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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Sep 29. 2017

추석 연휴의 이브

5년 간의 기록

어쩌다 그렇게 시작됐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전날은 회사 업무가 오후 3시에 끝난다. 다음 시절에는 조직장의 재량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것이 회사 정책이 됐다. 어떤 이들은 일찍 퇴근해서 고향으로 항했지만 난 언제나 다음날 오전에 고향으로 갔다. 그전까지는 일찍 퇴근해서 뭘 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2013년부터는 정확히 기억한다.


2013년도 추석 연휴 전날이었다. 행사 내용은 기억에 없지만 회사 행사로 받은 도시락을 챙겨서 그냥 용눈이오름에 갔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2014년에도 작년의 기억으로 서쪽 끝 당산봉에 올랐다. 그리고 2015년에도, 2016년에도, 그리고 오늘도... 

2013년 용눈이오름

이때도 용눈이오름은 나름 유명했지만 지금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등산로가 훼손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고적한 느낌이 사라진 것도 있지만, 나의 방문으로 등산로가 더 훼손될 것이 두려워서 함부로 찾아가지 못하겠다.

용눈이오름에서의 일몰

1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는데, 여전히 이 사진만은 기억이 선명하다.

2014년, 당산봉에서 내려다보다.

봄이나 가을에 당산봉을 찾는 이유는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다양한 색상의 밭 때문이다. 밭마다 흙의 색깔도 조금씩 다르고 심긴 식물의 색도 다 다르다.

차귀낙조
2015년의 오라메밀밭

파견 후 서울로 복귀하는 동료를 공항까지 배웅해주고 찾아온 곳이다. 이때만 해도 개방되지 않은 곳이어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도 몰랐는데, 작년부터 봄, 가을로 축제를 해서 이젠 관광객들이 몰린다. 힘들게 메밀밭 끝까지 내려가서 찾은 스폿이다.

곽지과물해변의 일몰

그리고 곽지해변으로 가서 일몰을 보고 돌아왔다.

2016년의 용눈이오름

다시 용눈이오름을 찾았다. 중간에 아부오름에 갔는데 뭔가 좀 부족해서 용눈이오름까지 왔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면 용눈이오름으로 목적지를 결정하고 오는 길에 아부오름을 들렀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기억이 맞는지 몰라도 아부오름과 용눈이오름을 다 갔던 것은 맞다. 2013년처럼 일몰까지 기다릴까도 생각했지만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그냥 북쪽 해안도로로 돌아왔다. 마침 해안도로에서 시간이 맞아서 또 기억에 남는 일몰을 볼 수 있었다.

북서쪽 해안도로에서의 일몰 후의 노을
2017년의 보롬왓

남쪽으로 가보고 싶었다. 남쪽이라면 서귀포 밖에 없는데... 오라 메밀밭은 이미 다녀왔기에 보롬왓에 들렀다가 서귀포로 내려가는 코스를 계획했다. 이곳도 불과 2년 전만 해도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봄가을로 메밀꽃이 필 때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메밀밭 한 켠에 카페를 오픈한 후로는 메밀뿐만 아니라 계절에 맞는 다양한 꽃도 심어뒀다. 봄 메밀이 끝날 무렵에는 잉글리시 라벤더가 폈는데, 가을 메밀이 필 무렵에는 메리골드의 예쁘게 꽃을 피웠다. 그리고 봄과 가을 중간에 수국길이 알려져서 많은 이들이 찾았다. 이젠 유명해진 곳이기는 하지만 오늘 유난히 주차장에 차가 많았다. 날씨가 좋아서 웨딩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오늘 (금)부터 주말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개그맨 김재욱, 곽범, 이창호가 내려와서 사람들과 어울려서 행사를 하고 있었다.

달빛 풍선 날리기

행사 스케줄을 봤는데 저녁 6시 30분부터 메밀밭에서 쥐불놀이를 한다고 했다. 원래는 서귀포로 내려가서 세연교 일몰을 찍고 싶었는데, 쥐불놀이 사진을 찍으면 멋있을 것 같아서 근처 성읍에서 뭉그적거리다가 보롬왓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예상했던 쥐불놀이는 없었다. 그리고 풍등 날리기로 오해했던 달빛 날리기는 아직 완전히 어둡지 않아서 조금 싱급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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