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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May 21. 2015

1. 비행기 궤적 사진 찍기

버킷리스트: 제주공항에서 비행기 이륙/궤적 사진 찍기

인트로에서 밝혔듯이 궤적사진을 찍는 노하우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브런치의 방향성을 잡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첫 포스팅은 제주공항에서 비행기 궤적 사진 찍기로 했습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10여년 전에 SLR클럽에 비행기 궤적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본 후로 언젠가 한 번 찍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 궤적 사진은 공항 근처에서만 가능합니다. 포항에도 공항이 있었지만, 공항 활주로를 제대로 조망할 수가 없었고, 사진 한장을 찍겠다고 대구나 부산 등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제주로 내려왔습니다. 한동안 사진에 대한 열정이 식어있다가 최근 2년동안 열심히 찍고 있고, 제주공항에서 어쩌면 비행기 이륙 또는 착륙시의 궤적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년 이 맘 때 즈음 적당한 장소를 찾아냈는데, 여지껏 실행하지 못하다가 지난 주말에 대구에 다녀오는 길에 시간이 남아서 궤적 사진에 도전해봤습니다.


제주는 비행기 궤적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이면서 또 나쁜 장소입니다. 다른 지역보다 유리한 점은 공항 주변이 거의 오픈돼있어서 밖에서 공항 활주로를 볼 수 있다는 점과 (인천, 김포, 김해를 제외한다면) 다른 공항에 비해서 비행기 이착륙이 잦다는 점입니다. 활주로 조망이 좋더라도 비행기 이착륙이 거의 없다면 한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역으로 불리한 점으로는 안개/해무가 잦아서 결항하거나 이착륙 장면/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한 날이 많아서 카메라를 고정할 수가 없습니다. 보통 20~30초 정도 장노출시켜야 하는데 삼각대로 고정하더라도 카메라가 흔들려서 예쁜 사진을 담을 수 없습니다.


비행기 궤적 사진은 비행기의 헤드라이트랜딩라이트와 양날개 옆에 깜빡이등의 궤적을 찍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일몰(전)후부터 마지막 비행기 이륙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낮시간은 ND필터로 장노출시키더라도 비행기가 지나간 흔적이 사진남지 않습니다. 그냥 가까이서 비행기가 지나가는 걸 순간 포착하는 재미정도...


궤적 사진을 찍기 위한 준비물로는 카메라를 고정시키기 위한 삼각대가 필수입니다. 보통 20~30초 정도 장노출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삼각대로 고정하지 않는다면 깔끔한 궤적 사진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사진을 찍으면 좋기 때문에 리모콘이 있으면 좋습니다. 그런데 리모콘으로 카메라를 조작할 때도 흔들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리모콘이 없다면 2초 정도로 타임릴리즈로 찍으면 됩니다. 그외에 야간 촬영이니 따뜻한 바람막이나 후래쉬 등이 있으면 좋습니다. 혼자는 무서우니 친구랑 같이...^^


제주 공항 및 촬영 스팟에 대해서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제주공항은 제주도의 북쪽은 용담동에 위치해있습니다. (아래 지도 참조) 북동~남서로 이어지는 긴 활주로 (1)와 북서~남동으로 이어지는 짧은 활주로 (2)가 있습니다. 보통 1번 활주로를 이용하지만, 조금 작은 비행기의 경우 2번 활주로를 이용해서 이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상적이라면 2번 활주로를 통해서 모든 비행기가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비상사태를 위해서 긴 활주로를 주로 이용합니다.1번 활주로를 기준으로, 날씨가 좋은 날은 북동에서 남서쪽으로 이착륙하고, 날씨가 나쁘면 남서에서 북동쪽으로 이착륙을 합니다. 지도의 A 지점에 비행기 유도등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주 공항의 활주로를 볼 수 있는 위치는 아래 화면에 표시된 A, B, C 세곳입니다. 앞에서 적었듯이 날씨에 따라서 A/C 또는 B 지점에서 이륙 장면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각 포인트마다 문제점이 있습니다. A 지점이 가장 무난하기는 한데, 비행기 이륙 지점과 거리가 다소 멀고 거의 정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 후에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서 가로 사진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있습니다. C지점은 아직 시도를 해보지 않았지만, 도로가 협소해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자리를 정리행하는 문제도 있지만, 앞쪽에 처져있는 철조망이 조금 거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야간 사진이고 불빛 궤적이 목적이기 때문에 큰 이슈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B지점은 뒤쪽으로 공항청사도 볼 수 있고 이륙 각도도 적당해서 좋기는 한데, 가로등 불빛 때문에 비행기 궤적이 제대로 안 보일 수가 있고, 또 앞서 말했듯이 날씨가 흐리거나 안개낀 날이라서 이륙 장면이 전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비행기 궤적 사진을 찍으려면 A지점에서 찍어야 합니다.

