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울 제주 바다
2008년 3월에 제주도로 내려왔는데 10년을 꽉 채우고 조만간 제주를 떠날 예정입니다. 입주할 아파트가 다 지어질 동안 몇 개월간 파견 근무로 판교에서 보낼 예정입니다. 제주를 떠나는 날은 오래 전부터 생각했었지만 이제 그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몇 번의 출장을 통해서 이주할 아파트도 알아보고 계약서 도장도 찍고 마지막으로 지난 주 출장에서 파견 근무 신청서를 시스템에 등록했습니다. 별 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출장을 마치고 제주공항에서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불어오는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면서 이젠 진짜 끝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애초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리움도 없었테지만 10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이젠 그때가 됐습니다. 이별하는 중이라고 적었지만, 별로 마음의 동요는 없습니다. 이사를 해야하는 조금의 귀찮음과 이제 빚쟁이를 시작해야 한다는 찝찝함 정도를 제하면 심난하다거나 그런 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못내 아쉬워하는 척 하는 것은 나를 10년간 품어줬던 제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의 표현입니다. 거의 20년 전에 여행객으로 처음 제주를 한 차례 왔었는데, 그후 거주인으로 10년의 시간을 제주에서 보낸 것은 여러 모로 행운이었습니다. 그 사이 많이 변해가는 제주가 가슴이 아팠는데, 언젠가 되돌아왔을 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을 반겨줄 거라는 걸 믿습니다.
남은 열흘에서 보름 남짓한 시간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