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색을 빼고 세상을 보자
흑백사진은 묘한 매력이 있다. 굳이 멋을 부리지 않아도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난다. 늘 보던 장면이지만 늘 보던 장면이 아니게 된다. 우린 색으로 이뤄진 세상에 익숙해져 색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능력마저 상실했다. 때론 일부러 카메라 세팅을 모노톤으로 두고 찍는다.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기에 굳이 새로운 세상을 찾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냥 막 찍어도 이전에 찍은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테니... 평소엔 별로 대수롭지 않던 것들도 색이 빠진 이후엔 대수로운 것이 된 듯이 착각한다. 그래서 가끔, 어쩌면 요즘처럼 매너리즘에 빠졌을 땐 일부러 흑백이 새롭게 다가온다. 색을 잃고 나서야 제대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어쩌면 여기에도 인생의 교훈이 있으리라...
말라비틀어진 작년의 죽음의 흔적이 아니라 지금 봄에 어울리는 모습이 됐다.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내느라 이미 여름이 다 됐지만..ㅎㅎ
처음에는 봄꽃을 찍으러 산과 주변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모든 색을 빼버렸다. 평소엔 그냥 컬러로 사진을 찍고 나중에 필요하면 흑백으로 변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흑백으로 찍은 사진과 느낌이 다르다. 내 삶에도 불필요한 색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더 간단하고 더 담백해질 필요를 느낀다.