B와 C 지점은 로드뷰로 미리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같습니다. A지점은 큰 길에서 바로 공항 활주로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큰 길 옆 언덕에 있는 샛길에서 촬영이 가능합니다.

궤적 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이 한 곳 더 있습니다. 바로 좌상단에 도두봉(도두오름)이 있는데, 정상에 오르면 공항 활주로가 잘 보입니다. 좀더 완만한 궤적을 찍기에 적당할 듯합니다.

(A지점의 북쪽) 조 밝을 때도 궤적 사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노출 시간이 짧다보니 완벽한 궤적을 사진에 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ND필터 등으로 노출 시간을 연장할 수도 있지만, 바로 어두워지기 때문에 다시 필터를 제거하고 설정을 변경해줘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습니다. 어두워지는 것에 맞춰서 ISO나 노출정도 등을 조정해서 노출 시간을 조절하면 됩니다.

이 장면도 나름 재미있지만, 너무 일찍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완벽한 이륙 장면을 담을 수 없습니다. 비행기가 정확히 언제 이륙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서 (타이머를 이용할 때) 타이밍 잡기가 처음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이륙 직전에 비행기 엔진을 풀가동해서 엔진 소리로 대강 가늠할 수 있습니다. 뒤쪽에 보이는 불빛은 착륙을 준비중인 비행기들입니다.

카메라가 흔들린 경우입니다. 이상하게 엔진이 네개인 큰 비행기가 지나가는 두번 모두 흔들렸습니다. ㅠㅠ 
예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비행기 양쪽에 서로 다른 색깔의 조명이 달려있습니다. 하늘에서 조종사들이 비행기의 진행 방향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인 듯합니다.

위치를 조금 북쪽으로 이동해서 반대편 궤적 사진을 찍었습니다.

B 지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뒤로 공항 청사(?)도 잘 보이지만, 앞쪽에 가로등 불빛이 너무 강하고 짙은 안개/구름으로 이륙/궤적이 제대로 사진에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그냥 낮에 공항을 보고 싶을 때 찾아가서 보세요. 올레 17코스에 포함된 곳입니다.

날씨가 흐린 날에 A 지점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이륙 장면은 찍기 어렵지만, 역으로 착륙 순간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흔린 날이라서 비행기 구름이 생기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착륙 궤적이라도 찍어볼까했는데, 이륙 때만큼 선명하지 않아서 바로 포기하고 그냥 순간 포착으로 변경했습니다.

글을 다 작성한 후에 생각나서 추가합니다. 도두봉 정상에서 보는 제주공항입니다. 다음에는 도두봉 정상에서 궤적 사진에 도전해보겠습니다. 문제는 그게 오늘일 수도 있습니다.ㅠㅠ

네, 그날이 어제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도두봉은 비행기 이착륙을 보기에는 좋은 장소지만, 이륙 궤적 사진 찍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는 아닙니다. 장점이 있다면 이륙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도두봉에서 이륙 사진을 찍겠다면 정상보다는 오름 계단 중간에서 찍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밤 9시까지는 이륙과 착륙이 교대로 이뤄지지만, 9시 이후에는 거의 이륙만 하기 때문에 이륙 인터벌이 조금 더 짧습니다. (물론, 9시 이후에도 착륙하는 비행기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좋아요. 이곳 사진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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