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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한장

[제주한장] 새별오름 나홀로나무

멀리서 본 새별오름 들불축제

by JejuGrapher

지금은 어디를 가든 사람들로 넘쳐나지만 5~6년 전만 하더라도 극히 일부 유명 관광 포인트를 제외하곤 '붐비다'는 제주와 맞지 않은 단어였다. 제주 도민들이 매일 그런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기에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에 치여살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제주도민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그나마 5일마다 열리는 제주오일장이었고, 또 가장 많은 도민이 모이는 행사는 정월대보름이 있는 주말에 열리는 새별오름 들불축제였다. 제주에 처음 내려왔을 때 마침 구했던 방이 오일장 근처라서 주말에 오일장이 열리면 종종 갔었지만, 들불축제는 처음부터 워낙 악명이 높아서 행사장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 제주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행사/장소였기에 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7~8년 전의 인파는 별로 많은 것도 아니었는데...


들불축제 행사장에 직접 방문한 적은 없지만 3년 전에 문득 억새가 불에 타는 동안 나홀로나무를 사진에 담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사진을 찍으러 간 적은 있다. 행사장에서 꽤 먼 거리에 있기 때문에 교통 혼잡은 걱정하지 않았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습성이 비슷한지 그때 10여 명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으로 그곳에 있었다. 여러 컷을 찍긴 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았고 또 봄에 제주를 떠나면 기회가 다시없을 것 같아서 지난 토요일에 다시 나홀로나무로 향했다. 그런데 3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그 사이에 나홀로나무를 찾는 관광객들은 더 많이 늘었고 행사장에서 걸어서 2~3km가 떨어졌음에도 좁은 길에 많은 차들이 주차돼있어서 길이 엄청 막혔다. 이젠 진짜 새별오름 들불축제장은 접근이 불가능한 장소가 된 듯하다. 양쪽에 주차된 차들 사이로 통과해서 운전하던 운전자들의 짜증 섞인 불평을 들으면서 그저 빨리 사진을 찍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본 행사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한라산 너머로 보름달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에 맞춰서 불을 붙이는 거였다. 어쨌든 그렇게 멀리서나마 그리고 마지막이 될 들불축제를 보고 왔다.

동영상으로 당시 상황을 기록해두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막상 행사가 시작된 후에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동영상 찍는 것을 잊었다. 그래서 주말 내내 찝찝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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