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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May 26. 2015

2. 새별오름 나홀로나무

항상 그곳에 나 홀로 서 있네.

이번 글을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적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장소는 향후 다른 글에서 다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유는 아래에 설명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장소는 새별오름 나홀로나무입니다. 보통 (새별오름) 왕따나무라고 불리는데, 왕따라는 표현이 좋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는 나홀로나무로 통칭하겠습니다. 일명 ‘소지섭나무’로도 알려진 나무입니다. 소지섭씨가 나오는 소니 카메라 광고에 등장했다고 그렇게 이름붙여졌지만, 실제 나홀로나무는 소지섭CF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해당 CF는 삼다수목장 (조만간 소개할 것임)과 두모악 갤러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다수목장의 나무도 소지섭나무로 불리기도 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두모악을 배경으로 한 CF인데, 광고 중에 소지섭씨가 고 김영갑씨가 찍은 나무 사진을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두모악의 대부분의 사진들이 용눈이오름과 주변을 배경으로 삼기 때문에 해당 나무도 용눈이오름 주변에 있었던 걸로 유추가 됩니다. 그런데 현재 해당 나무의 정확한 위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도 주변을 여러 번 돌아다녀봤지만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했습니다. 농장주께서 모르고 해당 나무를 베어버렸다는 소문이 있는데, 소문은 소문일 뿐입니다. 대신 새별오름의 나홀로나무가 유명해져서 CF에 등장한 소지섭나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CF를 찾아보시면 알겠지만, 전혀 다른 나무입니다. (참고. http://scontent.cdninstagram.com/hphotos-xfa1/t51.2885-15/e15/10995041_967229083296877_255328769_n.jpg 첫번째 이미지는 두모악의 사진이고, 세번째 이미지가 삼다수 목장입니다.)


'새별오름 나홀로나무’로 알려져서 새별오름 바로 옆/주변에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실제 직선거리로 새별오름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아래의 지도에 표시돼있지만, 제주에서 평화로를 타고 가다가 새별오름 다음 출구 (애월 봉성으로 연결된 출구, EXIT)로 빠져나와서, 봉성으로 내려가지 않고 평화로 옆 샛길로 조금 더 가면 그리스신화박물관이 있습니다. 그리스신화박물관 앞 길로 약 6~700m 더 내려가면 오른쪽 목초지 한 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서있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X 표시된 곳) 멀리 뒤로 오른쪽으로는 새별오름이 있고 왼편으로는 이달봉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별오름과 이달봉 사이에 놓인 나홀로나무를 사진에 많이 담습니다.



여담으로 나홀로나무에서 조금 더 차를 타고 내려가면 성이시돌목장이 나옵니다. 이시돌목장에 있는 이란식 옛 건물인 테쉬폰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입니다. 테쉬폰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테쉬폰 앞에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곤 했었는데, 어제 (5/25) 아침에 가보니 바로 옆에 주차장까지 만들어주셨습니다. 이제 테쉬폰 앞에 주차는 삼가야할 듯합니다. 아쉬운 것은 테쉬폰 앞에 죽은 고목이 있었는데, 주차장을 만들고 정비하면서 그걸 함께 베어버렸습니다.


다시 나홀로나무로 돌아와서... 제주의 모습/특색을 가진한 조금 특이한 광경임에는 분명하지만,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이렇게 글까지 적으면서 열광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운 시간과 돈을 들려서 제주도까지 놀러왔는데 겨우 나무 한 그루 사진 찍겠다고 일정을 조정해야할까?라를 의문도 들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제주에 처음 오신 분들은 다른 더 유명한 명소들을 찾아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주를 여러 번 찾으신 분들이라면 늘 가던 코스가 아닌 색다른 코스를 골라서 자유 여행하는 것이 제주를 느끼는 참 여행이 될 것이고, 또 제주에서 중문/서귀포로 넘어가면서 잠시 시간을 내서 둘러보는 것은 큰 부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첫번째 의문으로 돌아가서... 그렇습니다. 처음 나홀로나무의 존재를 알고 나서는 거의 매주 찾아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날씨가 흐린 날도 있었고 화창한 날도 있고 구름이 낀 날도 있었지만, 사진의 기본은 이달봉과 새별오름 그리고 나홀로나무의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 던 중 누군가가 여름 새벽에 찍어놓은 나홀로나무를 우연히 봤습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매료됐습니다. 아직은 그 사진과 같이 새벽 별을 담은 나홀로나무를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도전은 했지만, 제대로 된 사진을 남기지 못함) 다양한 상황의 나홀로나무를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나홀로나무 실루엣을 찍으러도 가봤고, 폭설이 내린 설원의 나홀로나무도 찍었고, 짙은 안개에 쌓여 오름마저 외면한 나홀로나무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그런 다양한 상황의 나홀로나무를 모두 봤다면 참 매력적인 사진 장소라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첫번째 사진은 일부러 이것으로 택했습니다. 어제 아침에 (새벽별 사진을 찍으러갔지만 너무 늦어서 실패함) 찍은 것인데, 최근에 경고 표지판이 생겼습니다. 아름아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목초지에 길이 생겼고, 이리저리 사람들이 돌아다녀서 목초가 죽어버려서 출입을 삼가라는 경고판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나홀로나무 사진을 전혀 찍지 않겠다고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자제하려고 합니다. 적어도 목초가 자라는 동안은 출입을 삼가고, 목장주에게 최대한 피해주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곳의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보다 제가 사랑하는 곳이 파괴되고 폐쇄되는 것이 더 가슴아픕니다. 목장주의 경고를 무시하면 어쩌면 극단적인 조치가 내려질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절대 안 되겠지만, 여행객과 사진가들에 의해서 목초지가 계속 파괴된다면 나홀로나무가 베어져버리거나 출입을 막는 철조망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랑한다면 지켜줘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는 제주의 숨은 비경을 찾아서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이 제가 나홀로나무를 언급하는 --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 마지막일 것입니다.


2013년 7월.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냥 반차를 내고 찾아갔을 때.

2015년 5월. 최근 안개가 짙은 날 나홀로나무는 어떤 모습일까가 몹시 궁금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안개 속의 나홀로나무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멀리 돌아서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중간에 다른 곳 (테쉬폰)을 경유해서 가느라 가는 중에 안개가 모두 걷혔습니다. 이왕 왔는데 조금 기다려보자는 생각으로 근처 그리스신화박물관에서 잠시 게임을 하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다시 안개가 짙게 덮여서 신발이 벗겨지면서 뛰어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제 아침에 새벽별 사진을 찍겠다고 일찍 일어났는데, 집에서 지체하는 동안 새벽별은 모두 사라지고 조금 기다려 동틀무렵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홀로나무 별사진은 찍을 수 있을까요?


더 많은 사진은 지난 금요일에 미디엄에 올린 글을 참조하세요. https://medium.com/jeju-photography/dab8c65b8288 (나홀로 언제나 그곳에)


업데이트 (2015.09.17) 방금 나홀로나무 앞을 지나왔는데 농장주께서 나무로 접근하는 통로에 철조망을 치고 계셨습니다. 지난 번에 붙여놨던 경고문은 어느 순간 땅바닥에 내팽게쳐진지 오랩니다. 어쩌면 다음은 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방문을 막을 수는 없겠으나 방문 시에 최대한 조심할 필요는 있습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좋아요. 이곳 사진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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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http://bahnsville.tistory.com

M: https://medium.com/jeju-photography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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