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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Jun 01. 2015

3. 제주에서 솔섬 찾기

제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자연과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주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모두가 동경하는 경치를 365일 감상할 수 있고,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서 하루 휴가나 반차를 내고 바로 산으로 바다로 갈 수 있는 곳이 국내에서 흔치는 않습니다. 그러나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적 접근성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원하는 장소/장면을 사진에 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이후로 제게 그런 -- 동경하지만 바로 갈 수가 없는 -- 곳 중에 한 곳이 바로 솔섬입니다.


솔섬은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와 대한항공 사이에 벌어진 저작권 분쟁으로 유명해진 곳으로 삼척시 월천리에 있습니다. 최근 듣기로는 주변이 개발돼서 더이상 사진 속(에 갇힌) 솔섬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해안에서 비슷한 장소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안면도에 있는 운여해안의 솔섬입니다. 두곳 모두 앞쪽으로 호수/물이 있고, 뒤로 소나무숲이 길게 늘어서있습니다. 특히 물에 반영된 소나무숲에 많은 이들이 감탄합니다. (저작권 이슈로 이미지는 검색으로 대신합니다.)


제주에서 바로 얻을 수 없기에 솔섬 이미지에 대한 갈증이 늘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솔섬의 이미테이션/이미지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찾고 있습니다. 아직 제주의 구석구석을 모두 돌아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호수, 숲, 그리고 탁 트인 공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곳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어설프나마 부분적으로 만족시키는 곳은 몇 있습니다.


작은 소나무숲이 있거나 호수에 반영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네곳을 소개합니다. 생각나는 다른 곳도 있고, 아직은 더 탐색해봐야겠지만 이 글에서는 네곳만 소개합니다.

1. 한림항 동쪽 해안도로

2. 성읍민속 마을 인근 목초지

3. 성산일출봉 옆의 성산포

4. 애월 수산리의 수산저수지

아래 지도에 대략적인 위치를 표시해놨습니다. 특히 2번은 지도상으로 바로 찾기가 조금 어려울 듯한데, 향후에 인근의 다른 포인트와 함께 묶은 테마에서 자세한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번째 장소는 한림항에서 동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서 조금만 (차로 2~3분)이동하면 소나무숲이 있습니다. 조금은 엉성하지만 한 무리의 소나무들과 뒤로 탁 트인 공간이 솔섬과 꽤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앞으로 호수/물이 없어서 물에 반영된 사진을 찍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혹시 나중에 비가 온 후에 밭에 물이 고였을 때 운이 좋으면 비슷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림항의 소나무숲입니다. 처음 봤을 때, 나중에 밤에 실루엣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지난 주말에 기회가 좋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초여름이라서 바다에 배가 별로 없는데, 한여름에는 한치잡이배로 가득차면 또 다른 장면을 만들 수 있을 것같습니다. 다른 기회가 생기면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좋을 것같습니다. 그런데, 밤 늦은 시간에 사진을 찍으러 갔더니 인근 농가의 개들이 시끄럽게 짖어서 오래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두번째 장소는 성읍민속마을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있는 장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길이 아니라서 찾기가 조금 힘들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지나갔던 장소인데, 지난 가을에 우연히 소나무숲을 발견하고 (글 제목의 배경에 놓인 사진) 잠시 잊고 있던 장소입니다.

봄에 우연히 이 길을 다시 지나는데, 소나무숲 앞으로 갯무가 활짝 핀 것을 발견하고 또 열심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갯무는 제주도에서 봄에 유채꽃이 필 무렵에 흔히 볼 수 있는 들풀인데, 이렇게 무리지어서 핀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사진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세번째 장소는 애조로 끝에 있는 수산저수지입니다. 제주도에는 내륙 호수가 거의 없습니다. 하천들도 비가 오지 않으면 늘 말라있는 건천입니다. 현무암으로 이뤄진 제주는 물을 잘 보관하지 못해서 논농사가 아닌 밭농사가 주를 이룹니다. (참고로, 밭에서 자라는 밭벼로 쌀농사를 짓는 곳도 간혹 있기는 합니다.) 제주도에 람사르습지가 어쩌면 민물저수지보다 더 많은 듯합니다. 의외로 제주시에서 가까운 애월 수산리에 저수지가 있습니다. 솔섬처럼 소나무숲은 아니지만, 호수에 반영된 오름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수산저수지에서는 일몰 사진을 찍어도 예쁘고, 뒤로 보이는 수산봉이 호수에 반영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일몰 명소 중 한 곳입니다. (가을부터 봄까지. 여름에는 해가 수산봉 뒤로 져서 일몰시간이 안 맞아요.)


마지막으로 성산일출봉 아래에 있는 큰 호수처럼 보이는 성산포입니다. 성산포는 민물호수가 아니라 바닷물을 인위적으로 가둔 만입니다. 성산포 전체를 천천히 돌아보지 않았지만, 어쩌면 솔섬과 비슷한 장소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습니다. 조만간 찾아가서 더 둘러봐야겠습니다.

성산 시내 쪽에 성산포를 건너는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줄지어선 소나무가 있고 또 호수에 소나무가 반영됩니다. 아쉽게도 뒤에 건물만 없었다면 솔섬과 비슷해 보일 것같습니다. 소나무가 조경수로 임의로 심은 것같기도 하지만... 대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성산포에 반영된 성산일출봉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은 생략)


어쩌면 제주에서는 소나무숲은 오름이 되고, 호수는 꽃밭이 될 듯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전경에는 꽃밭이 펼쳐졌고 뒤로 오름이 있는 풍경을 찾기에 혈안입니다. 유채꽃을 배경으로 한 오름, 갯무나 무꽃을 배경으로 한 오름, 메밀꽃을 배경으로 한 오름 등 다양한 조합을 찾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조만간 포스팅하겠습니다.


아직 솔섬찾기 (#FindingSol?) 여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보 기다립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좋아요. 이곳 사진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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