이 다시 불어서 게임에 빠져서 연휴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야외 활동을 하면서 몇 장의 사진을 남겼습니다.


먼저 금요일에는 열대야 때문에 새벽에 깼다가 그냥 4:30에 집을 나서서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해변으로 갔습니다. 올해는 새벽 출사를 나서지 않아서 오랜만에 일출 모습도 보고 싶었습니다. 창밖으로 별이 보였지만 1시간 후에 성산에서의 일출은 어떨지 전혀 감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길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저의 여름휴가가 시작됐습니다.


광치기해변에서 보는 성산일출봉 일출

그라데이션 필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렇게 사진이 나왔지만 실제는 이것보다는 많이 밋밋한 일출이었습니다. 몇 컷의 사진을 더 남기고 북동쪽 해안도로를 따라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종달리 해변에서 보는 우도

아치에 바닷가에 물안개가 자욱했고 그 사이로 여린 아침 햇볕이 내리쫴서 조금은 짙은 황사 (모래 폭풍) 속에 있는 듯한... 왜 표현이 이 모양이지ㅠㅠ

해안가의 새 한 마리
해무 속의 해안가

토요일은 조용히 집에서 보내고 일요일 오후에는 내도동 알작지에 갔습니다. 아 아니구나. 외도동에 있는 식당에 찾아갔다가 점심을 먹고 그냥 근처에 알작지에 들렀습니다. 햇볕이 강해서 알작지에서 간단히 동영상만 하나 찍고 이호해변을 거쳐서 집으로 바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또 D...

몽동해변인 알작지
알작지의 파도...

알작지는 파도가 자갈 사이를 지나갈 때 들리는 '자갈자갈'거리는 소리가 중요한데, 소음 때문에 동영상을 찍을 때 녹음하지 않은 것은 죄송.


휴가 마지막 날인 월요일에는 날씨가 좀 흐렸습니다. 애월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패닝샷으로 바다 사진을 담아봤습니다. 셔터스피드를 조금 더 느리게 해서 찍었어야 했는데 당시의 장비로는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애월해안도로에서 본 바다
Auto-contrast

사진을 찍고 나서 후보정은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예전 디지털카메라는 사진을 찍고 나면 뿌연 막이 형성돼서 콘트라스트 조정이 필수였지만, 최근 나오는 디카에는 그런 현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사진을 올리기 전에 포토샵으로 auto-contrast 효과만 줍니다. 간혹 밝기와 수동으로 contrast를 좀 더 주기는 하지만 후보정을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위의 해안선 사진도 처음 auto-contrast를 적용했더니 원래 느낌과 확연히 차이가 나서 그냥 뿌연 원본 사진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auto-contrast를 적용한 사진도 뭔가 느낌이 있어서 함께 올리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수평선이 살짝 맞지 않아서 불편하지만 귀찮아서 그냥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7월의 마지막 주말을 보내고 8월이 시작됐습니다. 주말에 태풍 노루가 북상한다는 뉴스가 계속 나왔지만 다행히 한반도에 무더위를 준 고기압 때문에 태풍은 일본으로 경로를 바꿨습니다. 태풍 소식이 별로 반갑지는 않지만, 태풍 전날의 맑은 하늘과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 모습을 보는 것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태풍이 지나기 전의 하늘은 언제나 옳다 (금요일)
태풍 전날의 타임랩스

근무 중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러 산책 나왔다가 타임랩스로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금요일에 퇴근해서 혹시나 해서 이호해변으로 일몰을 보러 갔지만, 간발의 차이로 일몰을 놓쳤습니다.

일몰 후의 이호방파제의 말등대

토요일은 아직 태풍이 완전히 지나가지 않아서 한라산 중산간에는 구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바다 쪽은 맑아서 해변 사진을 찍으러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북동쪽으로 길을 나서려 했지만 지난 포스팅에서 북동해안의 사진을 공개했던 것이 생각나서 급하게 서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제주도 처음 내려왔을 때는 협재해변에 종종 갔었는데, 요즘은 앞길이 많이 막혀서 그냥 우회해서 금능해변으로 갔습니다. 두 해변 모두 앞쪽으로 비양도를 볼 수 있기에 종종 찾는 곳입니다. 사리현상이 없어서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서 더 좋았던 날입니다. 하지만 무더웠던... (참고. https://brunch.co.kr/@jejugrapher/166)

금릉해변 (서쪽 끝)과 비양도
금릉해변
새별오름 나홀로나무

슬픕니다. 5~6년 전에는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던 목초지였는데, 이젠 제주에 오는 누구나 찾는 곳이 됐습니다. 목초지 한가운데로 2m가 넘는 황톳빛 길이 생겼습니다. 목초지 울타리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도 붙고 철조망이 쳐져있지만 그런 것이 무시된지는 오래입니다. 차를 대기에도 좁은 도로변의 갓길은 이젠 수많은 차들이 정차해서 풀도 자라지 않습니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의 추억도 소중하지만 지켜야 할 것은 좀 지켜줬으면 합니다. 개인 관광객들도 많지만, 어느 쇼핑몰에서는 이곳에서 제품 촬영을 한 것도 봤습니다. 이곳은 아니지만 다른 사유지 메밀밭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었지만 어느 연예인이 버젓이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린 것도 봤습니다. 제주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으면 추억도 빛을 바랍니다. 저는 최근에 일부러 이곳을 경유하지 않거나 경유해서 사진을 찍더라도 이렇게 멀리 길가에서만 사진을 찍고 바로 떠납니다. 

산록도로에서 본 한라산/백록담

마지막으로 일요일 오후에 산지등대로 갔습니다. 기대할만한 일몰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일몰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이호로 가려니 이미 금요일에 다녀왔고 조천 닭머르로 가자니 조금 먼 느낌이 나서 그냥 사라봉 아래에 있는 산지등대로 갔습니다. 아래 사진은 좀 짙게 나왔지만 예상했던 대로 특별한 일몰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 순간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소중한 기억입니다.

바다 위로 구름이 많이 껴서 기대치가 낮았던 일몰
사진에 속지 마세요.

실제의 일몰은 아래와 같습니다.

타임랩스로 찍은 일몰 순간 (아이폰)

이제 한참 무더웠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조금 더 있으면 고추잠자리가 날아들고 아침 공기가 사늘해질 것입니다. 아침에 서리가 내리고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면 또 지난여름이 그리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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