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8월
늦게 찾아온 장마(?)와 함께 더위가 한풀 꺾이나 했더니 다시 마지막 더위가 맹위를 떨칩니다. 여전히 에어컨은 쉼 없이 돌아가지만, 또 어느덧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닙니다. 그런 8월이 끝나갑니다. 올해 들어서 사진을 많이 못 찍고 있지만 여름에는 그 수가 더 줄었습니다. 덥다는 핑계로 외출도 자제하고 또 밖에 나가더라도 해변가 외에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을 못합니다. 늘 보던 해변과 바다 사진으로 매일 도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8월 첫 주말의 사진은 이미 공유했으나 그 나머지 기간 동안의 사진을 모았습니다. 8월에는 비도 많이 왔지만 또 하늘이 맑은 날이 많아서 일몰을 많이 봤습니다. (참고. https://brunch.co.kr/@jejugrapher/167)
낮에 날씨가 맑아서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을 나서서 해안가를 찾았는데, 바다 위로 구름이 많아서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일몰이었습니다. 화이트밸런스를 Shade 모드로 두고 찍은 거라서 실제보다 과장된 사진입니다.
봄에는 유채꽃과 벚꽃이 만발하는 녹산로에 8월이면 코스모스가 피는데, 올해도 길가에 코스모스가 많이 심겨있지만 꽃은 제대로 피지 않았습니다. 코스모스가 제대로 필 때는 예쁜데 해마다 꽃의 상태가 다르니 언제 사진을 찍으러 가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아침에 날씨고 맑고 구름이 예쁘게 떠있어서 잠시 정차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길 주위도 이제 건물을 지으려고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는 것도 출근길의 소소한 즐거움인데 이젠 그런 여유마저 사라저버린다니 아쉬움이 큽니다.
그날 일몰이 어떨지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제대로 준비해서 더 좋은 장소를 찾아가는 건데 늘 그렇지만 그날의 일몰이 어떨지는 그때가 돼서야 알 수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내륙에서 보는 것도 나름 괜찮습니다.
거슨세미오름에 오르려고 했으나 인적이 더문 곳에 비가 온 후로 풀이 많이 자라서 그냥 짧게 산책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사진이 조금 아쉽지만, 늘 이와 비슷한 풍경의 숲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조천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함덕에 이르기 전의 해안가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물이 많이 차있는데 이렇게 물이 빠진 날이면 여느 외국의 해안가가 부럽지 않습니다.
조금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번개가 칩니다. 혹시나 해서 카메라를 챙겨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시원하게 땅으로 내리 꽂히는 번개는 아니지만 한번 찍어보고 싶었던 번개 사진에 도전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날씨가 맑을 때는 육지 쪽 섬들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런 말은 기분이 좋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사진을 찍으러 나서기도 귀찮고, 또 해변 사진을 우려먹기도 그렇고 해서 집 근처 산천단에 잠시 가서 곰솔 사진을 찍고 왔습니다. 5~600년 수령의 대형 곰솔이 신기하지만, 한편으론 지지대에 의지하고 속이 시멘트로 채워진 나무에서 짠한 감정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